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꼭 힘들 때면 책이 생각나더라

마감이 코앞이라 바빠 죽어야 하는 2022년 근로자의 날 오전 7시.

by 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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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 때면 일단 e-book을 지르고 보는 나의 근래 구매 도서 목록.





겁나 바빠서 주말도 없이 매일매일을 아침 퇴근/점심 출근하는 요즘. 바빠서 잠을 잘 시간도 없는 이 와중에 나는 또 이북을 이렇게나 질렀다.

내 머리든 내 마음이든 환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이러다 내가 일에 치여서든 피곤에 절어 길을 걷다 차에 치여서든, 어찌어찌 그렇게 골로가기 전에 내 속에서 나를 잃어버릴 것 같기에.

나는 나를 잃기 싫고 일에 머리가 터지고 마음이 터지고 내가 터져 죽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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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꼭 숨 막히게 바쁠 때 책이 생각나더라. 이전 회사를 다닐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바쁘게 혼자 정규앨범 관련 영상 컨텐츠들을 다 소화하면서도 나는 틈틈이 이북을 읽었었다. 그때는 정말 거짓말이 아니고 진심으로 "이러다 죽는 게 낫겠는데?"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그때의 나는 출근길에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불현듯 ‘아 그냥 치여 죽는 게 낫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이 든 지하철이 소름 돋아 택시를 타고 다니던 중에도 ‘왜 사고 안 나지’ 하는 생각이 마치 배고파- 하는 본능처럼 수시로 들었었다. 그럴만한 게 이삼일에 한 번씩 집에 들어가서 쪽잠 좀 자고 바로 나오는 나날 속에서 업무는 줄지 않았으니까. 그때의 내 상태는 정말 엉망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이북을 읽었더랬다. 바빠서 회사 앞 돈가스집에 가서 밥을 흡입할 때도 이북 리더기 가져가서 책을 읽었었다. 왜일까. 왜 그랬을까. 새삼 신기하게 와닿는 기억이다. 나는 힘들 때마다 책을 찾는다. 평소라면 "밥먹을 때만큼은 다른 영상 보고 웃자"하고 유튜브나 예능을 보곤 할텐데. 왜 나는 힘들 때마다 책을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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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나는 늘 그랬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친구들 속에서 적응하지 못했을 때나 친한 친구들이 모두 다른 반이 되었을 때, 혹은 그저 2차 성징이 먼저 시작되고 다른 친구들보다 가슴이 좀 크다는 신체적 이유로 남학생들에게 별별 성희롱을 들었을 그 시절에도. 나는 늘 수업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시작되면 그 10분을 버티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었다. 아마 그때부터 시작이었지 않을까. 나는 도서관에서 제일 구석진 곳을 찾아내 장박히는 걸 좋아했다. 사서 선생님의 눈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은 후에야 나는 비로소 그때 숨을 쉴 수 있어서 좋아했던 게 아닐까. 이제 와서야 내가 나의 과거의 나를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나는 지금의 나조차 잘 모르는 바보니까 그냥 정확하지 않으니 ‘~인 것 같다’고 추측해 보는 거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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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성인이 됐다. 성인이 된 지도 어느새 10년 하고도 2년이 지났구나. 나도 참 혼자 어련히 잘 달려왔다. 스물둘에 멋모르고 패션 매거진의 영상화보, 패션필름을 도맡아 진행하는가 하면, 스물여섯에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넘어와 경력을 포기하고 새로운 일을 배워서 시작했다. 스물 여섯의 나는 신입치고 나이가 많다는 말을 줄곧 들어왔지만 그래도 뭐 용케도 잘 버텨냈다. 엔터로 넘어온 지도 6년, 패션 매거진의 경력까지 합하면 영상 일로만 8년 반- 9년을 일했다. 영상... 대학교에선 죽어도 전공으로 선택 안 한다고 아득바득 버텨서 졸전도 편집 디자인으로 준비해 졸업도 디자인으로 해놓고선 영상 경력이 이제 곧 10년을 찍게 생겼다. 진짜 사람 앞날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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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지금도 일하고 있었다. 지금은 2022년 5월 1일 오전 6시 57분. 아-. 근로자의 날이던가. 아무튼 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집중을 못 하고 꾸벅도 아니고 그냥 눈이 감겨서 선잠을 잤는데, 웃긴게 난 내가 일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 선잠을 자면서도 꿈을 꾼 거였고 그 꿈이 또 편집하고 있던 거였다. 이게 뭔 개소리야(짤).

어이없어서 잠깐 잠이나 깨려고 이북 리더기를 꺼냈다가 또 충돌적으로(?) 위시리스트 이북들을 쫘악 지르고 나서 -> 앗 책목록 1페이지가 다 새 책인 거 처음이야! -> 찰칵! -> 갑자기 사진 찍어서 뭐해 인스타나 올려볼까->사진 코멘트로 한 줄, 두 줄 적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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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일하자. 나 자신아. 일해야지. 그래 일해야지. 물론 편집 드릅게 하기 싫은데. 해야지. 해야 해…. 이걸 빨리 해치우고 거치 40대를 해결해야 해. 과거의 내가 나에게 던진 빅엿을 해치워야지. 해야지. 뭐 어쩌겠어. 못하면 뭐 그냥 때려치워야지. 이직 준비나 할까…? 어디로? 아 일단 진짜 일해야지. 급한 불 끄러 가야겠다.







“우리의 가치를 알아주길 바라고 있을 시간에 우리는 우리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억울하다면 분노해야 한다. 그 에너지가 있으면 관두고 싶다가도 조금 더 버텨내게 된다”

-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