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태양 아래에서도
나뭇잎은 오직 계시만을 기다렸다.
아름다운 노을조차 외면하며
계시가 내리기만을.
계시가 내렸다.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고통의 값을 치를 것 같았던
사막을 걷는 듯한 더위도 아닌,
힘겹게 외면한
나뭇잎조차 붉게 만든 아름다운 노을도 아닌,
그렇다고
힘겹게 견뎌낸
칠흑같이 어두운 밤도 아닌
밝아오는
새벽에
계시가 내렸다.
나뭇잎은 계시에 온몸을 담그고
꼼짝도 않는다.
계시는 마치 분처럼
나뭇잎의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고
그 위를 감싸고 또다시 감싸서
마침내 분가루가 뭉치듯이
나뭇잎에 내린 계시도 점점 크게 뭉쳐져
마침내
나뭇잎을 관통하여 흘렀다.
계시는 형체를 얻었고
나뭇잎은 계시받은 대로 연주를 한다.
나뭇잎의 몸짓은
지휘가
기록이
온몸의 흔들림이 되고
계시는 형체를 얻고
허공에 작품을 쓴다.
흙 위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나는 계시의 형체
나뭇잎은 계시가 만들어낸 흔적으로
이제 다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나뭇잎을 떠났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