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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김작가 Apr 14. 2016

「미생(未生)에서 완생(完生)으로 거듭나기!」

#26.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미생(윤태호)'의 한 수를 따라가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주인 '장그래'의 독백이다.



<사장의 길>을 읽은 후, 이제는 문득 <사장이 아닌 이들의 길>이 궁금해졌다.

래서 생각난 생!

이번엔 '미생(未生: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음)이 가는 길'이다.




작가는 10년 전부터 준비를 하고 3년 넘게 고심한 끝에, 바둑과 회사원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첫머리에 고백하고 있었다.



미생은, 바둑만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주인공 <장그래>라는 남자를 내세운다.



장그래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울지자 프로 입단에 실패를 하게 되어 사회(=원 인터내서녈 종합상사의 직원)로 나서게 된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냉혹한 현실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직접 마주한 장그래.

그는 고졸 출신의 인턴 계약직 직원으로서 회사에서 벌어지는 얽히고 설킨 '사람과 일의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다.  




#장그래 : 내성적이고 소심한 듯 하지만, 바둑으로 길러진 승부사적 기질이 있어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인물.  

(승부사적 기질! 은근 좋아하고 갖고 싶은 면이다. 장그래의 매사에 진중한 태도와 깊은 고뇌에 찬 모습들은 격려를 해 주고 싶은 충동을 간간 불러일으킨다…….) 



  "처음부터 시작할 겁니다. 남들이 그랬던 것처럼, 낯설고 힘들겠지만 원하는 대로 할 겁니다……. 제가 밝혀야 할 불빛이 있다면 책임질 겁니다. 내게 허락된…… 불빛이 있다면요."


장그래



#오과장 : 장그래가 속한 부서의 팀장. 언제나 충혈된 눈으로 다닌다. 합리적인 성격 소유자이나,  일을 할 때에는 모험적이고 직관을 믿는 편이다.

(빨간 눈이 인상 깊다. 피로에 쩔고, 고뇌에 젖은 고독한 중년 남성의 전형적 모습. 연민이 생긴다……. 내 주변 많은 이들이 저러하므로….)



'삶의 무거운 짐을 체험한 적이 있는가?  그것은 매 순간 어깨를 짓누르고 내 입을 틀어막으며, 땅 끝 무저갱으로 이끄는 삶의 짊.

턱걸이를 만만히 보고 매달려보면 알게 돼. 내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현실에 던져져 보면 알게 돼. 내 삶이 얼마나 버거운 지.'


오과장



#김대리 : 장그래가 속한 부서의 직속상관.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사고의 소유자로, 위아래로 배려심이 많아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으며 신뢰가 깊다.

(합리적, 안정적 사고라……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내 직장이나 주변에 찾아보기 좀 어려운 캐릭터다!  장그래에게 직장인의 수칙?을 팍 꼬집어 알려 준다. 다음 대사처럼 말이다.)



"내가 정해서 준 파일 구성은 이 회사 매뉴얼이야. 모두가 같은 이해를 전제하고 있다고. 당신이 이렇게 고치면 문제 있을 때마다 당신에문의해야 하나?…… 파악이 안 되는 파일이 보이면 물어보란 말이야…….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함께 하는 일이라구, 명심해요."



김대리




#안영이 : 장그래와 함께 인턴으로 들어왔다. 인턴 답지 않은 노련미가 돋보이는 인물.

성취동기가 뚜렷하고 통찰력이 대단한 여성. 주변으로부터 차가운 사람, 어려운 사람이라고 평가받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이다.  똑 부러지는, 통찰력 좋은 사람……. 이런 사람들은 정말이지 나의 영원한 멘토로 삼고 싶다.)



"성취동기가 강한 사람은 토네이도와 같아서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거나 피해를 주죠. 하지만 그 중심은 고요하잖아요...... 장그래 씨는 묘한 안목의 소유자인 것 같아요. 그런데 회사 이력서 특기 사항에 「안목 있습니다」하고 적을 순 없죠.……"



가끔 장그래의 얼굴색을 붉게 만들기도 하는 인물이다.


안영이



#장백기 : 장그래와 함께 인턴으로 들어왔고, 엘리트로서 모범적인 태도를 보이나, 다소 조심성이 많아 소극적으로 보이기도 한 인물. 주어진 업무는 확실하고 안전하게 처리해내는 점이 메리트.

(약간 수동형 인물로 보이나 조직에서 필요한 세심한 일처리 면모를 지니고 있다.

좋은 학교, 스펙, 친화력, 무난한 PT면접 성적으로 너끈하게 신입사원 채용에 합격.  '무난함의 끝판왕'인 듯. 하지만 다소 내게는 '몰개성'으로 느껴진다.

