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왠지 휴식이라는 것에 대해 인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휴식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조직 문화에서 개인에 대한 사항을 고의로 홀대하는 부분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에 관성이 있다 보니 조직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기도 모르게 휴식은 노는 것, 생산성 없는 것, 시간 버리는 방법이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그렇지 않으면 휴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마저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를 베는 일을 한다면, 휴식은 체력을 다시 보충하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날을 가는 시간까지도 포함합니다.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까지는 아니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필수라는 것입니다. 그 일이 회사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회사 일과 취미를 병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둘을 모두 해내기 위해서는 제3의 활동, 휴식이 필요합니다. 취미가 휴식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취미 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회사 일을 잘할 수는 없습니다. 취미가 있건 없건 휴식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글을 쓰는 것이 머릿속 환기는 될망정 글을 쓴다고 일이 잘 되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틈을 내어 모든 시간을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데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정보를 정리하고 쉬지 않고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일도 엄밀히 말해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휴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틈새조차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휴식은 아닙니다.
한 번은 캠핑을 좋아하는 동료와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점심시간이면 새로운 캠핑장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거의 격주로 온 가족이 캠핑을 떠나곤 했습니다. 이미 필요한 건 다 사서 캠핑용품을 구입한다던가 하지는 않았습니다. 딱히 많은 것 같지도 않지만 가족들이 함께 간다는 게 좋은 것 같았습니다. 그 분과 술자리에서 휴식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에게 먼저 캠핑이 왜 좋은지 설명하면서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돌아다니고 여행을 가는 것보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그것도 아니면 멍하게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그분이 그랬습니다. 캠핑장에 텐트부터 부엌까지 모든 세팅이 끝나고 불을 피워 놓으면 그 불만 쳐다보고 있어도 휴식이 된다, 라고요. 그건 그분 나름의 휴식이었던 것입니다. 진정한 휴식을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힘들지 않았던 것이고요. 저는 그다지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멍하게 있는 것이 충전이 되는, 이른바 집돌이입니다. 어디 유명한 관광지를 간다고 해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휴식이 시작되는 타입입니다. 그럼에도 불멍이 휴식이라는 말은 이해가 갔습니다. 그것이 집에서의 휴식보다 더 좋다면 그런 거겠지요.
한 번은 인사이동 시기에 일주일 남짓 출근 날짜가 빈 적이 있었습니다. 휴가도 내고 전근 기간도 겹쳐지고 이러저러해서 생긴 휴일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잠실역에서 코엑스와 청담역을 지나 한남대교를 건너 이태원을 통해 다시 서강대교를 건너는 코스로 걸어본 적이 있습니다. 걷다 보면 멍해지는 시기가 있는데 그게 기분이 좋습니다. 아마 산에 오르는 분들도 반드시 정상에서의 기분 때문이 아니라면 그 과정이 이런 기분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등산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짐작만 할 뿐이지만, 그냥 멍하게 있어서 느껴지는 휴식과 걸으면서 느껴지는 휴식은 다르지만 결이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그때도 제대로 휴식을 했다는 느낌은 집에 와서 몸을 누이면서 들었지만 걷는 동안의 평온함은 그 또한 휴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람을 쐰다고 할 때, 단순한 5분, 10분의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계속해서, 싫증이 날 때까지 걸을 수 있는 활동 정도는 의미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이 휴식인 이유는 머릿속에서 쓸데없는 잔뿌리 같은 것을 없애주기 때문입니다.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역설적으로 수없이 많은 생각이 일어납니다. 그 생각들은 나중에는 기운이 없어서 잘라내거나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눈앞에 보이는 것과 별개로 머릿속에서는 자유롭게 싸움이 벌어집니다. 그 싸움이 끝날 때까지만 휴식이 충분히 이루어지면 결국 승자인 생각들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정확히 이러한 메커니즘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잡다하게 일어나는 생각이 줄어드는 것이 휴식의 질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제가 휴식이 부족해서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언제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쓸 것이 없어서 쓰지 못하는 경우보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손을 대지 못해서 쓰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여행을 가서도 있었던 일을 그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호텔에서 창밖을 보면서 멍하게 있어야 적어둘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건들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막무가내로 아무거나 적는 것은 기록으로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글로서는 나중에 읽을 가치가 없는 쓰레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지나가다가 남들의 대화 중에 웃긴 일이 있었다거나 하늘의 구름이 멋있었다거나 하는, 나중에 저 자신이 읽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적었구나 싶은 구석이 있어야 읽을 만할 텐데 스스로도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글이라면 남이라면 더더욱 질려버릴 것입니다.
사전에 남에게 읽힐 글이라고 상정하지는 않지만 내가 되었든 누가 되었든 읽을 사람을 가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글은 읽을 가치를 보존하는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읽을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예의입니다. 단순히 글자를 모아서 조합을 하는 수고를 했으니 읽으라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욱이 그런 글은 쥐어짜서 나오기 일쑤여서 몇 편 쓰고 나면 정말 생각을 정리해서 쓰는 글은 지쳐서 쓸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취미라도, 글을 쓰기 위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것처럼 휴식이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