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서평에 부치는 마음의 편지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by 러너인

안녕하세요. 책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를 쓴 저자 정승우입니다. 퇴근길 버스에서 처음 이 서평을 읽었을 때, 저는 “완독서평”이라는 네 글자에 뜨거워졌어요. 전 달리기에 빠지기 전엔 연극 관극에 빠졌고, 그전에는 서평단 활동을 했어요. 책을 좋아했지만 매번 구입하는 건 부담스러워서 책을 지원받고 리뷰를 쓰곤 했죠.


어느 날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리뷰를 쓰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읽기보다는 넘기고, 마음에 드는 문장 몇 개만 메모하고, 사진을 찍고, 출판사 문구를 섞어 서둘러 리뷰를 올리던 날들이 반복됐죠. 문득 생각했어요. 이건 내가 성장하는 독서가 아니구나. 그날 이후로 정말 읽고 싶은 책은 꼭 직접 구입해서 마음으로 읽기로 했어요. 그날로 서평단 생활을 접고 정말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꼭 구입해서 보게 되었어요.


아는 분이 쓴 “돈을 쓰는 곳에 마음을 싣는다.”라는 글귀를 좋아해요. 우리는 가치가 있는 곳에 돈을 쓰려고 하고, 자신의 소비가 어디에 집중되는지 살펴보면 자신의 삶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있다고요. 그래서 선생님이 제목에 쓰신 “완독서평”이 네 글자가 주는 진짜 의미를 느낄 수 있어서 감동받았어요.


“미운 내가 싫어서 달리기 시작했다”는 문장을 꺼내시며, 소름이 돋았다고 하신 표현에서 저는 마치 제 마음이 누군가에게 가 닿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어요. 사실 그 문장은 이 책을 쓰게 만든 모든 이유였고, 저를 달리게 만든 이유였기도 해요. 그 문장을 꺼낼 때 조금 떨렸어요. 나 자신이 싫다는 고백은 부끄럽고 두려운 일이니까요. 그런데 윰글님의 서평에서 저는 그 고백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공감과 시작의 용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마라톤 중 화장실이 급할 수 있는 건 엘리트 선수들이나 저처럼 일반인 러너 모두에게 찾아오는 두려운 순간이에요. 중간에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그날은 대회를 위해 추운 겨울과 장거리 훈련을 이겨낸 제 자신이 너무 아쉽고 아까워서 도저히 화장실에 갈 수 없었어요. 어떤 순간엔 못 가기도 했지만, 많은 경우에는 안 가기로 마음먹었던 거죠. 너무 간절하게 준비하면 화장실조차 참게 된다는 걸 그날 몸으로 느꼈어요.


사람들은 지금도 그분이 오물이 묻은 채 끝까지 달리는 사진을 보고 똥 싼 남자라고 비웃기도 해요. 아니에요. 저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그의 마음을 느껴요. 어떤 이유로든 한 번 중도에 포기하면 습관이 되고, 결국 인생에서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포기할 것임을 알기에 끝까지 달렸다고. 똥을 싸며 달린 나보다 중간에 포기하는 모습이 더 부끄러웠다는 그의 말처럼. 저는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정한 의미를 이 에피소드에서 전하고 싶었어요.


사실 러너가 되기 전에는 저도 ‘레깅스’를 입는 걸 이해하지 못했어요. 제가 직접 달려보니 장거리를 달릴 때 레깅스가 아니면 다리가 쓸리고 아파서 달리기가 어렵더군요. 장거리를 달리기 전엔 몰랐어요.


‘딸들과 함께 달리는 아버지의 마음’을 상상해 주신 대목에서는 저도 괜히 울컥했어요. 그 순간은 정말이지, 달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빠로서의 삶까지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었거든요. 딸들과 추운 새벽 나란히 어깨를 끌어안고 씻은 한 장의 사진은 저에게도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우연처럼, 필연처럼.”

달리기가 나에게 찾아온 건 참 우연이었지만, 그 우연이 계속되자 필연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제는 그 우연의 필연이, 소중한 윰글님과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또 하나의 선물 같아요.


사실 제 글에서 달리기는 은유에 가까워요. 누구나 자신만의 달리기가 필요하죠. 무엇보다 감동이었던 건, 윰글님께서 이 책을 그냥 ‘러닝 에세이’가 아니라 '삶을 함께 뛰는 이야기'로 읽어주셨다는 사실이에요.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100km를 달려보지 않아도, 누구나 인생이라는 마라톤 속에서 스스로에게 물 한 잔을 건네며 달리고 있다는 걸, 윰글 님의 글을 통해 새삼 깨달았어요.


주신 글은 서평을 넘어 누군가가 삶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의 빛을 발견하는 기록 같아요. 진심을 담아 써주신 이 서평을, 저는 오래오래 간직할 거예요. 그리고 힘이 들 때마다 다시 읽으며 “아,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았구나” 하고 조금 더 힘내어 달릴 거예요.


고맙습니다, 윰글님. 선생님의 하루에도 언제나 따스한 위로가 늘 함께하기를 바래요. 오늘도 자신만의 리듬으로 멋지게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달리고 계실 선생님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정승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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