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의 언덕은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by 러너인

화요일 밤, 페이스주 훈련이 있었다. 지난 일요일에 35KM 장거리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아쉬움이 전날까지 계속 따라다녔다. 왜 버티지 못했을까. 약간의 감기기운 탓으로 돌리고 싶었지만, 그렇다 해도 내 몸이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을까.

일요일 35KM 장거리 훈련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풀코스 330조에서 준비했는데 자신이 없었다. 체력의 문제일까 정신력의 문제일까. 차가운 공기가 자신감마저 얼린 탓일까. 얼음을 삼킨 듯한 순간을 지나면서 여기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결국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자 다리도 마음도 굳어졌다.

뒷조인 340조로 가기로 했다. 뛰면서 애타게 뒷조를 눈으로 찾았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의 시도 후 340조 끝에 섰다. 여기도 힘에 부친다. 다시 뒤를 돌아본다. 오늘은 여기서도 안 되겠다. 더 천천히 풀코스 400조로 가기로 했다.

340조에서 빠져나와서 400조로 갔다. 이 정도 속도라면 오늘 끝까지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모처럼 번갈아가며 앞에서 리딩도 하고 뒤로 가서 따라서 달리면서 어느 정도 거리를 채웠다. 그렇게 나아지는 줄 알았지만 20KM가 넘고 25KM에 가까워지면서 몸이 점점 힘들어졌다. 오늘은 여기서도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

여기서 더 뒤로 갈 수 있을까. 아니 그렇게 가는 것이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점점 400조에서도 멀어져서 혼자사 더 천천히 한 두 바퀴 돌다가 결국 출발선에서 멈췄다. 목표한 35KM를 채우지 못하고 25KM에서 DNF 했다. 패배의 마음을 안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패배는 두려움의 언덕을 쌓는다. 호수공원을 돌 때마다 만나는 언덕처럼. 잘 달리다가도 저 멀리 눈앞에 솟은 언덕을 보면 시험에 들 때가 있다. 그 언덕에서 성공적으로 넘은 사람은 비슷한 언덕을 만나도 이겨내지만, 그 언덕에서 쓰라린 실패가 하나 둘 쌓이면 결국 비슷한 언덕만 나오면 두려움에 뒷걸음치게 된다.

모든 러너가 만나는 객관적 도전은 세 가지다. 거리, 속도, 고도. 자신이 달려본 적 없는 거리를 뛰어야 하는 장거리 훈련, 자신이 편안하지 않은 속도로 뛰어야 하는 페이스 훈련, 평탄하지 않은 언덕을 뛰는 힐 트레이닝 훈련까지. 이 조건은 공평하고 러닝 훈련을 통해 나아진다.

주관적 조건이 있다. '컨디션 관리'. 화장실 이슈 같은 생리적이고 원초적인 각자의 조건. 제 때 급수를 하지 못하거나 에너지를 보충하지 못해서 만나는 다양한 문제들. 컨디션 관리는 러너 자신에게 달려있고 가장 기본이 되는 자기 관리 훈련이다. 먹는 것부터 자는 것, 자신의 멘털을 관리하는 부분까지.

러너가 된다는 건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객관적 도전을 이겨내는 주관적 조건을 키워나가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주로에서 마주치는 객관적 도전은 결국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고난과 도전의 물리적인 은유일 뿐이니까.

성공은 자신감의 언덕을 쌓는다. 패배는 두려움의 언덕을 쌓는다. 요즘 계속 높게 쌓기만 하던 두려움의 언덕을 어제는 두 발로 무너뜨렸다. 수많은 실패 중에 아주 작은 성공의 기록. 모처럼 330조 훈련을 버텨냈다. 풀린 날씨도 좋았고, 버텨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음을 몸과 마음으로 배우는 훈련.

자신을 낮추는 모든 것에 동의하며 살아왔던 두려움의 언덕이 아닌 자신감의 언덕을 향해 시선을 끌어올리는 훈련. 더 편한 곳이 있을까 뒤돌아보지 말고, 지름길을 찾느라 두리번거리지 말고, 앞만 보고 자신의 속도로 묵묵히 달리는 것. 자신감의 언덕은 물러서지 않은 그날의 한 걸음에서 쌓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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