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단뱀클럽 Apr 18. 2020

경제는 불안한데 주식은 왜 오를까?

우리경제는 안녕한가?

경제는 움직임이다. 코로나는 그 움직임을 타고 세계로 퍼져 나간다. 세계는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일시 정지를 택했다. 움직임이 멈추자 경제에 즉각적인 충격이 왔다. 코로나 광풍에 휩싸인 미국에서 지난 3주간 실업수당 청구자가 16.8백만명이다. 자그마치 전체 취업인구의 10%가 불과 3주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 이런 일자리 참사는 전쟁이 일어나도 보기 힘들다.     


코로나는 일차적으로 메디칼 위기다.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고 감염된 사람을 살려야 한다.  메디칼위기를 짧게 하기 위해선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메디칼 위기는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진다. 실업과 도산이 늘어난다. 코로나가 지구 끝까지 퍼진 이상 이제 깊고 짧게(deep&short)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게 최선이다. 일시적 충격이 크더라도 단기간에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하는 이유는 사람의 생명이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메디칼위기와 실물경제 위기가 길게 이어지면 그만큼 금융위기 가능성이 커진다. 실업과 도산이 줄을 이어 금융기관이 부실해지고 신용이 경색되면 다시 멀쩡한 기업과 가계도 파산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금융위기가 엄습하면 ‘깊고 짧은 충격 후 빠른 회복’의 기대는 물 건너 가고, ‘깊고 넓으며 오랜 경기침체’의 고통이 뒤따른다. 어떤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나서서 대담하고 즉각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는 이유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번 위기를 실물경제 위기 단계에서 막고 금융위기로 번지는 사태는 피하려는 그들의 몸부림이다. 예컨대 미국 연준이 정크본드까지 사주는 건 그렇게 해서라도 단기간에 자금을 지원해주면 기업이 살고 실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융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실업률이 단박에 10% 이상 치솟는데 만에 하나 금융위기까지 일어난다면 그 충격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우리경제는 안녕한가?     


올해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 경제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는 의료진과 온 국민이 합심하여 메디칼 위기 극복의 터널 끝에 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또한 완전봉쇄는 아니라서 메디칼 위기에 수반되는 실물경제충격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그러나 우리가 경제적 충격이 덜한 이유는 따로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나라 방역의 성공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별로 자각하지 못한 우리경제의 특성과 강점에 그 비밀이 숨어있다.


먼저 우리는 집중피해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이번 충격은 서비스업 중심으로 왔다. 우리나라는 주요국보다 서비스업 의존도가 낮아(한국 62%, 독일 69%, 스페인 75%, 미국 80%), 파급영향도 작은 모습이다.


특히 인적교류 제한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관광산업 비중이 유럽 등 주요국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고용대비 관광산업 비중을 보았을 때, 한국은 3%에 불과하다. 미국은 9.2%, 이탈리아는 14.9%다. 유럽 국가는 10~15%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 사태에 부작용이 크다.


우리는 제조업 등 직접 충격이 적은 분야에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재택근무 확산 온라인커머스 활성화로 반사이익 수혜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8%인데 이것은 유사한 구조를 가진 독일(21.6%), 일본(20.8%)보다도 꽤 높고, 이탈리아(16.6%), 미국(11.6%), 영국(9.6%)과는 비교가 안 된다.


거기다 우리는 외부활동 저하 충격을 완충해 주는 소비와 생산구조를 갖추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우리나라 온라인 소비 비중은 20%를 웃돈다. 이는 미국의 약 2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비교해 4배 이상 수준이다. 그리고 최근에 활성화된 배달 서비스가 외식 기피 등에 따른 요식업 소비 감소를 일부 보완해 주었다.


우리나라 제조업 자동화율은 세계 최상위수준으로 근로자 감염 등 노동 손실 충격을 덜 받는 구조다. 제조업 강국과 비교해 볼 때 근로자 1만명당 로봇 수가 한국 774, 독일 338, 일본 327로 우리나라가 압도적이다. 로봇은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으니 우리나라에서는 제조업 생산 차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는 제조업을 토대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국민소득 3만불 수준에도 아직은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마스크도 이 좁은 땅에 100여개 공장이 있어서 숨통을 돌릴 수 있었다. 경제가 성장하여 임금이 상승하고 일손이 부족할수록 공장을 국내에 두기란 사실 쉽지 않은 과제다.


코로나 위기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공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다. 한때 공장과 축사 거대창고가 거주지와 너무 가까이 있어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 왜 우리는 유럽 도시 같이 깔끔하고 엄격하게 도시계획을 못 할까 아쉬워하면서. 한편으론 무슨 보증을 10년씩이나 해주며 중소기업을 연명시켜주나 목소리를 높인 적도 있다.


어쩌면 그들은 환경이나 입지규제를 조금씩 어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 보증을 졸업해야 한다는 구박을 받아 가며 어떻게든 국내에 뿌리를 내리고 사업을 이어나가고자 했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온 수십만 제조회사와 종사자들에게 한때 내 짧은 생각을 반성하게 된다. 그들은 우리들의 숨은 영웅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언제까지 떨어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