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순위 중 하나가 아닌,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척도로 사용될 만큼 저에게는 좌우명과 같은 것인데, 이번 주는 이리저리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들이 있어서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래보았자 30분 정도에 머물렀지만 월, 화, 목요일을 내리 하니 뇌로 가야 할 혈액까지 온몸으로 퍼진 것인지 글을 쓰려는 생각은 잘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글에 대한 생각도 많이 사라지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고민했습니다.
글을 써야지, 하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어떤 글이 될지는 다 써봐야 알 수 있는 거라서 저 또한 그 생각이 흘러가는 방향을 숨을 죽이고 쳐다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건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의 이야기이고,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최초의 씨앗이 있어야 합니다. 시작이 있어야 과정이 있고, 과정을 충실히 거쳐야 끝이 보이는 법이지요. 바다에 대한 설렘, 고양이의 귀여움에 대해 쓰려고 해도 그건 아직은 씨앗이 아니었습니다. 메모를 남길 만한 것들은 제가 생각을 '해서 '끌어낸 것들이고 저절로 떠오른 건 없었습니다.
어제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어차피 열심히 써봤자 끝에 가서는 혼자서 기가 죽고 다시 블로그고 브런치고 닫아버리고 잠적하는 게 아닐까?'
말 그대로 키보드 앞에서, 혹은 펜을 들고 그 상태로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그런 상태가 토네이도가 지나간 후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만 같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글을 쓰면서 즐거워서 쓰는 거다, 아직은 결과에 기대할 때가 아니니 연연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봄을 타는 건가 싶기도 하고, 막상 잘 써보지도 않던 것에 미련을 보이는 것이 못나 보여서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럼 이런 고민 자체에 대해서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또한 막연한 생각이지만, 그래도 글을 쓰면서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면 반드시 도움은 되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수다를 떠는 것이 취미입니다,라고 해도 말을 하다가 입이 딱 다물어지는 주제나 상황은 있는 법입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라고 하더라도 손이 딱 멈추고 생각이 바람에 날아가듯 사라지는 순간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글을 쓰는 중간에 그런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런데 아예 시작조차 하고 싶지 않았던 주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주부터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한,
'나에게 그런 순간이 오면 어쩌지? 백지를 앞에 놓듯 화면을 앞에 놓고 쓸 것이 없어서 가슴을 졸이며 시간을 보내고 그 사이에 내 글을 읽으러 오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순간.'
이라는 고민이었습니다. 처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내 글을 읽으러 오는 사람은 없다. 어쩌다 보니 읽게 된 사람만 있을 뿐.'이라고 일축해 버렸지만, 그건 뒷부분에 대한 대답일 뿐, 앞부분의 질문에는 대답이 되지 못했습니다.
저는 어차피 쓰고 싶은 것이 없으면 글을 쓸 준비도 하지 않습니다. 쓰고 싶은 것은 없는데 써야만 하는 것은 있는 사람, 글을 쓰기 싫을 때도 써야만 하는 사람들은, 아니 글뿐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을 때도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프로라고 불립니다. 나는 프로가 아니다, 아마추어 수준이나 될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있는 것뿐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했습니다. 그리고 잘 지나간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주제가 떠오르면 글을 써야 하는데, 그런 좋은 주제가 주어졌는데 글로 풀어가지 않으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나 봅니다.
막연히 무엇이 되었든 '글을 작성한다'는 것 자체를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매일 몇 편의 글을 발표한다, 업로드한다 같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저와는 맞지 않습니다. 아마 글을 잘 쓴다는 평을 받게 되는 날이 오더라 하더라도 그때도 그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번에 다 써 놓고 공개만 조금씩 하는 거라면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렇지만 뭐라도 좋으니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글을 쓸 준비를 다 했는데 쓸 수가 없어서 고민을 한다는 것도 저와는 맞지 않습니다. '뭐라도 좋으니'라고 했으니까 아무거나 쓰면 됩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 아침에 들은 이야기 같은 것들 말입니다. 꼭 글을 공개하려고 하면 긴장하게 되고 못쓴 글 같아 보이겠지만 글을 쓴다는 것 자체의 즐거움까지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한두 줄짜리 메모라도 계속 이어가 보면 되는 것이지요.
아까 아침에는 탑골공원에서 할아버지들 이삼십 명이 모여서 구경하던 바둑 시합 중간에 다른 할아버지가 바둑알 대여섯 개를 바둑판에 던지고 도망가는 바람에 소동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이야기가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의기소침해져 있었습니다. 어떤 핑계로도 연습은 빼먹으면 안 되고, 좋아하는 일이 압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입니다.
결국, 이 이야기가 떠올랐음에도 여기에 대해서는 왠지 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 그 이후에 일어났어야 할 아이디어도 막아버린 게 아닐까 합니다. 생각을 따라가며 받아쓰기로 했으니 가려서 먹으면 안 되겠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어떤 생각은 쓰지 않고 넘어가겠다고 고집은 피우면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글을 쓰기 위한 가벼운 긴장을 알게 되었다는 뜻이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좀 많이 이른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