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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p L Jun 15. 2024

글이 주는 문제

돈 되는 글을 쓰는 법에 대한 교육이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책을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강의 있다고 한다. 처음 그런 것을 보고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그렇게 책을 내면,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과연 강의를 듣고 실습 과제를 가지고 만든 책 나온다면 그 책은 내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이사 그것이 누구의 책이든 나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렇게 나온 책이라 욕을 먹는다고 해도 강사의 능력이 출중해서 내가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한 권쯤 집에 사다 놓고 밑줄을 그으며 서너 번도 더 읽을 수도 있다. 똑같은 내용에 편집과 에피소드만 조금씩 다르게 해서 계속 나오는 책들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렇지만 내 이름으로 나오는 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내 이름이 찍혀 있고 내가 저자라고 되어 있지만 문장그 자리에 있는 이유가 '컨펌받았기 때문'이라면 내가 쓰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들어간 문장은 얼마나 까?
책을 내고 저자가 되면 강의료 등 여러 모로 좋은 점이 많다고 한다. 그렇게 수요가 만들어지고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어서 그런 구조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내가 쉬지 않고 뭔가를 웅얼거리고 있어서 글 속에 그것들을 주워 담느라 정신이 없는 나로서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책 어디서 오는 목소리를 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 참기 힘들다.
돈 되는 글을 쓰는 법에 대해서는 나도 혹하는 마음이 없지 않다. 출판사별로 각종 트렌드 같은 것들을 보고 생각한 방향이 있을 텐데 책을 쓰는 사람들에게 그런 게 전혀 없을  없다. 처음 Chat-GPT가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었을 때 우리나라에 상당히 일찍 나온 AI 관련 책 한 권을 읽고 그런 쓰레기를 자기 본명을 걸고 출판했다는 데에 한심함을 감추지 못했던 적이 있다. 급해서 그랬겠지, 싶기는 하지만 내가 쓰는 글과 달리 정보를 제공해야 할 책인데 각종 추측과 상상만 난무해서 결국 내가 쓰는 글처럼 생각만 적은 것인 셈이기 때문이었다.
모든 일에는 시점이 중요하며 정확한 타이밍에 얼마나 정확히 니즈에 맞추느냐가 일의 성공의 절반은 결정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데 정확히 니즈를 맞춘다는 것이 내용보다는 제목에 집중하는 경우가 너무 잦다.  
어쨌거나 시류 같은 것에는 빠릿빠릿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렇게 빨리 자료 조사를 해서 글을 쓴다는 생각, 아니 그렇게 재빨리 주제를 정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겠다. 나는 내 안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계속해서 집중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걔속해서  쓰고 싶은 말을 계속해서 쓸 것이기 때문이다. 어이폰 3Gs가 우리나라에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 아이폰으로 테스트를 해 가면서 블로그에 아이폰의 이상 증상에 대한 해결 방법을 잔뜩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조회수가 꽤 나와서 이것저것 많이 찾아내서 올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조회수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 재미있었지 '설명문'을 적는 것에서는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재미없게 쓰는 글은, 읽기에 아무리 재미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많이 쓰지 못한다. 쓸 때 재미없고 힘들었던 글을 재미있게 읽을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서 써야 매일같이 생활처럼 쓸 수 있다. 돈벌이라면 몰라도 재미로 하는 일을 재미가 없는데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재미로 글을 쓰면 나에게 남는 것은, 내 이름 말고 무엇인가? 내가 쓴 것이 틀림없다는 그것 말고, 나에게 무엇이 남을까?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써야 하기 때문에 쓰는 것이라고 아무리 상투적으로 대답하더라도 다른 선택지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내게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면, 내 선택에는 무엇이 남는 것인지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글이 모두가 읽어야 할 참신한 글인지도 알지 못한다. 내 글은 누군가에게는 자극이 되는 글이 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아니다. 나는 무엇을 바라고 그 수많은 스트레스 해소법 중에, 특히 그냥 책을 읽기만 해도 되는데 굳이 글을 쓰는 쪽을 선택했을까. 글만 쓰는 것이 그래도 책만 읽는 것보다 돈이 덜 들어서일까. 출판에만 큰 욕심이 없을 뿐 내 이름을 걸고 나와 있는 글은 필요했던 것일까.
세상에는 답이 없는 문제도 있고 답을 마치 대장장이가 오랜 시간 동안 풀무질을 하고 두들겨 만들어 내는 검처럼 정성을 다해 얼마가 걸리든 계속해서 다듬어 가야 하는 문제도 있으며 답이 눈앞에 있지만 너무 당연해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그런 문제도 있는 법이다. 아마 나에게 글이 내게 주는 것이 무엇이냐는 문제는 두 번째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닐까? 어쩌면 글을 쓰는 모든 시간이 그 대답을 만들어 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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