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에 서울 거리를 운전하면

by 루펠 Rup L

한 밤의 서울 거리는 저녁과 다르지만 새벽은 더더욱 다릅니다. 하루 중 가장 침묵에 가까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에도 자동차 소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아마 그 자동차 소리 중 대부분은 택시의 엔진소리겠지만, 화물차도 제법 많습니다. 아직 버스가 다니기 전의 시간이라면 그 둘 외에는 일반 차량일 뿐일 텐데, 그 숫자도 매우 적어서 새벽에 급히 비행기를 타거나 기차를 타러 가는 것 아니면 긴급하게 출근하는 일뿐일 것입니다. 사실, 택시나 일반 승용차나 그 시간에 다니면 목적은 비슷하겠지요.
그 시간에는 자동차들이 과속을 하는 일은 드뭅니다. 하지만 피곤한 시간이라 그런지 여유가 있는 느낌은 아닙니다. 빠르게 다니지 않는 가운데 충분히 긴장이 느껴집니다. 목적지에 늦으면 안 되지만 새벽에 판단력이 떨어진 사이에 사고를 내는 일도 없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제나 사고 뉴스를 들을 때면 늘 하는 말이 있잖아요? 사고는 혼자 조심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고. 정상 주행을 해도 잘 피해야 하는, 잘 피하기만 하면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사고도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그런 사고라도, 피할 수 있는 사고라도 피하자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조금 전에도 네시 반에 새벽 운전을 했습니다. 그 솔직한 느낌은 피곤해서 눈꺼풀이 따가운 가운데 하는 운전은 언제나 긴장된다, 입니다. 그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이제 위에서 설명한 그런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오늘, 조금 전에 느낀 것은 우선 횡단보도에 길을 건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시간에는 걸어 다니는 사람은 없을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큰길을 건너서 다닐 일은 전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편의점에 다녀오는 길일까요?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것을 보면 컵라면만 얼른 후루룩 먹고 나오는 길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차를 얻어 타고 운전해 주신 분이 원래의 경로로 가기 쉬운 곳에 내려달라고 한 후 집까지는 걸어가는 길인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 시간이라도 개인적인 스케줄을 그렇게 짰다면 산책을 한다고 해서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신기한 일이라고 중얼거릴 권리는 없을 것입니다. 어쨌든,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고 사람이 건너는 일이 반복되니 혹시 버스만 다니지 않을 뿐, 사실 생각보다 조용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는 시간일 뿐, 함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잔다고 하면 안 되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자동차의 후미등, 상대 차선의 헤드라이트, 신호등의 초록색, 빨간색 등, 그리고 가로등과 신호등의 노란색 등이 마치 고흐의 그림처럼 약간 왜곡되고 강조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심지어 습기가 있는 밤이면 아스팔트에까지 그 색깔이 번져서 때로는 한 십 분 정도는 자리를 깔고 앉아 그 모습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불빛 외에도 시간이 겹쳤는지, 그전에는 만난 적이 없었던 재활용 수거 차량을 만났습니다. 새벽에 청소하는 차량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야광 선이 있는 옷을 입습니다. 그 옷을 입고 있으니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야광 선이 빛났습니다. 순식간에 새하얀 색으로 반사되어 눈에 확 들어오다가 자동차가 지나가고 나면 갑자기 어두워지고 형광색만 가로등에 간신히 보이는 식입니다. 조명 중에 후미등과 헤드라이트는 선형으로 지나가고, 가로등은 그대로 있고, 신호등 불빛만 그 자리에서 깜빡거리면서 바뀌는 느낌이었는데, 그렇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불빛을 하나 더 찾은 것이지요. 풍경이 그렇게 하나 둘 늘어나다가 형광등으로 가득 찬 시내버스가 등장하게 됩니다.
오늘은 시내버스가 다니는 시간이 되기 전에 들어왔습니다. 시내버스가 다니기 시작하는 시간이면 지하철도 다니기 시작하기 때문에 걸어 다니는 사람도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점점 숫자가 가속도가 붙으며 늘어나다가 출퇴근 시간이 되면 절정에 이를 것입니다. 자동차 역시 승용차를 중심으로 숫자가 왕창 늘어날 거고요.
그런 시간에는 운전을 하면 안 됩니다. 특히 오늘처럼 새벽에 돌아다닌 날은 출근 시간에 해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눈이 더 따가울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 올라오지만 출근 시간까지 두 시간 정도가 남았으니 일단 한 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야겠습니다. 자기 전에 굿 모닝, 미리 인사할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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