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이다.
+ 하늘
= 화창한 하늘에 기분이 좋은 아침이다.
+ 햇살
= 햇살이 부드럽게 비치는, 화창한 하늘에 기분이 좋은 봄날 아침이다.
+ 촉감
= 차에서 내려 보니 차 안에서 느꼈던 따가운 햇살 대신 부드러운 햇볕이 나를 맞았다. 차문을 닫으며 올려다보니 화창한 하늘이 보였다. 살갗에 닿는 따뜻한 느낌의 종류만 바뀌었는데도 기분이 좋은 봄날 아침이다.
+ 생활
= 모닝커피를 마시고 억지로 여유를 찾았다. 그런 여유라도 기분을 좋게 해 준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어 마시고 잠시 후 다 마신 에스프레소 잔을 싱크대에 넣고 가방을 메고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 아침마다 느껴지는 콘크리트의 차가움은 오늘도 여전하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내려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창문 틈으로 잠깐 보인 밖의 풍경 말고는 오늘 흐릴지, 비가 올지 어떨지 알 수 있는 힌트가 전혀 없다. 앱에 '맑음'이라고 되어 있으니 그런가 보다, 했다. 어차피 비가 오더라도 차와 가방에 항상 우산이 들어 있어서 더더욱 신경을 쓰지 않는지도 모른다.
시동을 걸고 주차장 출입구로 나오는 순간, 앞유리로 들어오는 햇빛이 쨍했다. 아직 여름도 아닌데 햇빛에 닿은 부분이 뜨겁게 느껴진다. 공기의 온도와 많이 달라서 마치 어렸을 때 목욕탕에서 냉탕과 사우나를 번갈아 가며 왔다 갔다 했을 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해가 중천에 뜬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가 뜨는 중도 아닌 상태라 방향을 바꾸면서 때로 뒷유리로 백미러를 통해 눈으로 햇빛이 쏟아졌다. 앉은 각도를 바꾸기도 하고 머리를 약간 옆으로 비스듬히 하면서 밀리는 도로를 천천히 헤쳐 나갔다.
이윽고 자유로에서 수도권순환도로로 들어와서 밀리지 않게 되자 햇빛은 잊어버렸다. 하지만 밀리는 사이에 팔이나 얼굴에 햇빛이 계속 닿은 부분이 후끈거렸다. 한여름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아침에 느꼈던 콘크리트의 서늘함 때문에 의외라고 느껴지는 듯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동을 껐다. 출근길은 여기까지다. 이제 일하러 올라가야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데 꽃향기와 봄 특유의, 모래가 섞인 듯한 건조한 공기가 나를 맞았다. 햇빛은 의외로 따갑지 않고 포근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에 구름 몇 점. 기분 좋은 모습이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나. 하늘 또한 보기만 좋은 것이 아니라 잔디밭에 큰 대자로 누워서 감상하고 싶을 정도로 화창했다.
오늘의 일을 시작하기 직전, 기분 좋은 선물 같은 하늘이다.
+ TMI
= 저는 보통 출퇴근을 지하철로 합니다. 차를 가지고 출퇴근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도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내 공간이 확보가 된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지하철 시간에 맞춰서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자동차가 가까이 있으니 지하철 탈 때처럼 걸어갈 필요가 없다, 갑자기 비가 오거나 하는 돌발적인 기상 상황에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등. 하지만 요즘은 지하철을 더 선호합니다. 기름값도 기름값이지만 출발해서 도착할 때까지 신경을 끄고 눈을 감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날씨도 가방에 항상 3단 우산을 넣고 다녀서 크게 문제가 없고요. 흔히 자동차를 타지 말고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지하철을 타라고 할 때 단골처럼 나오는 환경오염이나 지구의 자원과는 거리가 먼 이유인 것입니다. 지구에 신경 쓸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아침, 출근을 해서 하루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자원을 최대한 보전하기 위한 조치이니까요. 물론, 아침부터 서울을 향하는 지하철을 탈 때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1호선을 타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진이 빠져서 운전을 하나 지하철을 타나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는 말 그대로 기름값 때문에 지하철을 탄 셈이었습니다. 지금은 서해선이 있어서 소사역에서 타면 빠르면 부천종합운동장, 늦어도 김포공항부터는 앉아서 갑니다. 서 있을 때도 콩나물시루는 아닙니다. 드디어 운전해서 가는 출근길이 훨씬 피로한 시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오늘은 가지고 올 짐이 있어서 오랜만에 차를 가지고 출근을 했습니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것이 안 좋은 한 가지는 오늘처럼 운전해서 짐을 가지러 가야 할 때 긴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몸이 기억은 하고 있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가는 길이라 출발하기 전에 커피 한 잔 내려서 마시며 찾았던 여유도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햇빛은 너무 강했고, 차 안에서 느끼기에 밖은 한여름 같을 듯했습니다. 지하 주차장에 내려오면 날씨나 기온 개념이 없어져서 밖으로 나가 걸어 다닌 것과 다른 날씨를 상상하게 됩니다.
구렇게 지하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회사 주차장에 주차할 때까지 저는 '실내'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긴장해서이기도 했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창문은 열어보지 않았지요. 도착해서 내리려고 차 문을 열었을 때에야 오늘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깨달았습니다. 햇살은 뾰족하기는 했지만 한여름만큼 날이 서지는 않았고 공기도 딱 알맞은 만큼만 따스했습니다. 차 문을 닫고 올려다보니 하늘도 파랗게 넓게 펼쳐진 시원시원한 모양입니다. 이런 날씨에 출근을 하다니.
그나마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맛본 하늘은 무사 출근을 축하하는 화환 같은 느낌입니다. 아마도 봄공기에 섞인 꽃내음 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