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낭독하러 브런치 좀 다녀올게

나 라멘 먹으러 일본 좀 다녀올게(회색토끼 작가님)

by 러너인

회색토끼 작가님이 글로 쓴 삿포로 라멘 맛은 이랬다. "목구멍을 타고 예술적인 것이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오늘 하루의 피로와 노곤함이 국물 한 숟가락에 씻겨 내려갔다. 이 조그마한 가게에서 위로의 맛을 찾게 될 줄이야... <나 라멘 먹으러 일본 좀 다녀올게. 이치류안 라멘(삿포로 시), 회색토끼 작가님 매거진(브슐랭 가이드 ver.2006>"


맛의 경험은 강렬하다. 회색토끼 작가님에게 삿포로는 영원히 이치류안 라멘으로 기억될 것 같다. 싱가포르는 나에게 새우국숫집으로 기억된다. 맛집으로 소개받아 갔다가 진한 국물맛에 빙의되어 결국 일부러 몇 번이나 더 다녀왔다. 베트남 푸꾸옥의 커피처럼 한 번 맛보면 뇌에 각인되는 그런 맛이 있다.


밥의 경험은 강렬하다. "밥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밥은 먹고 다니냐. 원 없이 먹었으면 좋겠다. 언제 우리 같이 밥이나 한 끼 할까요?" 생존의 도구로서의 밥을 넘어서 맛을 위한 식사는 어쩌면 생존이 아닌 자기 계발이나 취미생활에 가깝다. 회색토끼 작가님의 여행 에세이는 가슴 설레고 맛있었다.


달리기의 경험은 강렬하다. "잠깐만 나 좀 뛰고 올게. 가슴 터질듯 달려보고 싶다. 마음편히 달려봤으면 좋겠다. 우리 이번 주말에 같이 달릴래요?" 건강의 도구로서의 달리기를 넘어서 삶의 맛을 위한 달리기는 어쩌면 건강이 아닌 자기계발이나 취미생활에 가깝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달리기는 가슴 설레고 맛있는 경험이다.


낭독의 경험은 강렬하다. 내 책 오디오북을 요조 님이 녹음실에서 녹음할 때 건너편 유리창 너머로 듣고 있는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 글을 타인의 목소리로 듣는 기분은 새로웠다. 그저 만난 브런치 작가님들 글을 한 번이라도 읽고 싶어서 시작한 낭독인데 이 일을 7일째나 꾸준히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일상에 지친 자신에게 "나 라멘 먹으러 일본 좀 다녀올게."라고 속삭이는 회색토끼 작가님의 마음을 떠올리며 한 글자 한 글자 낭독한다. 새벽 4시에 다른 작가님 글을 낭독할 때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삿포로의 라멘 국물처럼 회색 같은 내 마음이 하얗게 씻겨진다.


졸린 눈을 비비며 더 자려고 침대에 누워 뒤척이는 나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잠깐만, 나 낭독하러 브런치 좀 다녀올게."


P.S. 낭독영상은 댓글에 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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