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이십 분쯤 지났을까. 지하철에서 만난 아는 형 부부가 우리가 내리는데 따라 내렸다. 두 정거장인가 더 가야 형님부부 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디 가는 길인가 싶었다. 모임이 있어 커피를 마셨는데, 지하철을 같이 탄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우리 역에서 같이 내린 것은 처음이었다.
내려서 길을 건너 좌석버스에 몸을 실었다. 두 정거장만 가면 집이다. 모임을 하면 와이프는 좋아하지만 나는 일단 집에서 나오는 것까지만 좋을 뿐,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업무의 연장인 양 피곤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등받이에 딱 달라붙어서 눈을 감았다.
그런데 옆에서 누가 툭툭 치기에 쳐다보니 통로 건너편에 형님 부부가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같은 역에서 내리는 것도 처음인데 버스도 함께 타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이 버스 타셨어요? 무슨 일이세요?"
하고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아니, 영화를 보러 가는데, 다른 부부와 보기로 했는데 취소를 했네."
"이 버스가 거기 가는 거예요?"
"응. 그래서 말인데, 표가 두 장 생겼는데 같이 갈래?"
"무슨 영화인데요?"
"두적바바밥바인데,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근데 우리도 그렇고 그쪽 부부도 바냐 티켓이라서 얼른 샀거든."
"갈게요! 언제예요?"
갑자기 아내가 끼어들었다.
"무슨 영화인지 들었어?"
내가 무슨 내용이라도 알고 대답한 건가 싶어 물었다.
"아니, 몰라. 그래도 가야지."
와이프가 대답했다.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돈 내고 영화를 본다는 거야?"
"반얀이라잖아. 반얀 몰라? 반얀트리에서 새로 만들었다는 데 아니야? 거기 비싼 것도 비싼 건데 예매 자체가 어려워서 이렇게 아니면 못 가."
그래서 내가 돌아보며 형에게 물었다.
"거기가 반얀트리 거기예요?"
"응. 반얀시네마. 우리도 표를 간신히 구해서 아까워서 가자는 거야. 어차피 그 커플한테 돈을 받으면 되긴 하지만 한 시간 남아서 환불도 안되고 해서."
"그럼 갈게요."
"그래 그럼 세정거장 있다가 내리면 돼."
세 정거장이면 우리 집 다음 정거장이다. 이 버스가 제법 정류장 간 거리가 멀어서 한 정거장 더 가더라도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아내가 입이 귀에 걸려서 묻는다.
"오빠, 뭐 할 거 없지? 오늘 이거 가느라 하려던 건데 못하게 된 거 있어?"
"아니 없어."
"다행이다."
와이프는 무척 설레는 모양이었다. 반얀트리는 풀빌라인가 그런 거 아닌가? 비싸서 못 데리고 갔었는데 거기서 영화 쪽으로 사업을 확장한 줄은 몰랐다.
깨어나서 요즘 영화 상영 시황이 안 좋다는데 극장이 아예 사라지는 건 그렇고 주인이 바뀌고 다시 황금기가 오면 어떤 모습이 될까 궁금해지기는 했다. 꿈에서라도 호화 영화관이 어떤 모양인지 보았으면 싶었는데, 버스가 도착하기도 전에 잠에서 깨어버렸다. 전철역의 모양은 계단을 내려와서 카드를 찍고 다시 계단을 내려와서 밖으로 나오니 횡단보도가 있는 모양새가 강변역과 비슷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