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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p L Sep 13. 2024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구매했다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구매했다. 총 여섯 권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책을 구매하듯이 구매했을 뿐이다. 내가 늘 전자책에 대해 말하듯이 지금도 이렇게 결제해서 다운로드한 책이 전적으로 내 책이라는 실감은 나지 않는다. 로그인을 하면 볼 수 있을 뿐이니, 이 회사에서 '회사가 건재하는 동안은' 읽게 해 준다는 뜻으로만 생각한다는 입장에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두고두고 메모를 하며 부분 부분 찾아 읽을 만한 책이 아니라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은 이렇게 진행된다. 반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그대로 일상생활에 묻어버리면 나는 반감을 가진 상태로 더 이상의 타협점 없이 그대로 시간이 흘러가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내가 전자책 만능설을 믿는 사람과 맞닥뜨린다면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번에 글을 썼을 때처럼 한 발짝만 더 나아가 생각을 하게 되면 결국은 의견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나처럼 한 발짝 물러나서 조금 더 실용적인 면에서, 혹은 경제적인 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고, 반대로 기존의 의견을 더 극단적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더 극단적으로 몰고 간다면, 전자책을 보는 사람과 절대 전자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울 수도 있고 그전처럼 도서관에서 빌리는 전자책이라던가 전자책 구독제로 신간을 읽던 것까지도 끊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나는 그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전자책이 나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피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책을 조금 더 저렴하게 가질 수 있는 기회를 피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선 생각이라는 게 무엇을 떠올린다고 해서 바로 다른 생각으로 이어져서 계산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경우에도 가만히 있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우연히, 알라딘에서 예전에 구입했던 책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고, 책을 읽은 것은 생각이 나지만 구입했다는 사실은 기억도 하지 못하는 책을 온전히 다시 읽게 되는 상황이다 보니 어느 정도는 전보다 우호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서검색을 해보니 전자책이 예전처럼 책값에 비해 별로 저렴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크레마로 읽게 되면 예스 이십사의 책도 똑같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크레마 앱에서는 로그인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결국 서점별로 가지고 있는 전자책 리더를 사용하는 것이 속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크레마 기계는 처음에 완성도가 떨어졌던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거르고 오닉스 전자잉크 제품을 사용할 것이고, 그러면 결국 앱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알아서 다운로드하면 되니까 별로 불편할 건 없는 셈이다. 그리고 서점별로 앱을 따로 사용하게 된다면 결국 앱을 여러 가지를 설치할 경우 어떤 책 이 서점 리더로 열고 어떤 책저 서점 리더로 열면서 헷갈리면 안 되므로(그런 걸로 고민하는 시간이 아까울뿐더러 스스로도 그런 기본적인 교통정리도 못하면 자존심이 상하는 편이다.) 기존에 이미 구입한 이력이 있는 알라딘을 선택했다.
로 정한, 전자책과 종이책을 가르는 기준은 한 가지다. 스토리가 더 중요하면 전자책도 상관없다. 공부를 하듯 파고들 책이면 종이책이어야 한다. 문학공부를 하게 된다면 어쩌면 소설류도 모두 종이책이 필요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식의 문학공부는 할 생각도 없고 과거에도 싫어했다. 상황이 바뀌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 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스토리가 중심이라면 앞에서 뒤로 주욱 읽어나가면 되는 것이니 전자책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구매이력이 있는 책 두 권도 소설이다. 이번에 추가로 구입한 책들도 소설이다. 애거서크리스티전집도 전자책으로 구입해 볼까 생각 중이다. 나쓰메소세키 전집 처음에 생각을 했지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전자책으로 빌려다 읽고 보니 내 타입이 아니라서 그분의 다른 책도 한두 권은 더 빌려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냥 전자책을 구입하는 것도 용도에만 맞다면 크게 나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일주일째 글을 쓰지 않는 날이 있는데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손에서 오닉스의 전자책 리더를 놓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시립도서관에서 전자책으로 빌려다 읽는 책도 있지만 없는 책이 솔직히 더 많다. 그런 책들을 전자책으로 그 회사에 잘 모셔다 놓고 쉬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 미래의 소유권에 대한 걱정은 제쳐두고 유료 사설도서관 같은 느낌으로 새로운 장점을 바라보기로 다는 이야기이다.
안 그래도 오닉스의 전자책 리더가 오래돼서 페이지를 넘겨도 조금 있다가 넘어가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앱이 종료되기도 해서 당황하고 있었는데 마침 아내가 새로운 버전이 헐값에 나왔다고(아내는 핫딜이라고 한다. 나는 이 말이 아직도 입에 익지 않는다.) 하기에 주문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 달 안에는 도착하지 않을까 싶은데, 전자제품 중에 휴대폰이나 노트북 말고는 이렇게 설렌 건 참으로 오랜만이 아닌가 싶다. 글을 쓸 때도 전자잉크라서 화면표시가 느린 것 말고도 실제 실행하는 데 있어 불안 불안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아마 새 모델을 받으면 그런 게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작년 모델이니 1년은 지난 것이지만 내 생각에 느려지는 것은 안드로이드 버전 업그레이드 같은 소프트웨어 복잡성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하기에 1년 정도의 차이는 크게 성능에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새로운 독서 시대가 열렸다거나 하는 거창한 일은 아니다. 어차피 리디북스에서 구독하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까. 신간이 아닌 경우, 특히 고전 소설의 경우 읽으려는 게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종이책을 구입하거나, 전자책을 빌리거나, 종이책을 빌리거나 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여기서 종이책을 구입한다는 옵션만 조금 더 다변화했을 뿐이다. 기계는 리디북스를 읽는 그 기계함께 사용하고 말이다. 리디북스 리더뿐 아니라 크레마도, 교보문고의 샘도, 해당 서점의 책만 읽을 수 있는 기계는 이제 그만 강요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차피 휴대폰과 컴퓨터로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하는 시점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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