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의 행복 여행
좋아하는 책 중에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란 책이 있다. 제목 그대로 꾸뻬란 사람이 행복의 비결을 찾아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내용이다. 그런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왜긴 왜겠는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지.
꾸뻬 씨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도시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이다. 책에서는 정확히 어디라고 언급은 하지 않지만 그의 이름과 도시에 대한 묘사를 보면 프랑스 파리가 아닌가 싶다. 참고로 동명의 영화에서는 영국 런던에서 일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 헥터가 주인공이다.
그는 오래도록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큰 의문이 생겼다. 객관적으로 불행할 만한 일을 겪지 않았는데 불행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부족한 것 하나 없이 화려하게 살고 있는데 그들은 대체 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도대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정말로 행복해 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물음들의 답을 구하기 위해 그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꾸뻬 씨는 과연 행복 여행을 통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법을 깨우치게 될까? 뒷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책도 좋고 영화도 좋으니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나 역시 꾸뻬 씨와 같은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다. 아니, 사실은 요즘도 수시로 의아해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불행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불행을 자초하는 이들이 꽤나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봤을 때)별것 아닌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하나의 걱정이 끝나면 새로운 걱정을 기어코 만들어내는 이들을 보면, 불행하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는 것만 같다. 예전에는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참 답답하고 어리석단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유독 걱정이 많고 자주 불안해 하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타고 난 탓이라는 사실을. 아니, 그럼 결국 행복도 유전이라는 소리냐고? 유감스럽지만 그렇다. 어떤 이는 평소에 6,7 정도의 행복감을 느끼며 살다가 좋은 일이 있을 때는 9,10(만점)까지 오른다. 힘들고 괴로운 일을 겪을 때는 3,4 정도까지 떨어지기도 하고.
반면에 또 다른 이는 평소에 3,4의 행복감을 느끼며 살다가 특별히 좋은 날에도 6,7 정도의 행복감 밖에 느끼지 못한다. 고난과 역경을 만나면 행복감은 1,2 정도로 떨어져 바닥을 치고. 때로는 0점을 넘어 마이너스 점수에 이르러 스스로 세상을 등지기도 한다.
불의의 사고로 팔, 다리를 잃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과연 행복을 잃어버릴까? 당연히 그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원래 긍정적이고 행복하게 살던 이들은 사고로 신체의 일부를 잃거나 큰 병을 앓아도 행복을 잃지 않았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몸이 불편하니 당연히 마음까지 어두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밝고 웃음이 넘치는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결국 원래 행복한 사람이 행복하고 원래 불행한 사람이 불행하다는 시답잖은 결론에 이른다. 원래 행복했던 이들은 장애를 가지게 되더라도 행복한 장애인이 되는 것이고. 장애를 다른 어떤 시련이나 역경으로 바꾸어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니냐고? 맞다. 그런데 어찌 하겠는가. 세상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것을. 우선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참으로 빌어먹을 사실이지만 행복하게 사느냐, 아니냐는 날 때부터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하자. 참, 그리고 7살 이전까지 형성되는 성격도 선천적인 성향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나를 비롯한)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해당사항이 없을텐데 그런 말을 해서 무슨 소용이냐고? 당신(과 나는)은 이미 글렀지만 우리에게는 아이들이 있지 않은가. 아이가 쭈욱 없을 예정이거나 이미 7살이 훌쩍 지났다면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심심한 위로는 무슨, 지금 놀리는 것이냐고? 워워~ 진정하길 바란다. 행복은 유전이다. 끝. 이렇게 마무리 지을 것이었다면 이렇게 길게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7살이 훌쩍 넘은 우리들도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희망을 가져도 좋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그것은 바로 자꾸만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무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정말로 행복해질때까지 행복한 '척'을 하는 것이다. 허세를 부리거나 거짓으로 행복한 티를 내라는 말이 아니다. 머릿속으로든, 입 밖으로든 '나는 행복해'를 수없이 반복하면 된다. 언제까지? 무의식이 바뀔 때까지.
내가 고안한 것이 아니라 행복에 대해 오래도록 연구한 전문가의 말이니 믿어도 좋다. 밑져도 본전 아닌가. 지금 당장 10번만 나는 행복해를 소리내서 말해보길 바란다.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머릿속으로 되뇌도 좋고. 자~ 시작~.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는 행복해를 10번만 반복해도 슬며시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아닌데, 나는 전혀 효과 없는데? 하는 사람은 100번 반복하도록 하자. 그러면 분명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아니라고? 그럼 될때까지 하도록 하자.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던가. 결코 실패하지 않는 성공의 비결은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사람에 따라 무의식이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은 다 다르지만 한 번 바뀌고 나면 그대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원래 불행한 사람도, 원래 행복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나 역시 원래 행복한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어서 한동안 꽤나 열심히 실천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행복해'만 하는 것은 왠지 심심해서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다'도 섞어서 해봤더니 더욱 좋았다. 그래서 효과가 있었냐고? 있었다. 과거에는 원래 불행한 사람 쪽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원래 행복한 사람 쪽에 더 가까워진 채 유지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실천해서 더욱 원래 행복한 사람 쪽으로 가보려고 한다.
감사 일기를 쓰는 것도 주어진 삶, 지금의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에 도움이 되니 병행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불행할만한 일이 없어도 불행한 사람이 아닌, 행복할만한 일이 없어도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