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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그라임스의 하루

우주민박 메이앤앨리스

by 메이앤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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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민박 메이앤앨리스>

10화. 그라임스의 하루


그라임스는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면이 그녀를 밤마다 찾아왔다. 때문에 낮에는 보통 사막에서 선탠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베타 센타우리의 햇볕 만큼은 말리부 못지 않아.”

“”베타 센터우리의 주성이 태양보다 강하게 빛을 내뿜는 것 같습니다. 마드모아젤.”

그라임스가 페페에게 물었다. “요즘 뭐 재미있는 일 없어?”


“예 마드모아젤. 아무래도 게스트하우스 주인인 앨리스와 콜라가 썸을 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콜라? 그 멍청한 길치 말이야?”


“예. 마드모아젤.”


그라임스는 콜라의 얼굴을 떠올리려고 해봤지만 명확한 상이 잡히질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일 이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타입이었다. 더군다나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길을 잃고 지내는 콜라의 얼굴을 본 지도 오래되었다.


페페는 콜라와 앨리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콜라가 또 길을 잃고 오랜만에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온 때였다. 콜라의 기준으로는 이틀만에 게스트하우스를 찾았으니 기록을 세울 만큼 떠나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2일만에 길을 찾았네요.”


“차라리 밖에 안나갈까봐요. 매번 길을 잃으니.”


앨리스가 건넨 물수건을 받은 콜라는 먼지투성이인 얼굴을 닦았다. 앨리스는 콜라의 얼굴에서 빛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우리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내면서도 같이 밥을 먹은 적 없잖아요.”


“그랬던가요?”

콜라는 사막에서 헤매느라 게스트하우스에서는 거의 식사를 한 적이 없었다.


“우리 밥 한번 같이 먹어요.” 앨리스의 청에는 밥 먹자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사랑에도 길치인 콜라는 깊은 뜻까지 알아듣지는 못했다.


“좋아요. 내일 산책 나가서 또 길을 잃지만 않는다면요.”


페페는 그라임스에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페페는 남의 이야기를 엿들어 그라임스에게 옮기는 걸 자신의 의무처럼 여기고 있었다.


“제가 들은 바로는 둘이서만 오붓한 시간을 가진다고 하더군요.”


“흐음. 관심 없어.”


F-717이 어느새 페페를 밀치며 끼어들었다.


“주인님. 원시적인 부채보다는 제 냉풍기가 더 시원합니다.”


F-717의 손은 냉풍기로 변해 있었다. 그 안에서 시원한 바람이 새어나왔다.


페페가 F-717의 앞을 가로막았다. “마드모아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의 손길보다 나은 건 없는 법이죠.”


페페는 요즘 들어 F-717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사건건 끼어들어서 자신의 우수성을 증명해보이려고 했다. F-717과 페페는 서로 밀치며 가벼운 몸싸움을 했다.


“됐어. 다들 그만해. 난 낮잠을 자러 갈 테니까.”

페페와 F-717은 그라임스가 떠나는 걸 눈치채지도 못하고 서로 가벼운 몸싸움을 벌였다.


방으로 돌아온 그라임스는 서랍에서 사진을 꺼내 보았다. 그 사진은 그라임스가 초대 일론 머스크와 같이 찍은 것이었다.


“일론 머스크. 내가 사랑한 사람.”


그라임스는 자신이 아직도 초대 일론 머스크와 결혼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100년 전에 결혼했던 일을 떠올렸다.


일론 머스크 3세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라임스는 재빨리 사진을 숨겼다.


“달링. 오늘치 선탠은 다 한 것 같은데.”


“잠이나 자려고. 요즘 도통 밤에 잠이 안와서.”


100년 전 초대 일론 머스크와 결혼했을 때도 그라임스는 자주 불면에 시달렸다. 100년 동안의 냉동수면이 끝난 후에는 한동안 그런 적이 없다가 최근 다시 불면증이 시작됐다.


일론 머스크 3세는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나갔다.


“수성은 개발할 수 없다고 얘기했잖아.”


그라임스는 침대에 누워 다시 사진을 꺼내보았다.


“이젠 돌아갈 수 없어. 영원히.”


그라임스의 머릿속은 자신이 100년 전에 놓고 와버린 모든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아디오스. 일론 머스크.”


그라임스는 사진을 불태웠다. 누가 그녀의 머릿속을 이해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신도 이해하지 못했다.

(계속)


<우주민박 메이앤앨리스>

* 글 : 제이슨, 그림 : 란

* 매주 수요일 연재

* 메이앤앨리스 인스타그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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