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와 음악

동굴에서 찾은 침묵의 리듬

by runaway

한옥들이 흩어져 있는 북촌의 각 객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하고 풀풀 날리는 흙마당에서부터 시작해서.
4인이 누울 수 있는 방부터 좀 더 규모가 큰 한옥까지, 그리고 어떤 곳은 어두운 동굴 같은 공간까지.

그 동굴은 과거 방공호였다고 들었다.
해방 이후의 시간이, 전쟁의 시간이 그곳에 박혀 있다고.
높이 2미터 남짓, 호텔답게 백색 시멘트로 깔끔하게 마감된 공간.
차갑거나 으스스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다른 곳이었을 뿐이다.

방 옆 복도 한켠에 뻥하니 뚫려 있었다.
문이 없었다.
그냥 어두운 입구.
누군가는 거기로 들어갔다 나오고, 누군가는 몇 시간을 그 안에서 묵기도 했다.

처음 그 동굴 같은 방을 청소할 때, 나는 일반 객실과는 다른 기운을 느꼈다.
흙마당에서 들리는 새소리도, 바람소리도 여기까지는 거의 닿지 않는다.
벽은 밝고 깨끗하지만, 그곳에 갇혀 있는 과거의 시간들은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공간에서는 소리가 달랐다.
바깥의 한옥에서는 들을 수 있는 새들의 울음, 바람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음도 여기까지는 거의 닿지 않는다.
대신 들리는 것은 물이 흐르는 소리, 그리고 나 자신의 숨소리.

청소는 음악이다.
누군가는 그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청소하면서 스피커를 들고 다니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는 자주 생각했다.
그들은 왜 음악을 틀어야만 할까?

아, 침묵이 두려워서겠지.
혹은 청소라는 반복적인 행동을 견디기 위해서.
하지만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음악을 들었다.

흙마당의 발매트를 들어올리고 먼지를 털어낼 때.
팟팟팟팟.
리듬이 있었다.
매트의 먼지가 흙으로 돌아가는 그 소리는 마치 드럼처럼 규칙적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리듬에 나는 맞춰서 몸을 움직였다.

욕실 앞에서 젖은 바닥을 밀대로 닦을 때는 어땠나.
쓸쓸하고 시원한 소리가 났다.
물이 밀려가는 소리, 마루판에 닿는 소리, 그리고 밀대가 돌아올 때의 약간 다른 음정.
그것은 마치 바이올린의 활이 현을 튕기는 것 같았다.

세제를 스프레이할 때는 더했다.
슈악, 챡.
미세한 입자들이 공중에 퍼져나가는 그 소리.
화학 냄새가 나지만, 그 소리는 참 좋았다.
마치 빗소리처럼.
아니, 미세한 음악처럼.

누군가는 청소하면서 라디오를 틀었다.
아침 프로그램, 유행가, 뉴스.
그 소리들이 흙마당에 울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청소 자체가 이미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방공호였던 그 동굴 같은 객실에 들어갔을 때, 나는 비로소 그것을 깨달았다.
밖의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 그곳에서, 나는 오로지 물의 소리만 들었다.
물을 퍼붓는 소리.
물이 시멘트에 튀는 소리.
물이 모아져 흐르는 소리.

그 안에는 음악이 있었다.
자연의 음악.
시간의 음악.
침묵의 음악.

나는 그 동굴에서 청소를 했다.
라디오도, 핸드폰도 가져가지 않았다.
필요 없었다.
내 손으로 하는 스크러빙의 리듬, 물을 부을 때의 음향, 마지막으로 공기를 통해 습기를 날릴 때의 흐름.
그것으로 충분했다.

청소는 듣는 예술이기도 하다.
어떤 가정부는 하루종일 팟팟팟 반복음으로 귀가 지친다고 했다.
그래서 음악을 듣는다고.
하지만 나는 그 반복음 안에서 변화를 찾으려고 했다.
목재 바닥인 방과 타일 바닥인 욕실, 흙마당은 또 다른 소리를 낸다.
그리고 깨끗하게 시멘트로 마감된 동굴도 독특한 음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모든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찾는 것.
그것이 나의 청소였다.

밝은 시멘트 벽을 손으로 닦으며 청소할 때, 나는 생각했다.
이곳에 갇혀 있던 사람들도 소리를 그리워했을까.
방공호의 침묵 속에서, 그들은 어떤 음악을 들었을까.
자신의 숨소리? 아니면 위에서 울려 퍼지는 전쟁의 음향?

나는 그 공간을 조용히 청소했다.
라디오도 없이.
어쩌면 그것이 존경의 표시였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침묵을 지키면서, 현재의 소리를 듣는 것.

청소를 끝내고 나올 때, 나는 항상 그 동굴 입구 앞에서 멈췄다.
방 옆 복도 한켠에 뻥하니 뚫려 있는 그곳.
밖의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그 안의 침묵에 절을 하듯이.

한옥의 각 객실에서 나는 다양한 음악을 들었다.
흙마당의 매트를 터는 드럼, 욕실 바닥의 바이올린, 세제의 빗소리.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동굴의 침묵이 있었다.
밝은 시멘트 벽으로 마감된 그곳의 침묵.
문이 없이 열려 있는 그곳의 침묵.
영원할 것 같은 침묵.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침묵도 음악이라는 것을.
그리고 청소는, 그 음악을 듣는 가장 깊은 방식이라는 것을.

누군가는 청소하며 라디오를 켠다.
누군가는 핸드폰으로 플레이리스트를 튼다.
하지만 나는 청소 자체가 만드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것이 내가 배운 음악의 언어다.
그리고 어쩌면, 청소가 종합예술인 진짜 이유는 거기에 있는 것 아닐까.
모든 감각이 한 순간에 깨어나는 그 공간에서.
침묵과 소리가 함께 무는 춤을 추는 그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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