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러너헨리 Jun 03. 2024

신규사업 기획의 출발은 '골격잡기'

한정된 시간과 인력을 바탕으로 경영자의 니즈에 맞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송 대리, 좀 봅시다”     


 바짝 마른 송대리(34세)가 출근한 지 10여 분 만에 권 부장(46세) 자리로 불려 간다. 송 대리는 내가 속한 전략기획팀 중 유일하게 영업만 8년 동안 한 경력사원이다. 부서장인 권 부장과 직속 부하 정 과장(40세)은 S그룹 종합조정실 출신으로 소위 말하는 ‘기획통’이다. 또 다른 경력자인 김대명 씨(33세)는 동종업계 마케팅 기획자 출신, 그리고 입사 2년 차 공채 직원 나, 이도형(31세) 이렇게 5명으로 우리 팀은 구성되어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권 부장이 회의실로 전체 팀원들을 소집했다. 전략기획팀은 별도 정례회의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고 보통 매일 아침에 30분 정도 회의를 한다. 그 외에는 개별적으로 권 부장 자리에서 일대일로 미팅을 한다.     


 “이도형 씨, 이거 4부만 복사해 줘요”     


 권 부장이 건넨 것은 그가 손으로 쓴 A4 원고 10장 분량이다. 권 부장은 늘 언제나 그랬듯이 어떤 미션을 주면 하얀 백지에 컨셉을 그린다. 그가 연필로 작성하는 이유는 지우개로 지울 수가 있고 때로는 그림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을 ‘골격 잡기’라 불렀다. 권 부장의 ‘골격 잡기’는 매일 아침에 주로 이뤄졌는데 그 시간이 자신의 머리가 비교적 맑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방식을 통해 회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골격 잡기’는 한마디로 목차 만들기다. 우리는 작가나 연구원이 아닌 직장인이다. 직장인은 급여를 받고 한정된 시간 내에 결과(Out-put)가 나와야 한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목차’란 방대한 자료조사와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닌,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납기(Dead-line)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최적 목차를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이 역할을 전략기획팀에서는 권 부장이 하고 있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바로 권 부장 자신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업의 종류는 다양하다. 제조업, 서비스업, 무역업, 온라인판매업 등, 도형은 복사하며 그의 ‘골격 잡기’ 기본 구성을 훑었다.     


 첫 번째, 용어 정의     


 사업성 검토를 하는 첫 번째 중의 첫 번째이다. 지금 하고자 하는 사업의 기본 개념을 잡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어 우리에게 주어진 사업이 ‘지능형 AI 기능 CCTV 카메라’라고 생각해 보자. 제목부터가 거창한 이 아이템을 예로 든 것은 어느 시대이든 신규사업은 기존에 존재하던 상품 또는 서비스가 아니기 떄문이다. 현재 급속히 인공지능 시대로 들어선, 앞으로 AI 기능이 탑재될 무궁무진할 아이템이기 때문에 예로 들어본다.     


 가장 먼저 ‘카메라’에 대해 알아야 한다. 카메라의 기본 원리, 그리고 카메라의 구성요소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기초자료를 찾는다. 그리고 최근 카메라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는 뉴스를 검색한다. 성실한 기자분이 만든 뉴스에는 자세한 시장 또는 제조사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카메라 기술 추이, 업체별 비교표 등 특집기사 형태의 자료를 찾을 수도 있다. 또한 제목처럼 AI 기능이 탑재된 카메라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자료를 다시 찾아야 한다. AI란 무엇인가, ‘왜 일반 카메라가 아닌 AI 카메라라 명명했을까’와 같이 다양한 카메라 정보를 취합한다. 여기서 주의할 사항은 여러 가지 정보를 많이 수집하되 정리만 할 뿐 핵심적인 용어 정의에 집중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차의 구성요소     


 앞으로 연재하며 다룰 내용이지만, 신규사업 검토를 위한 필수 요소는 시장조사, 포지셔닝 전략, 마케팅, 재무분석, 그리고 Action Plan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러한 구성요소는 짧게는 1주일, 보통 1개월, 길게는 3개월씩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고, 가용 인력을 1명이 다 할 수도 있고 5명이 역할 분담을 하여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목차를 구성하면서 주어진 기간 내 할 수 있는 최적의 목차와 그 내용의 깊이를 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참고로 경영진 보고전 최소 2일 전에는 내부적인 보고서를 끝마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1일 전에는 보고자(여기서는 권 부장)가 맑은 정신으로 1번 리뷰를 해보는 것이 필요한데 이때 전반적인 흐름, 논리적인 미진한 점 또는 논리적 충돌, 때에 따라서는 보강 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가용 인력의 역할 분담     


 한정된 시간에 가용 인력의 역할 분담(R & R, Role & Resposibility)을 적절하게 해야 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각 직원의 능력치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복사를 마친 도형은 회의실에 들어가 자료를 배포한 후 자리에 앉는다.     


 “아까 송 대리에게 물어보니 수입사의 경우, 총판, 대리점 통해 견적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국내 H사, I사 등 제조사들까지 총 10개 사 견적을 받아서 모델별로 분석해 봅시다. 오늘 미리 자료를 요청해야 이번 주 수요일까지 받을 수 있겠죠” 


 권 부장이 모두에게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차주 월요일에 보고할 것으로 미루어 짐작되었다. 오늘이 월요일이니 목요일까지 각자 자료를 만들어 1차 내부 리뷰를 한 후 목요일 퇴근 전 권 부장께 보고하는 일정인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권 부장은 자신이 만든 골격을 넘기며 설명하고 역할 분담을 진행했다.     


 “이도형 씨와 김대명 씨가 수요일까지 자료조사 해서 정리합시다. 이도형 씨는 온라인 공개된 자료 외에 국회도서관, 관련 협회, 무역통계자료를 찾아보고 김대명 씨는 경쟁사 자료와 법적 사항 알아보고, 송대리는 견적서 받고 업계 관계자 인터뷰, 영업전략 작성해 보세요. 정 과장은 매출, 원가, 판관비, 필요 투자비와 특허권같이 특이비용을 꼼꼼하게 근거를 적시하여 산출하고 수요일 오후에 나와 별도로 이야기합시다”     

 

 일사불란한 회의를 마치고 송대리와 김대명 씨는 일 층으로 내려와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외근 일정을 맞춰본다. 아직 미혼인 송대리는 요즘 부쩍 담배가 늘었고 김대명 씨 역시 결혼한 지 이제 3년 차인데 담배가 절대 줄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항상 하듯이 돌아가는 업무일 수도 있으나, 경쟁사 조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신규사업의 성패는 이와 유사한 사업을 시작한 선행업체 사례를, 또는 당사와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이 이 사업을 하고 있다면 하는 이유를, 하지 않고 있다면 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공개적인 자료를 찾는 도형 씨와 달리 내부 자료에 접근해야하는 대명 씨에게 있어서 한정된 시간 내에 유용한 자료를 획득하는 일이야말로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기본적인 영업전략을 산출해야 하는 송대리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닌 게 시장에서 이미 통용되는 마케팅 전략을 답습하면 결국 경쟁사와 동일해지기 때문에 차별화된 전략을 짜야만 했고 이를 위해 앞으로 3일간 인터뷰할 대상이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다음 시간부터는 ‘골격 잡기’안에 표기된 하나하나의 목차별 업무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월, 토 연재
이전 01화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