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짜리 댓글 하나

by 러너인

“이 댓글 덕분에 앞으로 최소 20년은 지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여중생의 서평에 감동받은 김종원 작가님의 글. 나도 댓글을 달았다. “저도 이 댓글 덕분에 최소 30년은 지치지 않고 쓸 것 같아요.”

이 글은 그 댓글 이야기다.

한 달 전 스레드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 하나씩 글을 올렸다. 누가 볼까? 전문가들의 화려한 이야기, 더 많이 돈 버는 법, 더 빨리 더 많이 달리는 법을 다루는 글 속에서, 나는 달리는 삶을 잠시 멈추고 온기를 전하고 싶었다. 응원해 주는 분들을 만났다. 얼마 전 댓글 하나에 눈이 멈췄다.

"달릴 때만큼은 오로지 나를 위해, 소중한 나를 위해 달리니까 너무 행복했거든. 너의 따뜻한 이야기가 읽을 때마다 눈물바람 만든다. 고맙다!" "스친이 글은 언제나 마음을 울려." "근래에 읽은 글 중에 제일 따습다." "스친이 글 읽을 때마다 눈물바람. 감동."

내 마음을 읽어준 고마운 그에게 눈사람 사진과 댓글을 남겼다.

“언젠가 퇴근하다가 집 앞에서 눈사람 두 개를 봤어. 처음엔 멀찍이 서 있더니, 다음날 보니 서로를 기대고 있더라. 갑자기 이유도 없이 울컥했어. 그래, 너희도 녹아 사라지기 전에 서로를 기대며 버텨내고 있구나. 오늘도 힘내어 하루를 살아내고 있구나 하고.
삶이란 어쩌면 하루하루 녹아가는 눈사람일지도 몰라.

하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온기라도 남길 수 있다면, 맑은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해도, 그 따뜻함은 남아 있을 테니. 달리다가 가끔, 눈 위에 내 이름을 쓰고 ‘사랑해’라고 적곤 해. 달리기가 내게 선물해 준 자기 사랑. 춥고 따뜻했던 겨울날을 떠올리게 해 줘서 고마워”

그가 답글을 남겼다.
"열 번쯤, 다시 읽었어. 그대 글이 나에게 어깨를 내어준 눈사람 같은 거 알아? 읽으면서 그대와 대화 나누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것도... 어제 그랬어. 쉼 없이 쏟아지는 말들에 최대한 이해하려 애쓰다가 아무 말도 못 한 날. 그 답답한 마음이 달리면서 조금씩 풀렸어.

그러다 문득, 의미 있다고 여겼던 것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삶이라 해도, 그때 느낀 감정들은 남아 나를 지켜주는 것 같더라. 스친아, 글 써줘서 고마워... 너의 글이 주는 위로와 힘이 고마운데, 내 짧은 어휘로 다 표현할 수 없어 아쉽다."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댓글이 주는 위로의 무게에 가만히 멈춰있었다.

다시, 답글을 달았다.
“오래전, 스스로 작고 보잘것없다고 느끼던 시절이 있었어. 생일날, 선배가 건넨 카드에 이렇게 적혀 있었지. ‘승우야, 너도 네가 좀 이상하다는 걸 알지? 너를 보면 세상이 마치 비뚤어진 사각형 같아. 언젠가 네가 나아지길 바라. 생일 축하해.’

그날, 혼자 조용히 울었어. 그때 내 마음은 아팠어. 비난이 아닌 위로가 필요했거든. 그랬던 내가 이제는 글로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있음을. 그 마음을 한 올 한 올 다 느껴주고, 내게 더 큰 용기를 주는 스친아. 쉽지 않지만, 그래도 힘차게 달리는 우리가 되자. 나도 네 댓글과 소중한 마음에 얼마나 위로받는지 말로 다 전하기 어려울 정도야. 고마워. 힘내자.”

그가 열 번쯤 다시 읽었다던 내 댓글, 나는 아마 그의 답글을 삼십 번쯤 읽었을 것이다. 일하다가도 문득 그 말이 떠올라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를 치유하기 위해 시작했던 글이, 글을 넘어 누군가의 마음에 닿고 있었다. 누군가 읽어주는 것만으로, 나는 4년간 오히려 위로받고 있었다.

사랑하는 문장이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될 거예요."

책을 내는 작가에게 이 글을 선물하고 싶다. 이번 달 첫 책을 내는 내게도 선물하고 싶다. 얼굴도, 지역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와 글 하나로 만나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앞으로 최소 30년은 지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고마운 스친이의 따뜻한 댓글 하나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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