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n Nov 06. 2021

다시, 문학생활

커피, 밥, 아니면 책

  <월요일의 책>의 마지막 글을 쓰고 머릿속에 완성된 나만의 작은 책을 덮으며, 다음 글의 제목을 뭐로 짓지?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2주 동안 이런저런 책을 꾸준히 읽고, 서점을 방문하고, 오디오북을 듣고, 국내·외 온라인 서점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여전히 책 이야기를 할 것이었지만 <월요일의 책>과는 조금 다른 글을 쓰고 싶었고, 그에 딱 맞는 제목을 고르려 고심했는데 뾰족이 생각나는 게 없었다. '제목 뭐로 짓지?' 내내 같은 의문문이 달그락거리며 머릿속을 굴러다녔다. 

  하루는 교보문고에서 책을 산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별생각 없이 문자로 온 결제내역을 쭉 훑어보는데, 책, 커피, 밥, 커피, 밥, 책, 커피, 책, 약국, 책, 커피, 밥… 최근에 돈을 쓴 내역이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먹고, (커피를) 마시고, 책을 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책 결제내역을 알리는 문자에만 끝에 '문화' 또는 '문화비'라고 따로 쓰여 있었다.

한때는 영화, 연극, 뮤지컬, 콘서트, 전시 등 꽤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겼었는데. 바빠지고 지갑이 얇아지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쳐오면서 언젠가부터 문화생활이라고는 책 사는 게 거의 전부가 됐구나, 깨달았다. 그때 퍼뜩 떠오른 것이다. '문화생활=문학생활'이라는 이상한 등식이. 그 뒤로 '문학생활'이라는,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가 생각을 떠나질 않았고 더 좋은 제목이 떠오르기를 기다렸으나 아직까지도 진전이 없어 그냥 계시를 받듯 뇌리에 꽂힌 제목을 쓰기로 한다. 

  주제는 여전히 책이다. 하지만 <월요일의 책>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도 쓰겠지만 책의 만듦새, 기대되는 책, 번역되어 들어왔으면 좋겠는 책, 특정 작가에 대하여, 그리고 그 외에도 책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한다. 그야말로 나의 문학생활에 대한 기록이다. 이때 '문학'은 좁은 의미의 문학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문학이다. 시나 소설, 희곡과 같이 특정 분야의 글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글을 통틀어 칭하는 literature를 가리킨다. 따라서 흔히 비문학이라 불리는 글 또한 다룰 것이다.

  <월요일의 책>이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면 <문화생활 문학생활>은 책으로 먹고사는 미래의 삶을 그리며 읽고 쓰고 거듭 고민하는 현재의 삶과 나를 담은 글이다. 책이 좋아! 하고 대책 없이 올랐던 길 위에서 우왕좌왕 방향을 잃고 헤매다가 찬찬히 시작점을 찾아 돌아왔다. 이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하지만 명확히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문학생활이 단순히 문화생활이 아니라, 정말 나의 생활이 되기를 바라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