참고로 난, 약간 튀는 성향을 좋아한다. 똘기 충만한…. 4차원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그런 '튐'의  성향을 지닌 사람을 말이다. 그런 사람이 남자라면 금상첨화!)



"무난하고 무난하고 무난하고 무난한 거울입니다. 언제 어느 누구와 비즈니스를 할 때, 자신의 표정과 얼굴을 관리하길 바랍니다."

(PT 면접 때 팔아야 할 물건으로「거울」을 선택한 후, 판매 홍때 장백기가 구사한 멘트)


장백기



#한석율 : 장그래 보다 보름 정도 일찍 들어온 인턴. 쾌활한 성품으로 사무직보다 현장 영업직을 더 선호한다. 장그래를 입사 PT 파트너로 선택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파트너보다 더 돋보이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인물.

(어떤 조직에서건 목소리 큰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인물의 대표격인 듯하다. 호방한 스타일!

지치지 않는 체력을 지닌 것처럼 보여 부럽다. )



"전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국내의 수많은 공모전에 입상한 실력을 갖고 있죠. 그런데 전 기계를 만지작 거리는 것에 흥미가 없어요. 오히려 기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매력에 더 빠진 겁니다. 바로 영업, 무역의 세계 말이죠. "



영업의, 영업에 의한, 영업을 위한 인물 유형이다.


한석율




"열심히 살았지만 뭘 했는지 모를 하루, 다들 잘 보내셨습니까?"



이렇게 작가다람쥐 쳇바퀴 돌 듯 눈 뜨자마자 허겁지겁 출근하기 바쁘고, 회사의자에 앉자마자 처리해야 할 잡다구리 업무들에 파묻혀 정신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는 우리들에게 폐부를 찌르는 예리한 <화두>를 안긴다.


순간, 내 머릿속에 번쩍, 스파크가 튄다.



'그래, 하루를 잘 보내고 있는 건가?'



나를 되돌아본다.


직장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나 또한 그 누구보다 야찼음을 떠올려본다.

신나게 일사천리로 일에 몰입했던 시절.

기억이 생생하다. 밤 열 시가 되도록 야근을 매일 하면서도 처음 접하는 일들은 참 재미나기만 했다. 게다가,  끝나고 이어지는 한 밤의 회식 또 얼마나 즐거웠던가? 같이 입사한 동기들과 블라블라 밤새워 해대는 많은 이야기들은, 자칫 외로울 수 있는 낯선 타지에서의 생활을 한없이 즐겁게 만들어주었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로 엮어지면서 직장생활순탄하게 만들어 주었다.

정신없이 그렇게 이십 대 후반, 신입의 핑크빛 시절휙휙 아주 잘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한 3년이 지나갈 즈음,  모든 일이 익숙해질 무렵.

내게도 어김없이 '이 길이 내 길인가?'에 대한 첫 번째 의문과 알 수 없는 좌절감이 다가왔었다.


 

변함없는 거대한 조직의 틀 속에서 매일 매일 무얼 위해 이리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다소 혼돈이 찾아다. 효율성 없는 온갖 관행들과 맞서는 일들이 많질 때마다 끝없는 한숨이 밀려 나다. 그리고 그때, 과감히 사표를 던지는 입사 동기의 행동은 남아 있는 우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었다.

'아, 정말 떠날 수도 있구나. 이 모든 '안정'을 버리고 어쩌면 '더 나을 다른 세상' 속으로 뛰어 들 수도 있겠구나…….'를 생각하게 했다.



정말 많이, 모두들, 그 입사 동기를 부러다.

하필 그때, 한참 사회적으로 넥타이를 벗어던진 직장인들이 전 세계를 향해 배낭여행을 유행처럼 떠나갔고  경험을 담은 각종 책들이 서점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득할 때였다.

일명,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극 소심왕이기도 한 나는 조용, 그 입사동기를 바라만 보았었다. '멋지다!'를 남발만 하면서…….

왜냐하면, 난 또다시 취업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도서관에 앉아있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선차장과 주인공들


'기획서를 쓰는 이유가 뭘까요?... 자기 기획안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이죠. 줄여서 <설득>이라 할 수 있죠. 

보고서나 기획서는 ,

첫째, 설득해야 하니까 쓰는 겁니다.

둘째, 여러 사람을 설득해야 하니까 쓰는 겁니다.

셋째, 계속, 여러 사람을, 설득해야 하니까 쓰는 겁니다.'



멋지다.

