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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김작가 Apr 09. 2016

「결혼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25.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 2(커크 존스)'를 통해 본 인생.


토요일 아침.


오늘은 문득


영화가 보고 싶다!




언제부턴가 조조 영화가 좋아졌다.

혼자 휘리릭, 영화관을 향해 달려간다.

이른 아침이라 텅텅 비어 한껏 여유로움, 나는 이 한적함이 좋다.


르는 불문!

사람들의 평점 따윈 내게 불필요다. 그저 시간에 맞는 영화를 선택한 후, 고즈넉한 극장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앉는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홀로 화면과 마주하는 그 두어 시간은 그야말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나만의 천국'이다.

슬프거나 웃기거나 지루하거나 즐겁거나, 어떤 내용의 영화이건 그 무엇도 개의치 않는다.

다만 영화감독의 의도를 읽고, 시나리오 작가의 소리를 듣고, 주연과 조연 배우의 표정을 탐할 뿐.

그것으로 족할 뿐!

나는 홀로 그 어둠 속에서,

맘껏,

다양한 재미난 이야기들 속으로,

펼쳐지는 수많은 풍경들 속으로,

첨벙,

입수!





오늘은 어떤 영화 속으로 뛰어들어갈까? 사뭇 기대가 된다.

아..... 갑작, 살랑살랑 봄바람 부는 나날들이니 달콤 로맨스가 보고 싶다. 과연 내게 그런 영화가 허락될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나로선 자유로운 시간이 많지 않다. 이렇게 영화를 홀로 보러 나갈 수 있는 시간이 짬짬 허락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무한 감사할 뿐이다.

여하튼 느긋한 토요일 아침,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차 시동을 건다.

부르르릉!

그리고 액셀을 꾸욱 밟아, 고 고!





내가 원하는 달콤 로맨스론 좀 부족하다. 그러나, 근접하다. 그나마 이 정도면.....  

'결혼'을 반추해 볼 수 있으리라 상상해본다.



이 영화는 2002년  [나의 그리스식 웨딩]이라는 1편의 후속작으로, 13년 만에 2편이 제작되어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영화라 한다.

1편을 보지 않은 나로선 그 내용도 궁금해져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스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나는 거스(남, 마리아 콘스탄틴)와 마리아(여, 레이니 카잔) 사이에 태어난 모태 솔로 지향녀 '툴라'(여, 니아 발다로스).

그녀는 부모님의 '그리스 남자와 만나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세뇌 교육에도 불구하고, 미국 출신인 이안(존 코베트)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에 성공하게 되는데, 그 결혼하기 까지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게 1편이란다.


그리스와 미국이라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하는 과정을 로맨틱 코미디로 잘 표현하여 흥행에 성공했고, 당시 북미 차트에서  38주간 top 10에 랭크, 전 세계적으로 3억 5천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하며, 제작비 대비 50배의 수익을 냈다고 하니 놀랄 만한 흥행이다.

어쨌건 1편 내용을 검색하다 보니, 시간 내서 한 번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2편인 [나의 그리스식 웨딩 2]는, 어렵게 결혼에 성공한 툴라가 이안과 결혼한 지 17년 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16세의 딸 패리스(니아 발다로스)가 있다.

……. 순간 부럽기 그지없다. 자녀가 한 명 이라니,  나의 로망기도 하다. 물론, 나의 궁극적 로망은 결혼하지 않은 '싱글' 상태인 것이긴 하지만 이제와서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고……. 결혼한 상태에서의 로망은 단연 '자녀 1명'이었거늘…….

현재, 정신없이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나로선 막연하게 부럽기 그지없다. 흔히, '한 명은 발로 키운다'고들 하지 않든가!



여하튼, 주인공 부부 사이엔 사랑스러운 딸 패리스가 있다. 그리고 옆 집엔, 나이가 들어 고집이 더욱 거세진 부모님이, 그 옆집들엔 형제들이 살고 다.



물리적으로 한 집에 3대와 형제들이 다 같이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옆 집에 나란히 살아가고들 있다. 가족들이 가까이 살면서 사사건건 서로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모습은, 엎치락뒤치락 어우러져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예전 삶의 방식과 많이 비슷하다.



이렇게 이 영화는, 혈연으로 얽힌 가족들이 가까이 함께 살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다소 코믹하게 제시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들은, 인생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자잘한 에피소드를 좀 과하싶게 함께 공유하려 하고, 보다 잘 해결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도 우리와 같은 '대가족 중심의 가족 문화'를 갖고 있다고 하니,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나라의 가족 모습이 떠오르고 비교도 하게 되었다.



영화 흐름상 가장 대형 사건은, 노부부 거스와 마리아의 '결혼식'이다.

3대의 가족 중 1대에 해당하는 <거스와 마리아> 부부는 결혼 50년 차이다.

우연히 거스는 자신의 <결혼 증명서>를 보게 되고, 그 증명서에 결혼을 주재한 목사님의 서명이 누락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사실상, 거스 부부는 결혼식을 했으나 살아온 50년 동안 법적으로는 진정한 부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아내인 '마리아'에게 남편 '거스'가 다시 결혼식을 하자고 '아주 가벼이' 별 일 아닌듯이 말을 꺼냄으로써, 핵심 이야기는 본격 진행된다.

프로포즈도 없이 결혼했던 마리아.

