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서혜정 작가님
"그리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철학자라고 불리는 이우환 화백. 10년 전 '여백의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우환 작가 초청 강연이 있었다.
그는 여백 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여백은 공간 사이의 울림이다. 그려진 부분과 비워진 공간이 부딪혀 울림이 생기고 큰 현상이 일어날 때 이것이 여백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려진 것만의 그림으로 그리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다. 그려진 것과 빈 공간과의 관계, 그림을 보며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조화를 이루는 무한한 장을 열어놓는 것. 이것이 이우환 작가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관계항 베르사유의 아침이라는 작가의 설치 작품을 보면 작품 속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치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하늘, 주변 풍경까지 함께 바라보게 된다.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우리는 자기만의 일정표가 필요하다. 느슨하지도 빡빡하지도 않은.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할 수 있을 때 기꺼이 열심히 해보는 것. 하고 싶지 않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
여백은 삶이 숨 쉴 수 있는 틈이고 세상으로 향하는 문이다. 문 밖에는 사람들의 삶과 인생길이 있다."
<여백, 서혜정 작가, 이대동창문인회 작가 대표작품선집>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의 어머니, 서혜정 작가님의 여백이라는 글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화여대 동창 문인회의 작가 대표 작품 선집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서혜정 작가님은 2007년 에세이 문학 '수필 하얀 벽'으로 등단하셨습니다.
2025년 3월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라는 제 책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주신 저희 어머니의 글을 12월에 책으로 만나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제 25년 12월 23일은 제가 대학에서 일한 지 20년 되는 날이었고 또한 51년 만에 첫 책을 내고 처음 강의를 시작한 특별한 해이기도 합니다. 요 며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다양하게 일을 벌이기만 해온 게 아닐까 고민하다가 힘에 부치던 셔플댄스 수업,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참가했던 활동도 멈추고 단톡방도 정리했습니다.
여백의 시간, 가능성의 공간에 서서 가만히 제 자신을 바라보는 중입니다. 달리기, 글쓰기, 어쩌면 이 낭독도 제게는 또 다른 의미의 여백, 숨 쉴 수 있는 틈이고 세상으로 향하는 문이 아닐까 합니다.
급변하는 삶 속에서 과연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비울 것인가.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여백의 용기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러너인이었습니다.
[러너인 낭독영상]
https://www.instagram.com/reel/DSn5BPGE-Km/?igsh=M2t2YmprdzJ2ejI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