보고서나 기획서에 대한 아주 명쾌한 정의이다.



주인공들에게 호의적인 '선차'은 이렇게 기획서나 보고서의 핵심을 짚어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설득은 따로 있음을 강조한다.

바로,

'나는 제대로 설득되어 있는가?'

이다.

자기가 먼저 설득되지 못한 기획서는 힘을 갖지 못함을 힘주어 장그래에게 말한다.



'기획서 안에는 그 사람의 에너지가 담겨 있어야 해요'



똑 부러지는 <선차장>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작가는, 남자들의 질서가 더 우세한 직장에서 여성으로서 차장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를 가늠해 보게 한다.  

직장과 가정, 그리고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의 고충이 다음 장면에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선차장이 퇴근후 집에 돌아와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게 되는 데, 그 그림에는 엄마의 얼굴이 그려져 있지 않은 것. 늘 바쁜 엄마의 뒷모습만을 본 아이는 엄마의 뒷모습을 그려넣은 것이다.

선차장은 이 그림을 보며,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곰곰 곱씹어보는 중이다.

문득 내 마음 한 켠아려온다.


선차장의 육아


아이들이 어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녀야 했을 때의 일이다.

아침마다 나는, 부리나케 아이들을 챙겨서, 한 명은 등에 업거나 한 명은 유모차에 태우거나로 하루를 시작했었다. 그렇게 아이들을 정신없이 챙겨서 등원시킨 직후에는, 진정한 나의 출근을 시작하지도 못했건만, 이미 탈진 상태가 되곤 했다.

그렇게 너무나 미친듯 분주했던, (이제와 고백하건대) 때론 다 집어치우고 싶었던 아침 출근길…….

뒤돌아 생각해봐도 참, 힘들고 힘들고 힘들고 힘들었었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장그래와 바둑스승



'설명해봐.

왜 그 수를 거기에 두었는지 설명해 봐.

바둑에 그냥이란 건 없어. 그 수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이 있어야 해. 그걸 '의도'라 하지.

또 내가 무얼 하려고 할 때는 상대가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 해. 그걸 상대의 '의중'을 읽는다 라고 해. 왜 그 수를 거기에 뒀는지 말할 수 있다는 건 결국 네가 상대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형세를 분석한 너의 안목이 어떠했는지를 알게 된다는 뜻이야.

그냥 두는 수라는 건 '우연'하게 둔 수인데 그래서는 이겨도 져도 배울 게 없어진단다. '우연'은 기대하는 게 아니라 준비가 끝난 사람에게 오는 선물 같은 거니까.'



장그래의 바둑 스승은 이렇게 일러주신다.

'모든 일에 우연은 없다.'라는 진리를 말이다.



정말 모든 일에 우연은 없는걸까?



문득 이렇게 내가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떠오른다.

지난 여름, 대학 시절 알고 지내던 친구를 우연찮게 다시 만나게 되었고, 이런 저런 이야기끝에 그 친구에게 글을 잘 쓸 것 같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 칭찬을 그저 흘려들었는데, 며칠 후 친구의 유가 생각나서 어느날 책을 읽고 서평을 써 보았다. 처음이라 힘들었지만 쓰는 동안 참 재미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글쓰기'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건만,  한 편 두 편, 그렇게 글을 쓸 때마다 글쓰기의 색다른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또 우연찮게 '시'도 한 편 쓰게 되고, 본격적으로 한 편 두 편 쓰다     급기야는 시화전에 시도 출품하게 되었었다.



글을 쓴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그 친구와 밥을 먹게 된 나는 '내가 글을 쓰게 되다니, 네 덕분이야. 고맙다'라며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정색하며 꺼냈다.

그랬더니 뜻밖에 친구는,

'아니야. 별 말을 다 하네.  내가 쓰라고 한다고 네가 글을 갑자기 쓰고 그러겠니? 이미 너는 글을 쓸 준비가 되어 있던 거겠지. 내가 글쓰기를 권장한 게 하나의 계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뭘 네게 해 준 것도 없데, 고맙다고 인사를 다 하니?'

하면서 오히려 활짝 웃었다.



'준비된 우연'



지금도 그 친구는 내 글들을 읽고, 예리한 평과 아낌없는 칭찬을 건네주곤 한다. 무한 고마울 따름이다.

생각해보면 의도한 준비는 아니었으나, 곰곰 생각해보니 어려서부터 편지 쓰기도 참 좋아하고 뭐든 끄적끄적, 나름 이래저래 글쓰기에 대한 연습이 닦여진 것도 같다.

어쩌면 정말 모든 엔, 그냥 준비 없이 찾아오는 우연을 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묻는다.


