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달리기에는 설렘이 있다
안녕하세요?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를 쓴 러너인 정승우입니다. 얼마 전 제가 다른 작가님 강연에 갔었는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가족의 위로와 응원으로 이겨냈다는 이야기가 주제였어요. 다들 고개를 끄덕일 때 저는 손을 들고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었어요.
"작가님, 만약 그때 가족조차 위로가 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겨내셨을까요?" 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오늘 이야기로 대신하려 합니다.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영혼 없이 살다가 달리기로 다시 자기를 사랑하게 된 마흔여섯의 남자인데요. 이런 사진, 굉장히 익숙하죠. 보통 중년 남자들이 저렇게 배가 나오지만 살보다 더 큰 문제는 의욕도 생기도 없다는 건데요. 한 마디로 영혼이 없이 살고 있었던 거죠.
이 사람은 결혼 15년 차에 초등학교 중학교 두 딸의 아빠였고, 회사에서는 기획팀장을 맡고 있었던 행정 14년 차 직장인이었습니다.
누구는 성과급을 몇 천 받았다더라. 집을 잘 투자해서 몇 억을 벌었다더라. 왜 누워만 있고 자기계발 안 하냐. 아니 피곤해 죽겠는데 주말에 무슨 자기 계발이냐고요? 나가서 걷기라도 해라 이런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잘 모르시겠지만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가장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 저였으니까요.
저는 집에서 분리수거 업무를 맡았는데요. 그때 제 체력이 어느 정도였냐면 한 번 분리수거를 다녀오면 문 앞에 음식물 쓰레기가 또 나와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사실 체력이 없어서 화가 났던 거예요. 또 한 번 내려갔다 와야 되는데 그게 너무 힘들어서 짜증이 나는 거예요. 몸이 무거워서요 어쨌든 운동은 TV로 보는 것조차 싫었어요. 걷는 건 말할 것도 없었죠. 철저하게 비운동인으로 45년간 살아온 거죠.
그러니까 여기 계신 분 중에 체력이 가장 안 좋았다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여기에도 기획팀에서 일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가장 인기 없고 일을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 부서죠.
어디나 기획팀, 팀장은 힘듭니다. 윗분들이 퇴근시간 다돼서 부릅니다. 급한 거니 내일 출근하면 바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그냥 야근하라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팀원들을 보내고 제가 하다 보니 일이 끝이 없더라고요. 교육부나 이런 데서 또 여러 가지 일들이 떨어져서 스트레스도 많았어요. 그때 아마 좌우명을 저한테 물어봤으면 그냥 이렇게 살다 가는 게 인생 아닐까.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가 마흔다섯의 저였어요.
회사에서는 중간 관리자를 맡으며 부서장과 팀원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상황이었어요. 안 좋은 일은 항상 같이 오더라고요. 집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광교로 이사를 오고 나서 코로나 시기라 그런지 아이들도 힘들어하고 관계도 멀어지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보니까 자취생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나이 먹고 이게 뭐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서비스가 사라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는 내 자신이 그런 대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게 더 문제였어요. 집과 회사에서 남들이 하는 말들을 믿기 시작한 거죠.
누군가 너는 자기 계발도 안 하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하면 그래, 난 정말 무능하다고 믿었어요. 그래도 회사에 가면 기획 팀장이고 멀쩡하게 일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어느 날부터 바보가 된 것 같았어요...(중략)
* 강연은 대략 이렇게 시작할 거예요. 출퇴근 버스에서 틈틈이 발표자료 고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