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후 1주가 지났다. 사이버대학 한국어학과 3학년 편입. 6과목 18학점. 만만치 않다. 시간관리가 중요하다. 온라인강의 6개를 듣는 시간만 9시간 45분이 걸린다.
언어학개론, 한국문학, 어휘... 생각보다 노동법이 재미있다. 임금, 연차 등 지금 나와 밀접한 노동과 관련된 이야기라 쏙쏙 들어온다. 처음 계획은 출퇴근 시간을 더하면 거의 4시간이니 매일 들으면 2과목, 3일이면 다 듣지 않나 싶었는데 현실은 아니었다.
일하느라 지친 뇌는 퇴근길에 학업콘텐츠가 귀에 닿는 걸 거부했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도파민 콘텐츠만 찾고 있다. 그나마 출근길은 괜찮았다. 언제 뛰고 언제 쓰고 언제 듣고 언제 복습하지? 고민이 된다.
일요일 아침 모처럼 이어폰을 끼고 달리러 나왔다. 음악을 들을까 하다 사이버대학 강의가 생각난다. 강의를 들으면서 뛸까? 핸드폰을 끄면 강의가 꺼져서 켠 상태로 베스트 앞주머니에 꽂고 천천히 달려본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집중도 잘되고 무엇보다 달리기와 병행할 수 있어서 좋다.
11km 정도 달렸더니 한 과목이 끝났다.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딸과 새벽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걸으며 써서 인스타에 올렸다. 달리면서 듣고 쓰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일요일을 거쳐 6과목을 모두 들었다. 제대로 복습한 건 아니지만 일단 앞으로 어떻게 공부를 병행해야 할지 어느 정도 루틴을 잡았다.
평일 새벽에 달리러 나갈 때 강의를 듣고, 출퇴근길에 최대한 강의를 듣기로 했다. 오늘 월요일 새벽 6시 5분. 새벽런하기에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 제목 부제 한 줄에 마음이 움직였다.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은 모두 이 책으로 글쓰기를 배웠다."라는 부제.
갑자기 '책'이라는 단어가 '달리기'로 내게 다가왔다.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은 모두 달리기로 글쓰기를 배웠다."라고. 그래 쓰기 위해 달리자. 공부하기 위해 달리자. 불끈 뜨거운 뭔가가 가슴에 올라왔다.
레깅스를 입고 달리러 나갔다. 조금 늦었지만 딱 40분만 달리기로 했다. 40분이면 6km가 조금 안 되는 거리를 뛸 수 있고 신대호수를 돌 수 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사이버대학 강의 하나의 절반 이상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안 뛸 이유도 없고, 뛴다는 핑계로 공부를 안 할 이유도 없다.
언어학개론을 들으며 월요일 새벽을 열었다. 다닝크루의 새벽런 모임이 5시 40분에 집에서 3km 떨어진 곳에서 있어서 잠시 망설였지만, 늦은 데다 공부하면서 뛰어야 해서 빨리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느리고 느린 페인스로 즐겁게 달린다. 40분 안에 집에까지 돌아와야 해서 빡빡하다. 더 일찍 일어나서 5시 30분쯤 나오면 언덕코스를 한 번씩 다녀오는 챌린지모닝도 가능하지만 목표는 다음으로 미루고 달리고 들어왔다.
공부가 달리기가 되고 달리기가 공부가 되는 삶.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이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달리기로 인생을 배웠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