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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김작가 Jun 02. 2016

 「스윙, 스윙, 스윙!!!」

#31.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잘 타는 비법'


슬아슬.



성공할 것인가?     

공연의 하이라이트.

공중에서 몸을 날려 회전 후, 흔들리며 다가오는 그네를 잡아타는 <공중그네> 묘기.



심호흡 후, 숨 죽여 지켜본다.

휙! 포물선의 회전이 이어진다.

탄탄한 근을 지닌 그 남자는, 두 팔로 마주 향해 다가오는 그네를 정확히 낚아채, 미끈하게 그 위로 두 발을 짚고 올라선다.


 

목을 길게 내빼고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삼삼오오 모여앉아 지켜보던 구경꾼들의 탄성이 한 목소리로 쏟아진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큰 박수 소리와 함께 말이다.     

무사히 '공중그네' 묘기 성공으로 끝났다. 

안도의 큰 숨을 나도 모르게 내쉰다.

정말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초등 저학년 무렵 너무 어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렴풋하게나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곡예의 한 장면이다.      




서커스가 우리 동네에 오던 그 날을 더듬어본다.

Carnival, 그 자체.

동네의 골목골목 전봇대와 담벼락에는 공연을 알리는 커다란 광고지가 며칠 전 부터 붙어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그 전단지들은 하염없이  럭였고.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들 한 걸음에 내달려 강변의 넓은 벌판인 공연장으로 향한다.

멀리서 보이는 흰 천막들은 설렘 그 자체.

천막의 틈새가 벌어진 곳엔, 표를 구하지 못한 구경꾼들이 어떻게든 들어가보려 서성이고 있었다. 그렇게 공연은 온 동네를 흥분시켰다.            



‘어떻게 저렇게 높은 곳에서 한 치의 흔들림없이 회전 묘기를 있을까?’     



어린 마음에 생겼던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매우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수인간이라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 몸매의 유연성을 위해 식초를 하염없이 들이킨다는 믿거나 말거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한 귀로 쫑긋 얻어듣고, 나도 식초를 먹으면 그렇게 온 몸의 뼈가 부드러워진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식초를 먹어볼까지만, 냄새를 맡는 순간 너무 역하다. 바로 포기다.



하여간 곡예사들은 내 어린 눈에 대단 멋졌다. 겁이 엄청 많은 나로서는 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 아찔한 높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식은 땀이 흐른다.




          

야마시타 고헤이! 그도 그렇다.



어느 날부턴가 지상 13미터 ‘공중그네’에서 번번이 추락한다. 베테랑 곡예사인데도 말이다.

서커스에서 공중그네 연기를 담당한 7년차 플라이어로 단원들의 리더다. 부모님 모두 서커스 단원이라 서커스단의 모든 생활이 익숙하다.



어려서부터 곡예를 위해 단련되어 온 몸이다.

그러던 그가 <공중그네> 묘기에서 실수를 계속 반복,  공중그네 캐쳐같이 호흡을 맞추고 있는 후배 <우치다>를 때리게 되고, 그의 아내와 단원들은 '신경정신과' 병원을 추천하기에 이른다. 그는 '공중그네' 곡예를 실패하는 이유로, 자신의 파트너(우치다)가, 자신을 음해하려고 일부러 자신의 손이 미치지 않도록 어떤 조작을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의심하기까지 이르른다.

          


그래서 찾아간 신경정신과 병원!

거기서 고헤이는 <이라부 이치로>라는 의사를 만난다. 그는 '이라부 종합병원'의 신경과 의사다.

주사를 매우 좋아하는 특이한 캐릭터다. 일단 모든 방문하는 환자에게, 급처방으로 항상 큼직한 비타민 주사를 놓는다.



<고헤이>가 서커스 단원이라고 하자, 의사 <이라부>아주 흥미로워하며 직접 공연을 보러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진짜로 다음 날, 서커스 연습장으로 구경을 온다. 구경온 첫 날, 고헤이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00키로는 될 듯한 거구인 몸매를 "난 가벼우니까"라며 '공중그네'에 도전하겠다고 선포한다.

매사에 대범한 재미난 의사이다.           





중요한 건 훈련입니다. 지상 5센티미터의 높이에서 건너는 평균대를 지상 10미터에서도 건널 수 있느냐, 그게 일반 사람과 서커스 단원의 차이니까, 넘어서야 할 건 기술이라기보다 오히려 공포감이라고 해야겠죠.’     



헤이’가 공중그네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라부의사에게 건네는 비법이다. 자신의 모든 서커스 인생이 녹아있는 경험에서 나온 살아있는 진리이리라. 



공포감.

심장이 약한 나로서는 단어만 보아도 두근거린다. 정말로 그것을 넘어서지 못하면 '공중그네'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도 무엇 하나 이룰 수 있는 게 없다.






의사 <이라부>는 현재 슬럼프에 빠져 '공중그네' 묘기를 번번히 실패하고 밤마다 잠 못 이루는  <고헤이>에게 처방으로  '비타민 주사'만을 놓아줄 뿐이다. 그러다, '공중그네' 묘기 연습을 하는 고헤이를 관찰하던 어느 날 이렇게 툭, 말한다.



'허리가 빠졌어.'



'감히? 나에게 충고를?'

고헤이는 불쾌했다. 이라부는 일개 의사일 뿐, 서커스에 대해 대체 무엇을 안단 말인가?



그렇게 그는 이라부의 충고에 코웃음을 쳤으나, 우연히 촬영해 본 동영상에서, 새우등처럼 굽어진 자신의 몸을 보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우치다의 잘못이 아니었던 것이다. 모두들 쉬쉬했던 진실이 눈에 보인다.

