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제조사 혼다가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현지 IT 공룡 화웨이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중국 로컬 기업의 자율주행 기술을 전면 수용한 첫 사례다. 중국 시장 내 생존이 절실해진 혼다의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혼다는 중국 전용 전기차 브랜드 'Ye'의 첫 모델인 S7과 P7에 화웨이의 지능형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하기로 했다. 당초 혼다는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일본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자 계획을 전면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혼다가 중국 시장에서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을 포기하고 현지 업체의 시스템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화웨이의 첨단 자율주행 시스템 '천곤(乾坤)'은 주차장에서 주차장까지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이미 동풍, 창안, GAC 등 중국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검증된 시스템이다.
이번 결정은 혼다의 중국 시장 실적 부진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자동차데이터트래커에 따르면 혼다의 2024년 1-11월 판매량은 76만 9547대로, 전년 동기(106만 4975대) 대비 30% 이상 급감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스마트 전기차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 중심의 혼다가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Ye 브랜드는 혼다의 중국 시장 회복을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평균 연령 32세의 젊은 연구개발팀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Ye의 첫 모델들은 40인치 AR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89.8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등 첨단 사양을 대거 적용했다. 이는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번 혼다의 결정은 중국 자동차 시장의 지각 변동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자국 기술을 포기하고 중국 현지 기술을 도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중국 시장의 특수성과 현지 업체들의 기술력이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