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고독한 '사장의 길(서광원)' 엿보기!
'아. 출근을 안 할 수는 없을까?…….'
새벽,
어슴푸레 밝아오는 창빛에 눈이 저절로 떠진 후, 시계를 확인하고 좀 더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다 머릿속 한 켠에 스친 생각이다.
새로운 하루가 무탈하게 허락되었음을 감사히 여기면서도 선뜻 털고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오늘은 월요일.
정말 출근하기가 싫다!
'사장은 아침 일찍 출근하지 않아도 되려나?'
'가기 싫은 날은 하루쯤 안 가도 되지 않으려나?'
'나 같은 일개 직원보다야 좀 편하지 않을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그 언제부터이던가, 출근 자체가 힘들어지고 권태스러울 때 한 번씩은 해 본 생각들이다.
문득, 어제 읽었던 책이 떠오른다.
'사장의 길!'
피식 웃음이 다시 나온다.
한 번씩 생각했던 의문들이 얼마나 철없고 한심스러운지…….
책을 다 읽은 지금,
'그래, 그 길은 어떠하던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책으로만 따라가 본 사장의 길이지만,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만만치 않습디다!"
작가는, '사장의 자리'가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신선놀음하듯 놀고먹는 자리가 아님을, 출근 여부를 미루고 할랑할랑 속 편하게 원하는 대로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님을 또박또박 사장들의 증언을 인용해, 내게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삶이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그 자리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투쟁하듯 준비하고 홀로 외로이 노력하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자리인 듯하다.
'고군분투(孤軍奮鬪)'
아무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작가는, 이렇게 많은 리더들이 애창한다는 노래의 구절로 <사장의 길>을 비유하고 있었다.
'모두를 건다는 것!'
마음에 심히 쏙 드는 문장이다.
내 깊숙한 욕망 중에는 극단을 추구하는 면이 숨겨져 있기도 한데, 그것을 자극하는 멋진 표현이다.
사실은 한 때, 인생의 알 듯 말 듯한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남자 특유의 한없는 고독과 쓸쓸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저 노래를 참 좋아했었다. 들을 때마다 '창백한 인텔리'가 떠올랐었다.
내게 '창백한 인텔리'란, 이런 이미지이다.
'한 손에는 책을, 한 손에는 담배를…….'
그러고 보니 책 속에서 리더의 고뇌에 찬 모습과 일치하는 면이 있는 듯도 하다.
여하튼 어린 시절의 나는, 모름지기 남자라면 세상의 온갖 고민을 짊어진 것처럼 고독을 벗 삼고 유유히 책과 인생을 탐미하는 면을 지녀야만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문득, 순수와 이상에 한껏 들떠있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인생은 모든 것을 걸어야 그나마 원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다.
세상에 날로 먹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요즘처럼 산다는 것 자체가 팍팍한 시점에서는 사장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살도록 삶이 요구한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경영 현장과 진화 생태학적 측면'에서
십여 년이 넘도록 각 업계의 리더들을 관찰해 왔다고 한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그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들은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하는 지를 오랜 기간 동안 연구했다 하니 연구 주제가 참 신선하고 재밌다.
인간의 호기심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작가는 다양한 업계에 종사하는 리더들을 연구하다 보니, 리더를 이해하려면 <조직의 속성>을 알아야겠고, 조직의 속성은 그 조직을 구성하는 <인간의 기본 속성>을 알아야만 가능해서,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연구>가 무엇보다 필요했다고 한다.
경영의 기본 원리는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함을 담담히 알려준다.
'외롭더라도 혼자 가야 한다.'
'괴롭더라도 같이 가야 한다.'
'어렵더라도 불확실성과 싸워야 한다.'
이 세 개의 소제목들은 '사장의 길'을 잘 갈 수 있는 이정표로 보인다. 마치 주문처럼 외우고 다녀야 할 듯하다.
그런데 어째 한편으론, 보기만 봐도 '알 수 없는 애잔함'이 가슴 한 구석으로 싸하게 밀려온다.
사실 사장이건 일개 평직원이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외롭고 괴로우며 불확실한 건 매 한 가지 일 것이다.
