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쉼없이 달리는 사람들
2026년 새해 첫 강연 섭외에 감사한 마음으로 답장을 썼다. 5년 전 오늘, 나는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궁금해졌다. 2021년 블로그 기록을 꺼냈다. ‘미라클모닝, 새벽 4시 30분 기상. 아침명상 후 필사, 달리기 5.4km 후 출근.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고 더 잘할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 영하 10도에 나가서 달렸지만, 돌아보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새벽 달리기다.”라고 썼다.
달리기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한참 달리기에 미쳐있었다. 눈만 뜨면 달릴 생각을 하고 자기 전에 다음 날 새벽에 달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었다. 순수한 열정으로 달리던 나. 어쩌면 삶의 이유가 달리기가 아니었을까 싶었을 정도로. 수줍어서 누군가와 함께 달린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그때. 새벽에 찍은 사진과 글에 달리기를 대하던 마음이 오롯이 담겨있다.
“오늘은 몇 km 달릴지 정하지 않고 출발했다. 3km 정도 달리면 갈림길이 나온다. 빛나는 좁은 길의 끝, 갈림길로 향하는 길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비행기가 날기 위한 활주로 같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10km, 오른쪽으로 꺾으면 5km. 수많은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갈림길에 두 발이 닿자 본능적으로 10km 코스인 왼쪽으로 꺾어진다. 한 달간 매일 10km 달릴 때 몸에 새겨진 기억 때문이다. 멕시코 원시부족 타라우마라 '라라무리' 이야기가 생각난다. ‘라라무리’는 타라우마라 언어로 ‘빨리 달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들이 세상을 놀라게 한 건 장거리 달리기 능력 때문이다. 한 번에 320km를 2일 동안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거의 맨발로 320km를 달리면서도 부상도 없다는 라라무리. 그들의 일원이 되고 싶은 아침이다. 맨발 도전은 두렵지만, 5km와 10km 갈림길에서 새로운 도전을 매일 결단해야겠다.”
모든 것이 캄캄하고 무너진 일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던 그 해 겨울, 나는 라라무리를 꿈꾸며 행복하게 달리고 있었다. 그 순간 주로에는 수줍고 내성적인 번아웃 중년 남자가 아닌 갈림길에 우뚝 서서 씩씩하게 10km를 선택하고 매일 도전을 결단하는 러너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영하 10도에도 새벽에 길을 나선 내가 있었기에, 5km가 아닌 10km를 선택했던 내가 있었기에 지난 5년 간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
체력적인 한계의 도전, 100km 울트라마라톤 완주, 달리기 에세이 출간, 강연자로 누군가의 앞에 서게 된 내 모습을 5년 전 한겨울에 라라무리를 꿈꾸던 수줍던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있었을까? 그저 아프고 힘들어서 뛰었고, 뛰어보니 살 것 같아서 또 달렸다. 뛰다 보니 어린아이처럼 즐거웠고 사람들과 함께 할 용기를 얻었다. 달리면서 내 안의 숨은 가능성을 믿기 시작했다.
지금은 비록 라라무리의 원뜻이 무색하게 ‘느리게 달리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되었지만 어쩌면 ‘라라무리’의 진짜 뜻은 ‘모든 가능성을 향해 멈추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나도 여전히 ‘라라무리’ 크루 소속 러너다.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 ‘라라무리 크루’. 내일도 나는 새롭게 라라무리 크루가 될 당신을 찾아 달리며 강연장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