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아니세요?

by 러너인

달리기 시작 후 6년 만에 두 딸과 첫 대회 출발선에 섰다. 5km 대회는 낯설다. 10km는 거뜬한 막내딸과는 달리 첫째에게는 오늘 5km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출발선에서 미리 인증사진을 찍고 높은 의자에 앉아서 출발선에 선 인파를 바라보았다.

하프 러너들과 10km 러너들이 출발했다. 우리도 5km 현수막을 따라 줄을 섰다. 가족 단위 러너들, 아주 작은 아이들까지. 행복한 완주를 꿈꾸는 이들이 5km 출발선에 섰다. 나도 아이들의 뒷모습을 찍으며 무사완주를 빌었다. 5, 4, 3, 2, 1. 출발.

2.5km 반환점이 나온다. 첫째가 힘들어 보인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언니, 걸으면 안 돼. 천천히 계속 뛰어." 둘째가 응원하지만 호흡이 가빠진 첫째 귀에는 닿지 않는다. 다행히 조금 걷다가 다시 힘을 내어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또 한참을 가다가 바람막이를 내게 건넨다. "조금만 힘내자. 이제 4km 지났으니 곧 도착해."

힘에 부치는지 멈춰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안타깝다. 이제 정말 다 왔는데... 그때 주로 위 누군가 반갑게 응원을 건넨다. "바나나 런클럽 파이팅!" 대회 분위기를 내려 입은 BR 로고가 큼직하게 그려진 싱글렛 덕분이다. 나도 반가워서 "파이팅"을 외친다.

그분이 다시 말을 건넨다. "어? 작가님 아니세요?" 아이가 힘내기만 바라다가, 달리기 책 작가 아니냐고 알아봐 주신 그분께 놀랍고 감사했다. "아. 네네. 감사합니다." 두 딸이 웃는다. 아빠를 알아보는 분이 계시니 신기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겠지.

놀라운 일이 생겼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꿈쩍도 안 하고 걷던 첫째가 "쪽팔리니까 다시 달려야겠다." 다리를 들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 책을 쓴 아빠 딸인데 중간에 멈추고 걷는 모습을 보이는 게 부끄럽다고. 마법처럼 다시 뛰는 두 아이를 보며 행복한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결승선을 밟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따뜻한 응원과 "작가님 (딸) 아니세요?"라는 마법의 응원을 선물해 주신 어제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정말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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