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시간, 생각의 시간

by 루펠 Rup L

블랙홀 주변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엄밀히 말하면 중력권에서는 그렇다고들 한다. 그리고 우리 지구는 여러 중력권에 속해 있다.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과 태양 정도가 가장 강력하지 않을까? 그 중력권 안에 있는 만큼 그 중력권이 아닌 곳에서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를 것이다. 그 바깥보다 30% 천천히 흐른다면, 여기서 1년이 은하 밖에서는 3년일 것이다. 지금으로서 생각해 볼 만한 중력은 그 정도이지만 실제로는 어떤 요인이 더 있을지 모른다.
정신은 물질과 별개라고 생각한다.
생각 역시 시간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지만 그것이 닿아 있는 곳이 따로 있다면? 우주에서 과거처럼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그런 정신 활동 고유의 구역이 있다면? 정신 활동 그 자체로도 상당한 정보량이 나올 텐데 인류의 영향으로 지구의 중력이 바뀌는 것 같지는 않으니 그 정보량이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다고 상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의 생각은 지금 내가 있는 곳의 시간을 따른다. 그러나 꿈은 우리의 의지를 조금이라도 벗어난 요소를 가지므로 지구가 아닌 실제로 정보량이 흘러가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절대시간, 아무런 중력의 영향이 없는 곳에서 흐르는 시간대로, 우리보다 몇 배나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겪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흐른 시간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고 생각이 작동을 시작한 때, 그러니까 잠이 깨려고 하면서 그 시간 감각의 괴리를 인식하면 꿈속에서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고 인지하게 되는 게 아닐까?
인셉션에서는 꿈속에서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것을 자연스러운 전제로서 적용할 뿐이었다. 꿈속의 꿈은 꿈을 모방했기에 더 빨리 흐르고. 마찬가지로 하룻밤 꿈에서 며칠, 심지어 80년을 보내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그냥 흘러가는, 우리의 생각이나 꿈같은 정신이 드나드는 곳에서 혼선이 생기면 중력의 영향보다 더 많은 시간의 변화를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니,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의 시간 대로가 아니라 순수하게 꿈들이 그 자체로, 그 정신 흐름의 혼선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내 의식과 남의 의식들이 교차하는 곳. 여기선 생각의 속도가 아마도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닐까. 머릿속의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그것이 물리적인 배경처럼 켜켜이 싸인 중력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상상하면 재미있다. 물리적으로 정보라고 인식되지 않는 정보. 그야말로 물리적으로 현실에 만들어낼 때까지 머릿속에 틀림없이 존재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양자상태. 그 상태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상상 속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순간 물리적인 제약을 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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