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실행력이 느린 사람이었다. 항상 먼저 머릿속으로 모든 설계도를 그리고 실패할 경우의 수를 따지고 100%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 때만 움직이던 머리형 인간이었다. 논리적인 설계도를 그리는 책상 위 전략가 인티제(INTJ).
달리기에 빠진 인간은 변화한다. 설계도를 그리는 머리와 동시에 반응하는 몸. 마치 왼발과 오른발이 협응 하여 이뤄내는 달리기처럼. 몸과 머리를 일치시키는 훈련. 전략을 세우는 동시에 목표를 향해 달려가거나 일단 뛰면서 전략을 세우는 신기한 변화다.
생각하는 인간에서 행동하는 인간으로의 변화. 그게 달리기가 내향인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되든 안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도전하고 멈추지 않는 것이 달리기가 내게 준 선물이니까.
나이? 팔로워 수? 사실 우리가 운동을 하며 신체나이를 젊게 한다는 의미는 그 나이의 정신으로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 어린 척하며 치기 어린 삶을 꿈꾸는 게 아니다.
꾸미는 글, 삶이 담겨있지 않는 글보단 오리지널을 쓰고 싶다. 삶의 주름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되 인위적인 무언가가 아닌 건강한 땀과 웃음으로 그 주름을 활짝 펼 용기를 주는 글. 책을 덮으면 바로 운동화를 조여매고 달려 나갈 용기를 주는 글, 다시 달리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
며칠 전 휴먼북 라이브러리 등록 신청서를 냈다. 사람이 한 권의 책이라는 휴먼북. 어떻게 되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도서관에서 전화가 왔다. 잘 받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혹시 재능기부로 강의도 가능한지 묻는 담당자님.(안 그래도 북토크 가능한지 여쭈려고 했는데...)
6월에 수원 광교푸른숲도서관에서 첫 북토크를 했었고, 북토크든 뭐든 기회를 주시면 함께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강사료가 없는 재능기부도 좋고 뭐든 제가 뒤늦게 시작한 운동과 쓰기로 변화된 삶을 비슷한 고민이 있는 분들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휴먼북 등록에 필요한 성범죄 이력조회 동의서와 강의계획서 양식을 메일로 받았다. 강의계획서 앞에선 조금 멈춰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단 오실 분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휴먼북 프로젝트. 일요일에 지원서를 쓰느라 꼬박 5시간이 걸려서 3일 만에 결과가 나왔다. 등록하고 기다리는 수동적인 삶이 아닌 중간에 결과를 여쭤보기도 하고 또 돈에 연연하지 않고 기회만 줘도 정말 감사하다고. 시기는 언제가 좋냐고 물으셔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자주 가는 상현 도서관에 내 책이 있다. 누가 빌렸을까 궁금했다. 들어가 보니 최근 3개월 간 도서 대출건수 100건.
40대(60회) > 30대(20회), 50대(20회) 감사하다. 40대가 가장 많다. 나이보다 10~15년 젊은 글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아무래도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되는 나이가 그때부터일 테니까. 아마도 35세~54세가 내 책의 메인 독자일까?
올초부터 꾸준히 해온 스레드 통계를 보니 팔로워 1,600명 중 35-44세가 43%, 45-54세가 35%다. 35세~54세가 78%, 25~34세 13%, 55~64세 8%. 아마 반말로 소통하는 스레드 글 특성상 연령대가 더 나아지는 게 아닐지.
자신의 글의 주 독자를 알고, 생각하며 쓰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이니 35~55세까지 20년 기간에 계신 분들을 위해 열심히 써야겠다. 지금 인별에서 이 글 읽으시는 분들도 그 연령대이실지 궁금하다.
도서관에 내 책이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다. 동네도서관 한 곳에 등록된 책 3개월 대출건수를 보니 달리기에 관심 있는 분들께 많이 닿은 것 같다. 세상에 도서관은 많고 아직 내 책이 없는 도서관이 널리고 널렸으니까. 달리기로 새 삶을 꿈꾸는 누군가 내 책이 좋았다면 희망도서로 신청해 주길.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달리고 있는, 달리기를 꿈꾸는 당신에게도 아직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듯. 오늘도 책을 쓴다. 삶으로, 두 발로. 휴먼북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