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달리기는 때론 우리의 자서전이 된다

플라시보라도 괜찮다

by 러너인

바쁘게 달리던 삶을 잠시 멈췄다. 러닝클래스가 없는 월요일에 새로 시작했던 셔플댄스 수업도 멈추고 단톡방에서 나왔다. 잘되지 않아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몸과 마음이 피곤하니 멈추게 되고 또다시 시작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조금씩 가라앉는 느낌이 들고 기분이 묘했다.

올 한 해 바쁘게 달려왔다. 강한 단어와 행동으로 너무 자신을 몰아붙인 게 아닐까. 방을 치우기로 했다. 책장에서 안 보는 책을 모아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새 책과 교환했다. 프레즌스라는 책을 샀다. 부제는 위대한 도전을 완성하는 최고의 나를 찾아서. 단순한 내용이지만 두껍다. 간단히 말하면 '바르고 강한 자세가 삶을 바꾼다'라는 주제였다.

도전을 멈추거나 생각의 늪에 빠질 때 패턴은 항상 비슷하다. 외롭고 혼자 있는 듯 느껴진다. 연결이 필요할 때 오히려 모든 연결을 차단하고 자기만의 작은 공간에 웅크리게 된다. 셔플댄스를 그만둘 때도 그랬다. 동작이 잘 되지 않는데 개선은 없고 계속 뒤처지는 상황이 나오고 스트레스만 받는 상황이 반복되다가 결국 가지 못할 이유가 생기고, 그 이유가 반복되면서 대열에서 이탈하게 되는 상황. 그 과정을 가만히 멈춰서 바라보았다. 러닝클래스도 고비를 몇 번 넘기고 여기까지 온지 벌써 3년 반이 되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방이 어지러웠다. 치워야지 하다가 어느새 방이 짐, 책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책생 위에도. 일단 책상 정리부터 하고 바닥을 치웠다. 출간 후 러닝클래스에서 만든 축하 현수막을 방에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생각은 했지만 누군가 방에 들어와서 보면 꼴값 떤다고 할까 봐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누가 보면 어떤가. 그리고 사실인데 뭘. 러너작가이고 출간작가 맞잖아?

방을 정리하기 전 사진을 찍었다. 숨이 막힌다. 여름옷을 정리해서 보관함에 넣고 겨울옷을 꺼냈다. 가득 차 있던 책상을 덜어냈다. 책 프레즌스를 보고 영감을 받아 주문한 원더우먼 피겨를 스탠드 위에 순간접착제로 고정시켰다. 집에 있을 때, 잠들 때, 잠들고 눈떴을 때 바로 보이는 자리다. 아침에 눈떠서 그 파워포즈를 보며 2분 정도 포즈를 취하기로 했다.

현수막을 펼쳤다. 올해 3월 출간 후 트랙 위에서 사람들과 현수막을 들고 기뻐했던 그날의 감사함이 새록새록 올라왔다. 작아지던 마음, 비교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날의 기쁨과 감사함으로 되돌아갔다. 북토크 때 받은 손편지도 벽에 붙이고, 2년 전 PB를 세운 춘천마라톤 3시간 25분 기록증을 꺼냈다. 달리기로 가장 나은 성취를 했던 순간과 출간을 위해 달려서 결국 책으로 낸 그 순간을 기억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닌 함께 도전을 응원해 주신 고마운 분들이 항상 있었음을 떠올렸다.

가슴이 따뜻해졌다. 스타의 사진이 아닌 내가 가장 별처럼 빛나던 순간의 기록과 이미지를 내 방에 붙인다는 건 내가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응원이 아닐까. 내가 작아지고 도전이 망설여질 때 나의 가장 큰 놀라운 성취를 이미지로 만날 수 있도록 환경을 선물하는 것.

2026년에는 나를 위해 어떤 현수막을 준비할까. 바른 자세가 삶을 빛나게 할 용기를 준다는 것을 본다. 내년 출사표를 떠올리는 하루가 되길 빈다. 자신이 작다고 느끼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자신이 이룬 작고 큰 성공 이미지를 자기 방에 가득 채우는 것을 추천한다. 항상 그 기억을 떠올리며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플라시보라도 좋다. 뭐가되었든 자신을 앞으로 힘차게 달릴 수 있게 해 준다면 그게 진짜니까. 몸도 마음도 바른 자세로 달린다면 더 좋은 사람들과 더 멀리 더 행복하게 지치지 않게 나아갈 수 있을 테니.

https://www.instagram.com/reel/DSz7knmAXny/?igsh=MTN1eHdlZ3Y2dTdy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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