다만, 사업을 하는 대표로서 조직을 이끌고 비전을 제시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한계와 좀 더 치열하게 싸우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니, 그러한 책임감과 깊은 외로움을 감당할 정신력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애초에 '사장의 길' 앞에 서지도 않았을 것이리라. 그리고 설령 들어섰다 하더라도, 이미 그 사장의 길은 막혔을 것이다.
" 난 외로울 때 아주 나약해진다." - 만델라
가슴에 깊숙 아로새겨지는 말이다.
사람에게 죽음 다음의 형벌은 '혼자'라는 것이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마호메트, 공자, 칭기즈칸, 알렉산더, 나폴레옹, 단테, 데카르트, 이순신>등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낸 많은 인물들이 쓸쓸한 황야 속에서 고독한 시간을 거쳐 그 위대한 경지에 올라섰음을 역설하면서, 리더들에게 홀로 있는 시간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 위로하고 있다.
'리더는 자신과 싸운다. 이 세상 모든 것과 싸우고 자신과 싸운다. 맨 먼저 자신과 싸우고, 세상과 싸우며 맨 마지막에 다시 자신과 싸운다.'
많은 리더들은 자신과 싸우기 위해 <자기만의 바닷가>에서 때때로 홀로 지내면서 힘을 재충전한 후, 다시 세상 속으로 뜨겁게 파고든다고 한다.
<자기만의 바닷가>는 인생에서 그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비상구이리라.
<나만의 바닷가>를 필히 꼭 챙길 일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회사를 이끄는 리더들의 생활과 생각을 다시 한 번 헤아리게 되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도 좀 더 넓힐 수 있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감성보다는 이성이나 합리적 판단과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리더의 자리라 하더라도, 합리적이라는 '논리'만으로, 밀어부치는 '용기'만으로 되는 것은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장의 길>은, 그 기저에 '순수한 인간미'와 '진정성'을 깔지 않으면 계속 이어질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리더로서 고민하며 걸어가는 길이 한없이 힘들 때,
내면에 숨겨둘 수밖에 없었던 '순수한 인간미'를 간간 꺼내든다면, 아마도 그 누군가는 외로운 리더의 곁에서 같이 웃어줄 것이다. 쓰윽, 아낌없는 지지와 격려를 퍼부어주면서 말이다.
그리고, 사장의 가슴 한 켠에 담겨진 '진정성'을 알아챈 또 다른 그 누군가는, 고독한 리더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외로운 손끝을 잡아주고 그 길을 함께 걸어주리라. 사장 홀로 걷다 쓰러지지 않도록 말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회사의 대표라는 겉보기에 마냥 빛나보이는 존재에게도 '달의 뒷면'이 있음과 사업이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게 나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 조직의 리더로서 여러 가지 힘든 점 말고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소소한 재미가 있음을 상상하면, 나도 언젠가 명퇴를 한 후, 때론 애간장이 타들어 갈 지라도 <나만의 길>을 만들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은, 아침 신문을 집어 들기 전 '가슴이 설렌다'는 어떤 사장의 역설적인 표현을 새겨들어야 할 때이다. 나의 미래 인생 로드를 보다 더 진중히 고민할 일이다.
아침마다 똑같은 배달되는 신문이지만, 집어 드는 순간의 내 상념과는 전혀 다른 사장의 무게를 엿보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은 평범한 월급쟁이인 나!
이렇게 뭉기적거리면서 쓸데없는(?) 공상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아침이면, 용수철 튀어 오르듯 벌떡벌떡 일어나 통통거리며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고, 늦지 않도록 즉각 엘리베이터의 하강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월요일에 출근할 직장이 있다는 것, 그 자체에 무한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발걸음을 재촉할 일이다.
그리하여……,
<사장의 길>과 또 다른 <나만의 블링블링한 길>을 만들어 갈지어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과 진흙이 묻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불교 경전 <수타니파타>
끝으로,
오늘도 여전히, 지친 몸과 마음으로 여기저기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며 '킬리만자로의 표범' 처럼 <사장의 길>을 묵묵 걷고 있을 고독한 리더들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실제로 사업체의 리더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도 결국 '1인 기업의 리더'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진짜 사장'을 비롯한 '1인 기업의 리더인 우리' 모두에게 무한 파이팅을 외쳐주고 싶다.
"Go for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