'허리가 빠졌다'는 이라부의 진단은 정확했던 것이다.



'난 아무래도 허리가 굽어지는 병에 걸린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가슴속으로 뛰어들 수가 없어요.'



결국 이렇게 <고헤이>의사 <이라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실토한다.



어릴 적 부터 서커스를 하는 부모님을 따라 2개월마다 전학해야 했던 고헤이는,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슬픔을 견디다 못해 누군가를 새로 사귀는 일을 회피한 체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 새로 들어온 단원 <우치다>에게도 닫힌 마음은, 허리가 잔뜩 굽은 체 공중그네 묘기를 하게 만들었고, 번번히 <우치다>의 손을 잡지 못한 체, 그물망에 떨어지는 창피함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걸 계속 상대 파트너가 일부러 자신의 손을 잡지 않는 것 같다고 화만 내고 있었던 고헤이!

등잔밑이 어두웠다.



공중그네 캐치!

그것을 성공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비법은, 무엇보다도 '마음을 비우는 일'이었다.

마음을 비운 후 다른 사람의 가슴 속으로, 상대방을 믿고  뛰어들어가야만 성공할 수 있는  공중그네였다.  

고헤이는 가장 기본적인 이것을 어느 순간부턴가 놓치고 있었다.



마음을 비운 대표적 인물, 이라부!

서커스가 마냥 좋아 매일같이 구경을 와서, 이것 저것 안 해보는 묘기가 없다. 실패를 거듭 해도 크게 상심하지 않는다.

<이라부>는 공중그네 묘기를 일주일째 연습중이다.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이 가득한 그는 연일 신이 나서, 마음을 비우고 아무 두려움이나 의심없이 상대방을 경계하지도 않으며, 천진난만하게 계속 도전 중이다.

고헤이는 그런 이라부를 보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우치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게 되고, 새친구들을 다시 만들어 보고싶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이라부.



이라부는 '특별 게스트 비행'이란 명목으로 표범무늬 의상까지 입어가며, 지상 13미터 높이의 공중그네묘기 공연에 정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 결과는?


상상에 맡긴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였다.



이 작가의 글은 쉽고 간결한 문체술술 히는 게 강점이다. <공중그네>에는 '고슴도치, 장인의 가발, 3루수, 여류작가'도 들어있다. 모두 이라부 의사의 처방을 받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유쾌하고 기발한 구상을 기본으로, 속도감있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매우 흥미롭다.

작가가 공중그네의 '고헤이'를 통해 보여준 것처럼, 사람이면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있는 '인간적인 약점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 게 재미나다.

마음에 쏙 든다.




<공중그네>를 보면서 자연스레 '인생'이 떠올랐다.

녹록잖은 인생길과 공중그네가 닮은 듯 하다.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둘 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가 없다.

곡예사가 흔들리는 그네를 타기 두려움을 떨치고 허공으로 하염없이 온 몸을 내던지듯, 각자  인생을 살아오면서 지니게 된 그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을 할 수 밖에 없다. 때론 뜻대로 잘 되지 않아 털썩, 그물망에 떨어지더라도 말이다.



높은 기둥의 점프대에서 몸을 내던지기 전, 공중그네 캐쳐를 향한 '믿음'과 떨어져도 괜찮다라는 '마음비움'이 없다면, 우리의 몸도 고헤이처럼 경직되리라.

그리고, 같이 공연하는 캐쳐에 대한 무한신뢰를 기본적으로 갖지 않는다면 역시 성공은 보장할 수 없으리라.

마치, 힘든 인생길을 걸어갈 때 나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받아줄 그 누군가가 옆에 한 사람쯤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생은 아무래도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여하튼, 유연한 마음으로 도전하여 실패하더라도 한 번쯤은 허공에 솟구쳐보는 쾌감! 그 두려움을 극복한 시도 자체만으로도 충분 의미있는 일이다.

'공중그네타기'를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핑그그르, 그 위에 걸터앉아 하늘거리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 인생길이 견디기 힘들다하더라도 좀 더 힘을 낼 일이다.

그리고, 이 모든 기본을 잊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의 삶은 한 발짝 한 발짝씩 진일보하도록 이미 설계되어 있는 게 닐까 싶다.

언젠가는 오랜 연습 끝에 공중그네에 폴짝 오를 날이 오듯이, 인생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접근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오리!





이 책을 번역한 작가는 말한다.

'완벽주의자는 있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다'.


번역가는, 소설을 읽는 동안 '이라부'라는 의사의 치료를 받아 자신감이 솟아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서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을 벗어던지라고 은근 유혹한다.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 또한, 적절한 무게감만을 지니고 때로는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함으로 마음껏 즐겁게 살아갈 것유쾌하게 전하고 있다.



나는, 그동안 아오면 이래 저래 상처받은 것들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둔 체 미리 겁먹어 마음을 닫고, 나 스스로 쳐 둔 방어막에 갇혀 편협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본다.



어찌 보면, 무미 건조하게 반복되는 일상이다.

진정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



오쿠다 히데오의 처방대로 그것들을 향해 마음을 비운 후, 천진난만한 호기심으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나를 향해 흔들리며 다가오는 공중그네펄쩍, 캐쳐를 믿고 온 몸을 솟구쳐 내던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운명은 시도하는 자의 편일테니!






일산 호수공원 장미정원




"신은 우리가 성공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가 노력할 것을 요구할 뿐이다. "

    -마더 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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