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후
48시간 전, 디시인사이드 금욕 마이너 갤러리에 글을 올렸다. 태어나서 DC에 처음 쓴 글이다. 쓰기 전 한참을 망설였다. 이런 진지한 글을 올려도 될까?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실명으로 달리기 책을 쓴 내가 지독하게 솔직한 이야기를 쓰는 건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장문의 글로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도전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남자로서, 아빠로서 어떤 마음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나아가고 있는지 써 내려갔다.
금욕 2년 2개월 후 6개월 간 다시 나를 놓아버렸다. 계속 노력했지만 쉽게 성공하지 못했다. 마치 담배를 끊지 못하고 계속 피우는 흡연자가 된 것처럼. 그렇게 과거의 습관에 익숙해져 있을 때 새해가 밝았다. 용기를 냈지만 결심은 며칠을 가지 못했다.
그때 아이의 고등학교 배정일이 다가왔다. 통학이 어려운 곳으로 배정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배정일 아침 편지를 썼다. 오늘 아이에게 중요한 결정이 있는 날이니 도와달라고, 만일 아이에게 가까운 곳으로 배정이 되면 학교에 다닐 3년 간 기꺼이 다시 금욕을 시작하겠다고.
원하는 결과가 나왔고, 약속했듯 그날부터 나는 다시 금욕을 시작했다. 2년 넘게 성공했을 때의 자만심, 한 순간의 무너짐, 그리고 나의 욕망까지 약속의 도구로 쓰겠다는 아빠의 마음까지. 그 모든 과정과 감정을 가감 없이 담았다. 바닥까지 내려가서 쓴 지독하게 솔직한 글이었다. 수치심을 넘어 세상에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 매일 도전하고 매일 무너지는 수만 명에게 누군가는 진짜 자신을 담은 이야기를 전해야겠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디시인사이드에 글 올린 지 48시간 후. 조회 564회, 추천 수 17회. 5개의 댓글이 달렸다. 하나하나 답글을 달았다. 그렇게 두려워했던 익명에 기댄 조롱과 막말은 없었다. 감명 깊게 읽고 매 순간 욕망과 싸우는 동지로서 새로운 환기가 되는 글이라는 분, 2년 2개월 간 금욕기간 중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고 궁금해하는 분, 정말 가슴이 아프고 눈시울이 붉어진다는 분. 본인도 열심히 달려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빛이 어둠을 이겨낼 거라고 응원을 주시는 분. 세상의 빛이 되도록 함께 나아가자는 분도 계셨다.
네이버 금욕카페에 글 올린 지 48시간 후. 조회 205회, 추천 수 20개. 7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동안 실패하고 부끄러워서 모든 도전의 흔적을 삭제했다는 내용까지. 그럼에도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지독하게도 솔직한 글 하나. 걱정했던 반응은 없었다.
오히려 금욕을 떠나 아이를 위해 그렇게 까지 생각할 줄 아는 아버지인 것이 부럽다는 분, 네이버 작가소개에서 나를 보았다는 분, 이런 글을 작성해 주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분, 솔직한 경험을 나눠주어서 고맙다는 분, 수없이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는 동반자로서 깊은 응원을 받았고 감사드린다는 분. 이런 글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큰 힘을 얻고 카페에 가입하기를 잘했다는 분, 이런 응원이 되는 글을 자주 써달라는 분.
내 글 앞에서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당신을 떠올린다. 변화하고 싶지만 익명 뒤에서 매일 시도하고 매일 넘어지는 누군가를.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도 내 글을 읽고 누군가 한 명은 다시 시작할 힘을 얻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수치심도 어떤 비웃음도 견딜 수 있다.
달리기 책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미워하며 영혼 없이 사는 누군가에게 달리기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대문자 I인 사람들이 달리기를 통해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함께 나누고 응원하기 위해 썼다. 나는 이 글을 디시인사이드, 네이버카페, 브런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다시 주사위를 던진다.
아니,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묵묵히 어둠에서 빛으로, 빛에서 빛으로. 쓰러지고 구르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지금도 수없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익명의 당신을 뜨겁게 응원한다. 디씨 글에서 쓴 마지막 문구로 마친다. “형제여, 함께 나아갑시다. 계속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