지나온 오십 여 년에 대한 결혼 생활을 반추하고,  결혼식만이라도 의미 있게 하고 싶은 마리아의 소망은 남편의 태도와 상반되어 갈등이 발생한다.




이 영화는 결혼식을 다시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과 여의 '어떤 현상에 대한 반응과 그 대응 태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할까도 생각해보게 한다.

결혼식 당일날까지 매사에 진지하지 못한 거스의 태도에 마리아는 한껏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개개인의 성향차이 일 수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남녀의 차이도 있는 듯 하다.

거스와 마리아는 50년을 함께 살아온 사실혼 상태의 부부이나,  이제 결혼식을 다시 올리기로 한 만큼 부부이기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 '결혼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각자 다시 곰곰 생각해 보게 된다.


극중 결혼식 시작 직전 '마리아'의 대사를 통해 작가는, 독백처럼 살짝 결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시한다.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시나 읽고,  한껏 멋지고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



그리곤, 마리아는 결혼을 하지 말까를 순간 다시 고민하게 된다.



나도, 자연스레 '나의 결혼'되짚어보게 되었다.



!

인생에서 이리 큰 화두가 또 있을까!

싱글이었을 때,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 순간 자연스레 '결혼'을 생각해 보게 되고, 누군가를 만나고 또 어느 순간 결혼을 어영부영 당위적으로 '해야 한다'고 여겼던 게 아닌가 싶다. '남들 다 가는 길을 나도 가야 하지 않는가?' 하는 매우 막연하고 주체적이지 못한 생각으로 말이다.

여하간 돌이켜보면, 너무나 중요한 이 '결혼'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누구에게 자세히 구구절절 배운 적이 없고, 정식으로 진지하게 공부를 해 본 적. 내 생각으론 대학교에서 교양 필수 과목으 4년 내내 자세히 탐구했었어야 할 엄청난 주제인 것 같은데 말이다.

나만의 착각인가?




'결혼은 각각 다른 환경에서 20년 이상을 다르게 살아온 남녀의 결합입니다. 남녀 간에도 차이가 있는데, 낳아주신 부모님이 다르니, 거의 모든 습관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혼은, 서로의 다름에 적응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서로 조율하고 양보하면서 적정 타협점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 부부로 산다는 것( 최정미, 위즈덤 하우스)



그러니까 내 경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타협점을 찾는 그 과정이 참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한 번 씩 그 다름을 발견할 마다 얼마나 혼자서 가슴이 철렁, 했던가!

나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이었던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고, 홀로 참 많은 생각을 하곤 했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입니다. 그렇게 외롭기 때문에 자신의 빈 공간을 채워줄 반쪽을 만나 결혼이라는 것을 합니다. '완전해질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결혼은 완성이 아닙니다. 완성은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목표이자 신기루 일 뿐입니다. 그래서 다시 지치고 외로워집니다.'

  - 부부로 산다는 것( 최정미, 위즈덤 하우스)



문득 책에서 읽은 저 구절들이 떠올랐다.

결혼한 이들은 충분 공감하리라 믿는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2대 부부인 <툴라와 이안>자녀인 패리스(여, 앨레나 캠푸리스)가 자신들의 곁을 떠나 멀리 위치한 뉴욕의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딸을 본인들의 곁에 가까이 두고 함께 지내기를 소망한다.



'부모는 자기 나름의 어리석은 생각 속에서 자식이 오직 안전하기만을 바라기 때문에 자식을 해탈시키지 못합니다. ……

공자처럼 위대한 분도 아내 눈에는 짜증스러운 남편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니 내가 보는 아내, 내가 보는 남편, 내가 보는 자식, 이것만으로 반드시 옳다고 할 수 는 없습니다. ……

부모님이 보시는 자식의 기준은 다른 사람들과 다릅니다. 부모님 말씀을 다 들으면 바른 길로 가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자기 인생의 문제를 자기가 단도직입으로 살펴서 해결해야 합니다.'

 - 지금 여기 깨어있기(법륜, 정토출판)



다행히도, 패리스는 자신의 마음속 울림을 잘 듣고, 자신이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 선택을 하고, 그 길로 한 걸음 나아간다.



"어떻게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 것인가?"


생각난 김에 예전 읽었던 책 <지금 여기 깨어있기>를 찾아 펼쳐보니, 이 글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자기를 중심에 놓고 자기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는 것, 다시 말해 아상때문에 세상이 서로 부딪히고 미워하고 괴롭고 증오하는 거예요. 그걸 내려놓게 되면 세상에 다툴 일이 없습니다.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다른 것이 갈등을 일으키기는커녕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오히려 풍요로워집니다.'

  - 지금 여기 깨어있기(법륜, 정토출판)



일면, 맞는 말이다.


다시 결혼을 생각해본다.  


「결혼하느냐 마느냐」를 고민한다면,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한 면만 보지 말고 양면을 같이 보기'를 기본으로 생각하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긴 인생, 서로 다른 남녀 둘이서 함께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과 책임.

이 영화를 보다 보니, 이 두 개의 단어가 떠오르고 좀 더 생각이 깊어진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떻게 헤어지지 않고 잘 살 것인가?'



늘 깨어있음으로 내 삶을 살피며,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면 혼자여서 좋고, 둘이면 둘이라서 좋은 삶을 사세요'ㅡ법륜


책에서 읽은 이 문구가 새삼스레 마음에 깊숙,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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