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5km를 달린 너에게

by 러너인

떨림 가득한 너의 후기에 나도 기뻐. 절대 달리기는 안 할 거라 다짐했는데 어느새 러너가 되었다는 너처럼 5년 전 나도 그랬었지. 달리기? 그런 걸 왜 하지?

어떤 단어가 인생에서 살아 움직일 때가 있어. '달리기'란 단어가 그래.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나 풀코스를 여러 번 뛰어보니 이런 못된 마음이 들어. "야! 입 닫고 일단 풀코스 먼저 뛰고 나서 그런 이야기해."

^^ 잘난 척이 아니라, 그만큼 입으로 떠드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게 정말 다르다는 걸 느껴. 죽은 단어를 꺼내어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 때 그 단어는 힘이 없으니까.

나는 살아있는 단어를 쓰고 싶어. 방금 바다에서 건져 올린 펄떡거리는 물고리처럼. 날카롭고 부드러운 지느러미처럼 물이 뚝뚝 떨어지는 단어들. 땅방울처럼 반짝이는 자음과 모음. 그게 러너들이 쓰는 글일 테니까.

난 니타 스위니 책을 좋아해. 니타는 잘 달리는 러너가 아니야. 물론 잘과 잘이 아닌 구분은 모호하지만. 남들 눈엔 뚱뚱보 느림보 러너지만 그녀는 믿지 않았어.

그 장면을 읽을 땐 항상 눈물이 나. 대회장 화장실 장면이야. 러너라면 흔한 경험이지. 마라톤 대회에 처음 나가면 휘둥그레지는 장면이 펼쳐져.

간이화장실 수십 개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고, 러너들의 화장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장관.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하지. "아! 내가 대회장에 있구나. 마라톤 대회에 왔구나"

새벽부터 움직여서 그런지 집에서 해결해도 이상하게 대회장만 오면 또 화장실에 가고 싶어. 작은 걸 해결하면 왠지 큰 게 생각나고. 큰걸 해결하면 왠지 작은 게 생각하는 대환장 부르스. 대회장 화장실 에피소드.

니타도 그랬어. 마라톤 대회 중 배탈이 났어. 간이화장실로 달려가서 엉거주춤 볼일을 보는 자신의 모습에 현타가 왔어. 그때 머릿속에서 이런 목소리가 그녀를 비웃기 시작해.

"야. 넌 지금 네가 뭔가 된 줄 알지? 러너라고? 넌 그냥 뚱뚱보 루저야. 주제 파악이나 해."라고 자신을 실컷 비웃고 끌어내리는 지긋지긋한 목소리.

가끔 나도 그래. 첫 책을 내고 꾸준히 글을 쓰고 최선을 다하지만, 어느 날은 눈뜨면 이런 목소리가 들려. "야. 넌 지금 네가 뭔가 된 줄 알지? 작가라고? 넌 그냥 외톨이 루저야. 주제 파악이나 해."라고 나를 실컷 비웃고 끌어내리는 지긋지긋한 목소리.

니타는 이렇게 맞서 싸우지. "밖에서 줄을 서 있던 사람이 문을 두드렸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혼자 길을 건너야 하리라. “나는 러너야.” 이렇게 속으로 되뇌었다. 팬티를 올린 다음 문을 열고 나가서 달리기 시작했다."

난 그 대목에서 항상 눈물이 나. "나는 러너야."라고 선언하며 팬티를 끌어올리는 니타가 마치 나 같아서, 문을 열고 나가서 달리기 시작한 그녀가 정말 나 같아서. 내 앞에 갇혀있던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간 나 같아서.

난 웃음이 나. "나는 작가야."라고 선언하며 글을 올리는 내가 진짜 나 같아서. 방 안에 갇혀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사실 내가 나를 가둔 시간이더라. 누군가 루저라고 비웃는 말을 믿지 마. 그건 루저의 말이니까.

달릴 땐 항상 힘들어. 비웃는 목소리도 항상 따라오지. 악플보다 더 무서운 집요하고 지긋지긋한 목소리. 내가 약해지고 성과가 보이지 않을 때 더 커지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두려움이 만드는 거야.

"똑똑!" 언제까지 간이화장실에 갇혀서 울고 있을 거야? 밖에서 줄을 서 있는 내가 문을 두드리고 있어. 너는 러너야. 당장 팬티를 끌어올려. 닫힌 문을 박차고 세상으로 다시 달려봐. 진짜 네가 누군지 세상에 보여줘.

네가 달리든 달리지 않든 이걸 기억해. 더럽고 냄새나는 화장실에 갇혀 있다고 느낄 때, 너는 루저라는 목소리가 들릴 때, 나는 러너라고 크게 외치고 달려. 다시 달리라고. (난 한 마디 더 해야겠다. 나는 작가야! 책을 쓴.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정말 축하해. 너의 첫 5km 완주를. 달리면 달릴수록 너는 너를 믿게 될 거야. 너의 가짜 목소리가 아닌 진짜 너의 목소리를 듣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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