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조차 뽑아보지 못하고
청소일을 그만두고 온전히 금융공기업 시험만을 준비하기에 매달려 보았다.
최저한의 생계비로 돈을 아껴가며 어찌저찌 서울에서 발을 붙이고 숨을 허덕이면서 공부를 해 나갔다.
작년 이맘때쯤, 모 기업의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필기시험을 보고 난 뒤의 내 감정은
'아 1년 빠짝 해보면 되겠다. 해볼만 하다.' 였는데,
그래서 1년 빠짝 해보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하게 작년에는 합격했던 서류전형에서 부터 탈락해서 시험조차 쳐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비슷한 계열의 다른 공기업 시험에 도전할 기회가 아직 여럿이 남아 있지만,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 생겨버리는 것을 보고 내가 조금은 안일했구나 하는 겸손함을 배웠다.
이런일이 생기면 드는 생각은
미래를 알수가 없구나. 미래는 뭘까? 지금은 뭘까? 과거는 뭘까? 시간은 뭘까? 나는 뭘까?
그렇다면 내일 아침에 내가 눈을 뜰것이라고 당연히 여기는건 굉장히 오만한 생각이지 않을까?
오늘 내가 도서관에 가다가 차에 치이지 않을 확률은?
같은 불확실성에 대한 오만가지의 생각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잠깐 컴퓨터에 오류창 같은게 떠서 순간적으로 이 글이 지워지면 얼마나 짜증날까? 하는 생각이 또 들었다.
각설하고, 시간이란것에 대해 정말 깊이 있게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통한 물리적인 접근이 아닌, 철학적 측면에서 사람이 인지하는 시간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 시간과 인지는 밀접한 관련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고 즐거운 일을 하면 시간이 빨리가는것 처럼 느껴지고, 그러지 않을때는 반대의 상황이 되는것을 상대성이론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 어려운 개념말고, 순전히 인간의 입장에서 이기적으로 시간을 탐구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내가 갖는 시간에 대한 생각은, 어떤 특정한 생각이 존재함으로써 시간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 나의 존재를 자각하고, 인지하는것. 특정한 생각의 꼬리를 잡고 그 속을 내 의식이 파헤쳐 나갈때
'시간이 흐른다' 라는 느낌을 받는것 아닐까.
공부를하면서 시험이 1년남았을때, 6개월 남았을때, 당장 다음주일때 나의 하루하루는 매우 다른 속도로 흘러갔다. 조급함과 간절함. 그것이 커질수록 내가 느끼는 외부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점에서
조급함과 시간은 반비례 하는것 아닐까.
와, 쓰다보니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재미없는 헛글이 되어버렸다.
브런치를 막무가내 일기장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은 참 좋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