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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라인 고등학교로 명문대 진학하기

수험생과 부모에게 길을 열어주는 책

by 러너인

“미국 고등학교를 온라인으로 하겠다고 대한민국 의무교육을 안 받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학교를 안 보내면 부모님께도 법적 책임이 있습니다.” “제발 정원외유예자가 되게 해 주세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책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로 명문대 진학하기> ‘길은 하나가 아니었다’ 편을 읽으며 1년 전 나와 아이를 떠올렸다. 작년에 고3이던 첫째의 대학 입시로 갈팡질팡하던 내 마음이 딱 그렇게 간절했으니까. 고2가 끝나가던 어느 날 아이가 선언했다. “아빠, 나 문과에서 이과로 가고 싶어. 다른 학교 다니는 친구도 바꾼다고 했더니 학교에서 해줬대.” “지금? 충분히 생각해 본 거니” “응.” “그럼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지 아빠가 알아볼게.”


담임선생님과 면담일정을 잡았다. 부탁도 하고 아이의 장래를 위해 한 번만 도와달라고 사정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지금 변경해 주면 다른 아이들도 다 바꿔달라고 해서 행정에 차질이 생겨서 안된다는 답변이었다. 아이에게 전했더니 금세 풀이 죽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문과 수업 때 혼자라도 이과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조용히 공부할 테니 학교에 양해를 구해달라고 해서 담임께 전화하여 수업 분위기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개인적으로 이과 시험에 대비하겠다고 부탁드렸다. 마음 한편에선 이게 맞을까 하는 걱정도 커졌다. 고1 때부터 아이는 수시가 아닌 정시 수능으로 대학에 가겠다고 선언했다. 어차피 수시는 안 쓸거니 내신관리도 하지 않겠다고. 부모로서 수시 기회를 살리지 않는 것에 불안했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생각에 그대로 두었다.


한승이 작가는 달랐다. 나처럼 문과이과를 넘는 선택이 아닌 제도권 밖으로 나갈 결심을 했다. 국제중에서 공립중으로 옮기면서까지. 혹시 아이가 학대받고 있지 않은가 해서 자택방문까지 받은 저자. 모두가 생소해하는 그 길을 두려움 속에서도 한 발씩 걸어 나간 작가와 아이의 그 모든 과정이 이 책에 완전하게 들어있었다. 흔한 성공스토리가 아닌 문과 이과를 바꿔달라고 하던 내 아이의 이야기와 불안과 고민들이 다른 방식으로 책 곳곳에 녹아있었다. 남편의 해외 주재원으로 싱가포르에 몇 년 살게 된 특별한 상황이 만든 시작이었지만 그 끝은 완전히 달랐다. 작가는 처음에는 해외 경험을 한국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는 하나의 경험으로 생각했지만, 학생 주도학습이 가능한 외국의 교육시스템을 만난 부모와 아이는 국제중에 다니며 사교육이 만들어낸 교육 시스템에 깊은 고민에 빠진다.


한승이 작가는 아이가 국제중을 졸업하고 고교 진학을 고민할 때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를 선택한다. 작가와 아이는 제도권 밖의 온라인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한다. 한참 친구들과의 관계에 푹 빠질 나이의 사춘기 소녀가 제도권 밖에서 시차가 있는 온라인 수업으로 3년간 고등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코로나 시기에 원격수업을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아이들을 얼굴을 가리고 줌을 켜놓고 딴짓을 하기 일쑤였다. 하물며 성인들도 재택근무를 하라고 하니 일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서로 답답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선한데 아이가 스스로 그걸 해낸다니 놀라웠다. 하지만 책에는 TV에서 인터뷰하는 영재가 아닌 우리가 흔히 만나는 평범한 엄마와 아이가 있었다. 나와 당신처럼 불안해하고 정보를 찾고 대안을 찾아가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이 있었다.


'아침 산책이 아이를 바꿨습니다.' 편을 읽으며 번아웃된 40대에 새벽을 달리기 시작한 나와 달리면서 변화된 나를 보며 결국 따라나선 두 딸아이가 생각났다. 어릴 땐 안아주기도 많이 안아주었지만 딸들이라 언젠가부턴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어느 날 '아빠, 나도 달려볼까?'라는 호기심에 시작한 달리기로 셋이 새벽에 뛰면서 함께 발사진을 찍기도 하고 다시 마음이 가까워졌다. '공부했어? 학원 숙제 다 했어?'가 아닌 '오늘 더 잘 뛴다. 새벽공기가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나와. 달릴 때 편한 헤드밴드 사줄까?' 같은 말로 긴장감을 풀고 수다를 떨며 달리다 보니 아이와도 다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온라인 고등학교가 주는 시간과 자유로움에 아이를 혼자 두지 않고 엄마, 아빠가 함께 ‘매일 아침, 햇볕을 쐬어야 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것. 거기서부터 변화와 아이가 주도적으로 온라인 고등학교를 마칠 힘과 용기를 키우게 된 게 아닐까.


어제 작가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뉴욕대 아부다비 장학생, 온라인 고등학교 졸업생 대표로 연설하는 한승이 작가 따님의 아름답고 용기 있는 영상을 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첫째 딸이 생각났다. 지독한 방황으로 수시도 놓치고 수능도 잘하는 과목 외엔 평소보다 점수도 낮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담임선생님을 찾아가서 잘 나온 2~3과목 성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을 알게 되고, 결국 간호학과에 입학한 아이.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하게 자신을 믿고 간호사 옷을 입은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며 웃으며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딸아이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한승이 작가의 책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로 명문대 진학하기>는 단순히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 장학금 정보를 담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실용 지침서를 넘어 이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과 예비 수험생에게 울림을 준다.


내년이면 고1 올라가는 둘째, 다시 예비 수험생 아빠가 된 나에게 울림을 준 귀한 책이다. 제도권 안에서 미래를 준비하던, 제도권 밖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던 이 책은 모든 부모와 아이가 온라인 세상을 넘어 AI 시대로 접어든 우리의 생각이 어떻게 깨어있어야 하는지, 두려워도 새로운 생각과 정보를 찾고 도전하며 자신을 믿고 나아갈 때 어떤 놀라운 일이 펼쳐지는지 보여주는 수험생 부모가 쓴 '오디세이아'이다.


책에 담긴 4년간의 치열한 이야기는 어떤 실용서보다 더 실용적이고 어떤 에세이보다 더 감동적이다. 제도권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결단을 배울 수 있다는 점 하나로도 그렇다, 데미안의 한 구절처럼. “새는 알을 깨야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나는 이 책에서 알을 깨고 나온 평범하지만 특별한 한 엄마와 아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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