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민박 메이앤앨리스
그라임스는 매일 아침 침대 헤드에 기대 앉아 식사를 하는 게 습관이었다. 항상 그녀의 곁에는 페페가 식사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따라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페페. 물 좀 줘.”
그라임스가 소리 높여 페페를 불러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페페 물 좀 달라구.”
정작 그라임스의 방문을 열고 들어온 건 페페가 아니라 F-717이었다.
“주인님. 제 체내 정수기로 거른 물입니다.”
F-717은 몸 속에 정수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작은 몸 속에 얼마나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은 이따금 놀라곤 했다.
“페페는 어디 간거야?”
“프로소님의 시중을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라임스의 질문에 F-717이 답했다.
같은 시간 프로소의 방에서 페페는 안마를 해주고 있었다.
“시원하십니까. 마드모아젤.”
“피조물 중에서는 네가 가장 마음에 드는구나.”
페페는 언제든지 게스트하우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프로소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아직도 게스트 하우스 밖의 하늘에는 프로소의 우주선이 공중에 정박해 있었다. 프로소가 신호를 보내면 이 게스트 하우스는 순식간에 날아갈 게 분명했다.
그라임스가 프로소의 방에 들어왔다.
“페페 뭘 하고 있는 거야?”
“위대한 창조주님께 안마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라임스의 말투는 날카로웠지만 페페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페페의 답에 그라임스는 어이가 없었다.
“무슨 소리야? 넌 나한테 고용된 거지. 프로소에게 고용된 게 아니라구.”
그라임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그 소리를 듣고 앨리스가 나타났다.
“그라임스. 일단 나하고 얘기 좀 해.”
“지금은 바빠. 너하고 얘기하고 있게 됐어?”
그라임스가 막무가내에도 앨리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앨리스는 기본적으로 평화주의자였지만 무력을 사용해야 할 때는 망설이지 않았다. 앨리스에게 그라임스는 거실로 끌려나왔다.
“당분간 페페는 프로소에게 맡겨두기로 했어. 우리 게스트하우스의 안전을 위해서 말이야.”
“누구 맘대로. 페페는 내 하인이야.”
그라임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화가난 그라임스에게 앨리스가 손을 모으며 사정하기 시작했다.
“제발 부탁이야. 그라임스. 한달만 참아줘. 너한테는 F-717이 있잖아.”
F-717이 그라임스를 따라 거실로 나왔다.
“주인님. 페페는 없어도 됩니다. 제가 주인님의 모든 시중을 다 들 수 있으니까요.”
“어쩔 수 없지.” 그라임스는 생각보다 쉽게 물러섰다.
“기억해둬 한달이라고 했어.”
“한달이 아니라 1년이라도 충분합니다.” F-717은 그라임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말했다.
그라임스는 당분간 F-717로 참기로 했다. 하지만 페페에 대한 소유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프로소는 페페에게 안마를 받으며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깥이 시끄럽구나. 피조물아.”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마드모아젤. 한낱 미물의 아우성일 뿐입니다.”
페페는 프로소의 기분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라임스라는 피조물 말이야. 상당히 버릇이 없는 것 같더구나.”
“창조주께는 먼지와 같은 존재지요. 잊어버리셔도 됩니다.” 페페는 안마하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F-717과 사막을 걷고 있던 그라임스는 갑자기 귀를 만지며 말했다.
“어쩐지 귀가 간지러운걸. 누가 내 얘기를 하나?”
“주인님. 제 몸에는 귀이개도 내장되어 있습니다.”
F-717의 즉각적인 아부에 한결 마음이 풀리는 그라임스였다.
(계속)
<우주민박 메이앤앨리스>
* 글 : 제이슨, 그림 : 란
* 매주 수요일 연재
* 메이앤앨리스 인스타그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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