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작고하신 H그룹 회장님과 일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권 부장이 회의실로 부서원들을 소집하더니 브로슈어 하나를 툭 던지며 하는 말,
'사업성 검토 보고서 써보자, 이번엔 일주일 기한이다.'
'90년대 초, '신입사원 사관학교'라 불리는 H그룹에서 이도형 신입사원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당시 회장님은 국내외 전시회를 다니면서 수집한 자료, 또는 외부 협력사와 만날 때 받은 각종 자료를 사내 '전략기획팀'으로 보낸 후, 수시로 보고서를 요구하셨다.
회장님에 대해 인상적인 기억은, 승용차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갈 때 임원 3~4명이 수행하며 걸어가면서 보고를 받는 모습이다. 파란색 와이셔츠를 팔꿈치까지 걷고 임원들에게 질문하는 모습이 열정적으로 느껴졌고 신입사원인 나에게 왠지 멋져 보였다.
'전략기획팀'은 부장, 과장, 대리, 사원 2명 등 5명으로 구성된 신생부서로서 권 부장과 정 과장은 국내 1위 S그룹 기획조정실 출신으로 신규사업 기획 미션을 주면 마치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하는 느낌으로 왠지 신이 난 것처럼 보여졌다. 돌이켜보면 부담감을 들키지 않으려는 모습인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매번 완성도 높은 보고서를 제출할 때마다 신기하기도 했고 나름대로 신뢰가 가기도 했다.
권 부장은 짧고 간결하게, 핵심이 드러나게, 국내외 시장 니즈가 반영된, 우리 내부 역량을 극대화하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타사 대비 핵심 경쟁력을 무엇이며, 어떻게 마케팅하며, 어떤 재무제표가 예상, 마지막으로 이를 수행하기 위한 Action Plan은 무엇인지가 담겨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늘 듣던 이야기였다.
나는 H그룹에서 6년간 매주, 마치 '신규사업 사업성 검토 공장'처럼 보고서를 '생산'하였고, 이후 대기업에서 30여 년간 줄곧 신규사업을 검토하면서 이것 하나는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혹자는 대기업 신규사업은 사주가 2세들이어야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신규사업의 실패에 대한 Risk를 일반 직장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고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몸담았던 대기업들도 나름 보수적인 조직이었고 Top-down 식 신규사업 추진 비중이 높았던 건 사실이나 경영진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논리적인 보고서 작성은 결국 Bottom-up 이어야 하기에 실전적인 그 체계를 잡는데 이 글 작성의 목적이 있다.
딱딱하고 이론적인 자기계발서가 아닌 말랑말랑한 현실감 있는 신규사업 기획 실전 전략을 이야기해 본다. 기업의 직원으로서 업무에 활용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개인적인 사업을 할 때도 이러한 분석이 도움이 될 것이라 사료된다.
[목차]
1. 프롤로그
2. 신규사업 기획의 출발은 '골격 잡기'
- 한정된 시간과 인력을 바탕으로 경영진의 니즈에 맞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3. 신규사업 기획의 근간은 '시장조사'
-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여 향후 예측/전망, 경쟁사/해외사례 분석을 튼튼히 한다.
4. 신규사업의 핵심은 '최적의 포지셔닝'에 있다.
-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어 시장에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5. 신규사업 성공의 키는 '마케팅'에 달려있다.
- 시장 니즈에 맞는 영업전략을 우수한 영업네트워크를 통해 전개한다.
6. 신규사업은 결국 '돈이 되어야 한다.'
- 사업을 전개하면서 매출/매출이익/판관비/영업이익, 그리고 투자비와 회수 기간을 산출한다.
7. 신규사업 'Action Plan'을 작성한다.
- 검토 의견이 긍정적이라면 언제/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