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남길 만 한 생각들

by 루펠 Rup L

운동을 하다가, 혹은 지하철을 타고 멍하게 음악을 듣다가 글로 남길 만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 핸드폰을 꺼내어 간단하게 개요를 적어나간다. 그리고 나중에 그 개요를 보면서 다시 글을 쓰는 것이다. 개요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핸드폰 메모장에서는 열댓 줄은 되기 마련이다. 그보다 짧으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흐름을 확실히 알지 못하고 그보다 길면 쓰다가 생각한 것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내용이 바뀌게 된다.

요즘 들어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음악을 듣는 일이 많아지면서 그런 생각들을 놓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여름이라 더워서 에어컨을 틀고 자다 보면 새벽에 추워서 깨거나 에어컨을 일찍 꺼서 아침에 더워서 조금 일찍 일어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출퇴근길에서 졸음 때문인지 더 멍하게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볍게 한 잔 하고 돌아가는 길에는 간혹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기도 하는데, 그게 말 그대로 간혹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내릴 때가 가까워오면 그대로 잊어버리고는 한다. 답답한 것은 그렇게 잊어버리면 뭔가 적어놓을 것이 있었다,라는 것은 기억나는 상태로 내용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면 방법이 없다. 그나마 핸드폰에 메모를 하는 것이 손이 쉽게 닿는 곳에 기록을 하자는 취지였는데 그마저도 빼먹으면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샤워하다가 갑자기 기억나는 일이 가끔 있기는 있었는데, 그때는 그래도 맨 정신으로 쓸 것이 워낙 많았을 때여서 그중 한두 가지는 그렇게 다시 생각날 수도 있었는데, 아예 쓸 것이 나오는 빈도가 적은 지금 같은 때에는 한 번 놓치면 그만이다.

자고 일어나서 멍한 상태라면 그래도 덜 억울한데, 멀쩡하게 깨어서 돌아다니다가 글감을 놓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저 쓰는 것이 좋다면서 쓸 것이 없어서 못 쓰고 있다면 그게 누가 봐서 좋아서 하는 일이 될까. 취미는 취미답게, 좋아서 하는 일이면 좋아하는 일답게 대우해 주어야 하는데.

이전 01화손글씨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