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by 러너인

“공지합니다. 이번 일요일 시간주 훈련 장소를 용인 미르스타디움으로 변경합니다. 노면 상태로 인해 부득이 장소를 변경하오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예상은 했지만 걱정이 앞선다. 미르스타디움은 집에서 12km. 차로는 14분이면 도착하지만 대중교통은 다르다. 작년에도 미르스타디움에서 훈련이 잡혔을 때 대중교통을 알아보았다. 아침 6시 상현역에서 신분당선 첫차를 타고, 미금역에서 분당선으로 갈아타 기흥역으로, 다시 에버라인을 타고 삼가역에서 내려 20분을 걸으면 7시 50분쯤 훈련 장소에 도착한다. 훈련이 시작되고 20분이 지난 시간이다.

어차피 장거리 훈련에 20~30분 늦는다고 큰 문제는 아니지만, 훈련장에 가는 데 2시간을 쏟는 건 부담스러웠다. 보통은 근처 러너 분들 도움을 받아 해결하곤 했지만, 매번 신세를 질 수는 없었다. 작년 9월 미르 훈련 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결국 훈련에 가지 않았다. 집에 차가 없진 않지만 쓰는 사람이 있었고, 장거리 훈련을 하다가 괜한 원망을 듣고 싶지 않았다.

혼자 호수공원을 조금 뛰고 들어와 쉬고 있는데 개인 톡이 왔다.
‘누구지?’ 같이 바나나 런클럽에서 뛰는 러너 호진님이었다. “형님, 다음부턴 저한테 연락 주세요.” 눈물이 찔끔 났다. 내 마음을 들여다본 듯한 한 줄 톡이었다. 애써 괜찮은 척하던 마음이 그냥 무너져 내렸다. “네… 미르에 가는 게 좀 쉽지 않네요. 고마워요.” 그날 짧은 대화로 작지만 큰 위로를 받았다.

사실 훈련 시간에만 늦지 않을 수 있다면, 가는 데 2시간이 걸리든 뭐가 대수인가. 마라톤 대회 날에도 몇 시간 전에 가서 기다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서로 방향이 맞으면 함께 갈 수도 있지만, 새벽에 피곤한데 굳이 폐를 끼치며 갈 필요는 없다. 이번 일요일 훈련 장소가 미르라는 걸 듣고 방법을 찾기로 했다. 버스는 한 번 갈아타더라도 지하철보다 빠를 것 같았다. 집 앞에서 6시 20분 첫 차를 타고, 7시에 두 번째 차로 갈아타면 훈련 시간인 7시 20분까지 도착한다는 계산이 섰다. 집에서 6시에 나오면 1시간 20분. 충분히 감당할 만했다.

새벽에 집을 나섰다. 오늘은 왠지 첫 풀코스를 뛰러 가는 날처럼 설렜다. 미르 홀로서기 1일 차. 조금 불편하게 가봐야 다른 분들의 도움이 얼마나 감사한지도 알게 되고, 여의치 않을 때 혼자서도 미르에 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날이니 소중하다. 예상대로 첫 차를 타고, 잠시 뒤 두 번째 버스로 갈아타고 무사히 내렸다.

대중교통으로 제시간에 훈련 장소에 도착한 첫날. 왠지 모를 뿌듯함과 성취감이 나를 감쌌다. ‘이게 되는구나.’ 생각한 대로, 마음먹은 대로, 포기하지만 않으면 결국 길이 생긴다는 걸 다시 배운다.

누군가는 어떻게 장거리를 뛸지를 고민할 때, 나는 훈련 장소에 가는 방법을 고민했다. 장점도 있었다. 제시간에 잘 도착하는 것만으로 이미 목표를 이룬 셈이었다. 작년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꼼꼼히 찾고 움직였으면 어땠을까. 하나만 찾아보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 놓아 버린 게 못내 아쉽다. 내가 가진 자원이나 지식이 항상 남들만큼 주어질 수는 없다. 러닝이든 아니든.

그때마다 도움에만 의존하거나, 지레 안 될 거라 생각하며 미리 포기하고 속상해하지 말자. 간절함이 있다면, 그 간절함이 방법을 찾게 한다. 아니, 반드시 방법을 찾게 되어 있다. 오늘 또 작은 걸음을 나아간 나를 응원한다. 방법이 없다고 포기하려는 당신을 응원한다.

차가 없으면 지하철로, 지하철이 없으면 버스로,
버스가 없으면 걸어서라도, 안 되면 뛰어서라도 가면 된다. 진정으로 가려는 사람에겐 갈 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달리기까지 잘했으면 어떡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