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더없이 예쁜 요즘이다.
쏟아지는 햇빛 속을 걸으면서
한 번씩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해도
마음속에 행복감이 차오른다.
하늘에 감탄하며 열심히 걷다가
무심코 땅을 보았는데
물웅덩이가 있었다.
지저분한 물이겠지 생각하고
뛰어넘으려던 순간
그 속에 빠진 구름을 보았다.
다시 보니 구름뿐만이 아니었다.
색은 조금 바랬지만
파란 하늘과 햇빛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이섬의 어느 연못에 빠진
구름을 보았을 때도 참 반갑고 좋았는데
오늘 물웅덩이에서 만난
구름은 더욱더 소중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깨끗한 연못이 아닌 더러운 물웅덩이에서
하늘과 구름, 햇빛을 모두 만날 줄이야.
어쩌면 하늘과 물웅덩이는 컬래버레이션을
하던 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늘은 자신을 바라보며 위로를 얻고 힘을 내는
사람들을 보며 그 역시 위안을 얻고 기뻤다.
하지만 아무리 푸르름과 하얀 구름으로
위로하려고 해도 고개를 들 기운조차 없는
이들의 마음에는 도저히 닿을 수가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더하던 하늘은 땅에 있는
물웅덩이와 협력하기로 했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그에게 빌려주고
땅만 보며 걷는 이들에게도 위로를
전하기로 한 것이다.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은 온전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하기는 충분했다.
비로소 고개를 든 그들에게
하늘은 더없는 아름다움으로
깊은 위로를 건넸다.
하늘과 물웅덩이의 컬래버레이션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물웅덩이가 하늘과 협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역시 깊이 팬 상처를 가졌기 때문이리라.
상처 입고 눈물 흘린 그였기에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도우려는 하늘의 제안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어쩌면 다 아물지 않아 물이 닿으면
더 쓰라릴지도 모르지만
깊이 팬 상처 가득 물을 담아냈다.
깨끗한 물도 아니고 함께 하는 꽃과 풀이
있지도 않았지만 물웅덩이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비록 온전한 하늘을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하기에는
더없이 충분했다.
하늘이 맑고 햇빛이 강할수록
자신의 생명은 빨리 꺼질 것을
알았지만 물웅덩이는 그래도 좋았다.
그래야 구정물투성이인 자신이
조금이라도 투명하게 하늘을 담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 덕분이었다.
하늘과 물웅덩이의 바람대로
삶에 지쳐 힘들어 하는 이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금 힘과 용기를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