'내가 한 수, 상대가 한 수. 한 판, 두 판, 세 판, 네 판, 그렇게 수많은 판을 거쳐 내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 계약직이든 정사원이든 대리이든 사장이든……. 우리가 꿈꾸고 도착하고 싶은 삶은 어떤 것일까?'

 

작가는 또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그리고 이어서 작가는 답한다.


'뜻을 향하는 것. 지향.

처음부터 지금의 나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떤 것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게 되는 근거는 「향」에 있다. 무엇인가가 되고 싶고 갖고 싶어 그것을 향하게 되고, 그러다 당장의 자신을 배반하는 선택을 하게 될 때도 있다.

지향하는 바를 위 이렇게 저렇게 포기를 해도, 지향하는 대로 살기란 매우 어렵고, 지향하는 바를 성취했다 하더라도 회한과 깊은 고독에 빠진다. 지향은 곧 길이고, 그 길을 걸을 뿐인 누군가는, 길의 끝에서 거울을 마주하게 된다. 그 거울에서 소박하게 만족 미소를 띤 누군가가 서 있을 수도, 괴물이 되어 있는 자신을 만날 수도 있다. '






일은 즐거워서 해야 하는 게 맞만, '생존 자체를 위해 기본으로 하는 게 일'이라는 장그래의 독처럼, 우리는 처절히 생존을 기본으로 일하는 듯도 하다. 그렇게 생존하고자 정신없이 일을 하면서 각자 '지향' 하는 지점을 향해 다가가다가, 누군가는 만족할 미소를 지을 수도, 누군가는 어쩌면 괴물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몫임을, 작가는 조용히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미생(未生), 즉 불안한 존재로 태어난 우리들은, 다시 복기하며 패인을 분석하고 승리를 꿈꾸는 바둑의 승자처럼, 완생(完生)을 향해 늘 분주히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완생이라는 게 있기나 하냐?라고 혹자는 묻는다.  미생과 완생, 어느 삶이 승자라고 할 수 있을까?



미생이건 완생이건,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될 듯하다. 그러기엔 삶이 너무 팍팍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미생이더라도 그 안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완생에서 느끼는 행복감보다 작다'라고 감히 말할 는 없겠다.



 '내 인프라는 나 자신!'



이렇게 장그래는 외친다.

세상을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나 자신>, 정말

이것 외엔 없을 듯하다.



내 인프라를 강력하게 구축하기 위해선, 먼저 '나 자신'을 보다 더 잘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이라는 '나의 판' 안에 들어가 있는 동안, 판 밖에 있는 자들이 다 볼 수 있는 것들을 게임에 몰두해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눈먼 자」가 되지 않도록 세상의 큰 그림을 항상 살펴야 할 것이다. 게임을 주도하고 판을 이끄는 주도권을 확실하게 손에 쥘 수 있도록 말이다.






자, 이제…….

한 수, 한 수, 바둑을 두 듯, '내 인생의 바둑판'발걸한 수, 한 를  어디로 향해 둘 것인가?

'나'에게 거듭거듭 묻는다.



'남들한테 보이는 건 상관없어. 화려하지 않은 일이라도 우린 필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이 문구를 명심하고 또 명심할 일이다.

내 자신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오늘도 화려하지 않아도 정녕 필요한 일을 찾아 나서리라.  



끝으로, 작가가 모든 미생들을 위로하듯 적어둔 '시'를 옮겨 적으며 그 뜻을 다시 음미해 볼까 한다.

언제 읽어도 정녕 좋은 시다.





취해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당신의 어깨를 무너지게 하여

당신을 땅 쪽으로 꼬부라지게 하는

가증스러운 무게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

당신은 쉴 새 없이 취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취한다?

술이든, 시든, 덕이든, 그 어느 것이든,

당신 마음대로다.

그러나 어쨌든 취해라.


그리고 때때로 궁궐계단 위에서

도랑가의 초록색 풀 위에서

혹은 당신 방의 음울한 고독 가운데서

당신이 깨어나게 되고

취기가 감소되거나 사라져버리거든

물어보아라.


바람이든, 물결이든, 별이든, 새든, 시계든,

지나가는 모든 것, 슬퍼하는 모든 것, 달려가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지금 몇 시인가.


그러면 

바람도, 물결도, 별도, 새도, 시계도, 당신에게 대답할 것이다.


이제 취할 시간이다.

   

- <취해라> 샤를 피에르 보들레





오늘도 월요일 같은 목요일을 불사르고 있을 '나'를 비롯한 모든 <미생>들을 위하여  파이팅을 외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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