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까에서 본 고양이는 두 마리가 있습니다. 모두 밖에서 돌아다니는 고양이라서 접할 수 있었지요. 처음부터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제가 만났을 때 그 고양이들의 집에서는 길고양이가 정착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집안으로 들이지 않은 것이기도 했습니다. 집안으로 들이기에는 또 너무 차갑지도 했습니다. 주인 가족보다는 지나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인기를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츄르를 주는 손길들을 마치 공물을 바치러 오는 사신단처럼 받아들였는지도 모릅니다. 고양이는 왕이라고 하니까요.
처서 번째 고양이는 회사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처음 왔을 때, 길고양이가 지나가다가 회사 마당에 자주 오는 편, 정도였던 것이 이제는 우리 회사 사명을 딴 이름도 있고, 집도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중간에 더 크게 재건축까지 해 주었습니다.
이 고양이는 낮이 되면 경비실 옆에 누워서 시간을 보냅니다.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자동차들을 관찰하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택배보관소 앞, 크기가 커서 택배보관함에 들어가지 않는 택배 박스 위에 올라가서 앉아 있기도 합니다. 한 번은 겨울날, 아스팔트가 따뜻해서인지 차가 다니는 한가운데에 누워 있어서 자동차가 들어오려고 하자 경비 아저씨가 놀라서 얼른 들고 옮기기도 했습니다. 매일 보는 사람들이 손을 대면 딱히 싫은 티를 내지는 않습니다. 귀찮아지기 시작하면 그제야 몸을 빼려고 할 뿐입니다. 조금 귀찮아하다가도 주머니에서 비닐 소리가 나면 갑자기 얌전해집니다. 실제 츄르를 꺼내면 갑자기 표정이 귀여워집니다.
얼마 전에는 몇 시간 일찍 퇴근하는 길이었는데, 경비실 근처에서 어떤 여자분이 이름을 부르자 고양이가 잠깐 쳐다보더니 경비아저씨 발 옆에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그 여자분에게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경비 아저씨가 신기해하시며,
"저는 불러도 안 오는데 신기하네요. 많이 친하신가 봐요?"
그러자 그 여자분이 대답했습니다.
"제가 불러도 안 와요. 근데 지금은 부르시면 올 거예요. 그리고 오면 이렇게 만져줘야 해요."
그러면서 털 속에 손가락을 넣고 마구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지금 털갈이할 때라서 가려워하거든요. 지금 같은 때 아니면 츄르 없이 부르기 힘들어요."
그 얘기를 듣고 출입 처리를 하려고 서 있든 분들이나 다른 경비 아저씨들까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웃긴 얘기기도한데, 한편으로는 납득이 가는 이야기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그 여자분 손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고양이는 등에서 옆구리, 배 할 것 없이 몸을 알아서 돌려가고 있었거든요.
다른 한 마리는 아는 사람의 카페 앞에서 살았습니다. 엄밀히 카페 건너편 집 고양이였는데, 왠지 낮이 되면 카페 앞으로 와서 누워 있는 것이었습니다. 가끔 카페에 들어와서 커피를 마실 생각은 안 하고
"고양이 츄르 줘도 돼요?"
라고만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카페 주인은
"저희 아니고 건너편 ㅇㅇ가게 고양이예요."
라고만 말했습니다. 그분도 가끔 츄르를 주는지라 주면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 남의 고양이인데 막 줘도 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또 물어보는 사람도 이해는 가는 게 고양이가 붓거나 기운이 없거나 하면 그 카페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물을 가져다주기도 했으니까요. ㅇㅇ가게와의 접점이라고는 그 가게 뒤편 마당에 자기 집이 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은 그걸 보고 강아지 집이라고 생각하지 공양이 집이라고는 잘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어느 날 저녁 카페에 방문하다가 마당에 옆으로 누워 있는 고양이를 보고 츄르를 준 적이 있습니다. 자기 집을 두고 마당 한가운데에 누워 있었는데 대문도 따로 없어서 처음 보고는 무슨 공간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얼른 츄르나 주고 갈 요량으로 들어갔는데, 마침 주머니에 츄르 말고 다른 것이 잡혔습니다. 꺼내 보자 호텔에서 가져온 일회용 칫솔이 포장째 들어 있었습니다. 출장 갔다 오는 길에 넣어 와서 아직 집에서 꺼내 놓지 않았던가 봅니다. 그 자리에서 뜯어서 등과 옆구리를 살살 빗어 주었습니다. 고양이는 살며시 눈을 감고 마사지를 즐기듯 얌전히 있었습니다. 츄르를 먹는 동안 일어났다가 다 먹자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갔고 저도 다시 빗질을 이어갔습니다.
길고양이라서 집만 만들어준 것인지, 빗질을 하는 사이에 칫솔이 금세 회색이 되었습니다. 계속 빗으면 검은색이 될 것 같은 그런 회색이었습니다. 손으로 쓰다듬지 않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고양이나 강아지를 손으로 만지는 건 거부감이 없지 않습니다.
정착한 길고양이 두 마리. 두 마리 다 집을 마련했고, 오며 가는 사람들이 물이나 먹이를 챙겨줍니다. 그러고 보니 회사 고양이도 경비실에서, 카페 앞 고양이도 ㅇㅇ가게에서 사료는 챙겨 주고 의식주 중 고양이에게 필요 없는 '의'만 빼고 풍족한 삶이네요. 그래서 없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있는가 봅니다. 그 고양이 둘은 회사 경비실과 그 카페, 두 군데의 각각의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모두에게 랜드마크는 아닐 겁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눈에 띌 가능성은 희박하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한 번이라도 츄르를 먹여본 사람들에게는 그들보다 큰 랜드마크는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