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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에 고함

달리는 인간은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by 러너인

새벽 세시, 세바시에 메일을 썼다. 나는 귀가 얇다. 첫 강연을 마치고 받은 두 분 작가님들 응원 댓글에 웃음이 났다.

“세바시로 가셔야 할 분. 저 집중력 초딩인데 너무 재밌어서 90분 즐겼습니다. 빨강 레깅스 갓승우는 세바시로 가즈아!”, “맞아요!! 세바시용 강의” 솔깃했다.

퇴근하니 피곤해서 바로 자기로 했다. 10시도 안 되어 침대에 누워서 알람을 새벽 3시에 맞췄다. 조금 이른 기상이지만 피로만 풀리면 일어나서 뭐라고 해볼 생각이었다. 문득 어제의 댓글이 생각났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귀가 얇다. ’세바시로 가야한다고?‘

언젠가 누군가 책을 내고 세바시에 메일 보냈다고 sns에 인증한 글이 생각났다. ’우와. 대단하세요!‘라고 칭찬을 했던 것도. 그분이 결국 세바시에 섭외가 되셨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그의 용기와 시도가 좋았다.

그때 스치듯 '그럼... 나도 한 번?'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무슨... 하는 생각도 들고 더 준비가 되면 하자는 생각에 마음 한편에 밀어두었다. 강연을 무사히 마치고 두 분 작가님의 댓글뽕에 용기가 났다. 새벽 세시 비몽사몽한 상태로 마음을 정했다.

'그래! 그럼 오늘은 세바시다.'
자리에 앉아서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강연을 준비하면서 배운 게 있었다. 제목과 첫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강연을 준비하면서 스피치 강사님들의 팁을 찾아보다가 마음에 와닿는 쉽지만 가장 유용한 팁이었다. 강연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메일을 시작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저는 올해 3월 000 책을 낸 작가 000입니다.' 이런 식.

첫 줄을 이렇게 시작했다.
1.
"가수 요조가 낭독한 단 하나의 달리기 책『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을 쓴 러너작가 정승우입니다."
(흔한 안녕하세요도 없고 담당자님도 없었다. 한 줄로 강렬하게 나를 알리는 것. 그게 첫 줄의 유일한 역할이니까.)

두 번째는 서론. 강연 인트로처럼 시작했다.
2-1.
"얼마 전 한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가족의 응원과 지지로 이겨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2-2.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저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그때, 가족조차 위로가 되지 않았다면 그 시기를 어떻게 버티셨을까요?”
2-3.
그 질문의 답을 달리기가 발로 쓰는 기도였던 한 남자의 이야기로 대신하려 합니다."

세 번째는 본론.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했다.
3-1.
"마흔여섯, 관계의 단절과 번아웃 속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한 남자가 있습니다. 평생 운동을 싫어하던 내향인이던 그는 추운 겨울, 매일 확언을 외치며 어두운 새벽을 달리고, 금기로 여겼던 레깅스를 입고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하며 자기 자신을 다시 사랑하게 됩니다."

3-2.
"혼자 달리고 쓰던 그는 용기를 내어 러닝클래스를 찾아가 사람들과 땀 흘리며 함께 세상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그 과정을 SNS에 꾸준히 기록하며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기 시작합니다. 50세에 투고 후 출간 계약. 2025년 3월 첫 에세이 출간하고 오디오북 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됩니다."
3-3.
"그는 직접 뮤지션이자 책방주인인 요조 님을 낭독자로 섭외하며 10월, 자신의 이야기를 ‘목소리’로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출간 7개월 만에 도서관 휴먼북 등록, 브런치 크리에이터 선정, 도서관 운영위원 위촉, 도서관 특강을 넘어 공무원 대상 인문학 강연자로 서게 됩니다."

네 번째는 마무리.
4.
세바시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달리는 인간의 뜨거운 도전이 어떻게 삶을 바꾸는지' 많은 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중년의 내향인, 번아웃을 겪는 사람들이 다시 달릴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기꺼이 제 5년의 기록을 무대에서 나누고 싶습니다."

다섯 번째는 입증자료. 담당자님이 검색 없이 클릭만으로 나의 모든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링크를 달았다. 월요일 강연영상을 웹하드에 올려서 링크만으로 실제 강연영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발표자료도 볼 수 있도록, 네이버 작가소개, 유튜브 인터뷰영상, 인스타그램 링크, 출간비하인드 브런치북 링크, 오디오북 링크, 책소개 링크까지.

5.

- 인문학 강연 1분 영상 링크 : 경기도인재개발원 공무원 대상 러닝 인문학 특강

- 인문학 강연 발표자료 링크 :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 작가소개(네이버) 링크 : 프로필 및 작품활동

- 작가 인터뷰 영상(유튜브 링크)

- SNS(인스타그램) 링크

- 출간 비하인드(브런치북) 링크

- 뮤지션, 작가, 책방주인 요조 낭독 오디오북 링크

- 예스 24 책소개 링크 :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메일을 보냈다. 새벽 6시 27분. 새벽 세시에 시작한 메일이 3시간 30분을 거쳐 발송버튼을 타고 날아갔다. 바로 수신확인이 떴다. 이젠 평소처럼 쓰고 달리고 도전할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세바시 무대에 서는 게 간절한 목표가 아닌, 세바시가 세우고 싶은 삶을 사는 사람이 되기, 그게 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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