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갑자기 방문이 열린다. 어둠 속 누군가 문턱에 서있다.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귀신인가? 몸을 일으켜 자세히 보니 첫째 딸이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왜? 어디 아파? 남자 친구랑 싸웠어?"
"엉엉. 방금 꿈을 꿨는데 교통사고로 아빠가 죽었어. 엉엉."
"아유. 무슨 소리야. 아빤 괜찮아. 엊그제 위 선종 제거수술 이야기해서 괜한 걱정을 하게 했네. 내가 미안해."
"아빠, 조심해. 엉엉. 조심해."
미안하고 고마워서 딸아이를 품에 꼬옥 안았다.
"그래, 아빠 조심할게. 우리 함께할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자. 너도 공부 열심해 해. 알았지?"
"응. 아빠."
교통사고로 아빠가 돌아가시는 꿈에서 죽음은 실제 사고가 아닌 부활, 변화를 의미한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거나, 건강이 회복되거나, 추진하시던 일이 크게 성공할 것을 암시하는 길몽인 경우가 많다. 딸이 아빠의 보호에서 벗어나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다. 새사람이 되는 일. 러너가 아닌 사람이 달리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일. 글 쓰는 삶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 새로운 습관으로 거듭나는 일.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 딸이 성장하는 인생의 소중한 시간에 곁에서 함께 울고 웃고 싶다. 살면서 달리기를 배우고 ISBN이 찍힌 내 이름 책 한 권은 세상에 새겼으니 여한이 없지만, 딸들에게 오래도록 기댈 수 있는 그늘이 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은 여전히 아쉽고 아쉽고 아쉽다.
날 위해 울어줄 누군가 세상에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새벽. 딸아, 너는 나의 봄이다. 너는 나의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