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리디에서 구독 상품으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책이 너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꼭 읽고 싶은 책을 있으면 구입해서 읽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기도 한다. 전자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것도 흔하다. 이것은 예전에 크레마를 사용했을 때도 똑같이 느꼈던 것이었다. 그래서 빌리기도 그렇고 어차피 구입할 책이면, 그리고 반드시 종이로 읽지 않아도 되는, 스토리 중심의 책이라면 전자책으로 구매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좋은 생각은 아니다. 전자책 구입은 늘 말하지만 정말 구입이 아니다. 장기 소장에 불과하다. 해당 회사가 멀쩡할 때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마존처럼 튼튼한가 하면 그걸 내가 알아볼 능력은 없다. 튼튼하다고 해도 지금 튼튼하다는 것뿐이지 앞으로도 잘 나가리라는 보장이 없고 지금 분석해서 안 좋게 나온대도 단순히 지금 경기가 안 좋아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정기적으로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파일이 전자책에 들어 있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 파일을 컴퓨터에서 읽겠다는 것도 아니고 해당 앱에서 강제로 지정한 곳에 있는 파일을 해당 앱으로 읽겠다는 것을 포함해서 아예 해당 회사에서 나온 기계로 읽어도 똑같다. 그럴 거면 전자책을 얼마 이상 구매하면 해당 회사 주식도 같이 주던가 해야 하지 않을까? 전자책을 많이 살수록 그 회사가 오래도록 번창하기를 바라야 할 테니 말이다.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저렴하다. 그런데 종이책은 도서정가제로 강제로 가격을 묶어 두고 그 정가도 비싼 편이다. 그래서 더 구입하지 않으니 그걸로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영화관처럼 욕심부리다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그런데 전자책 가격을 그 종이책 정가를 중심으로 해서 매기는 이유는 또 뭘까? 내 생각에는 종이책을 사려다 전자책을 사기로 마음을 바꿀 정도로 전자책이 저렴하지 않다. 종이책은 내가 다시 팔아먹을 때까지 내 것이다. 전자책은 내 것도 아닌데 팔지도 못한다. 그러면 결국 선택지는 종이책을 기다렸다가 중고로 구입하는 것뿐이다.
기업들이 하는 걸 보다 보면 의미 없는 짓을 참 많이 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일부만 잘라서 보여주는 무료 전자책이다. 효과가 있으니 계속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내가 생각이 짧았다. 효과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건 의미 없는 짓이 아니겠지. 책과 관계없는 굿즈 구경을 도서 계산 단계에서 강요하는 것도 그렇고. 소비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그 모든 소비의 무궁무진한 경로는 짧은 역사지만 종횡무진한 영업 개발의 결과이다. 석박사 출신들이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어떻게든 저항 없이 털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수없이 많은 밤들을 고민해서 나온 결과들일테니 대규모 소비자도 아닌 내가 옆에서 왈가왈부하는 것도 우습게 볼 것도 아니다. 내가 사지 않는다고 해도 그건 내가 특이한 소비자일 뿐 그들이 틀렸을 리가 없다. 그렇지만 옳고 그른 것이 아무리 희미해진다고 해도 전자책의 가격정책은 틀렸다. 그건 강탈이다. 가격을 일방적으로 매기고 소비자가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구입하지 않거나라면 그건 시장경제의 원리를 한참 벗어났다. 시장경제의 원리에서 기업들을 보호하는 용도로는 종이책으로도 충분한 거 아닌가? 도서시장을 유지해 주는 고마운 소비자들을 호구로 보는 게 언제까지 가능할까? 내가 전자책에 대해 이 정도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줄 몰랐다. 이건 일 년에 한 번씩 반복되는 일인데, 전자책을 구매할까(어차피 전자책을 읽을 기기는 있으니까)하는 생각을 할 때마다 나오는 결론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생각하는 게, 지금 전자책을 사면 30년 뒤에는 읽지 못할지도 모른다. 회사들이 유지된다고 해도 파일의 버전 때문에 일정 연도 이후에 나온 책만 읽을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 생각한다. 아니면 책의 페이지 모양이 이상하게 나와도 몇 년도 이전의 도서면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하거나. 그건 돈 받고 할 제대로 된 행동이 아니다. 그럴 거면 그렇게까지 돈을 받으면 안 된다. 그런데 어차피 전자책을 구입할 것도 아닌데 이런 것들을 되새김질하면서 화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시 전자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계기는, 오늘 낮에 우연히 알라딘에서 2014년도에 구입했던 '스노우맨'이라는 전자책을 읽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십 년이 지나도 회사만 멀쩡하다면 책을 계속 읽을 수 있다는 점은 확인한 셈이다. 회사가 멀쩡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아직 전자책이나 암호화 규격이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일 뿐,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이리저리 고민만 커지는 셈이다.
주저리주저리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다. 모두 내 의견이고 아까 말했듯이 틀려 보이는 점이 있다면 아마 틀리게 쓴 것일 거다. 그냥 주절거린 거라 기본적인 검색도 하지 않았으니까. 고민을 덮어둘 겸 스노우맨이나 다시 읽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