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꿈이야기

모르테스

감정을 먹고사는 자

by 루펠 Rup L

한 밤중에 깨어났을 때는 기억이 있었지만 지금은 생각나는 것이 거의 없다. 한 집에 함께 사는 요정 같은 것이었는데,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어디선가 읽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어느 닐, 싱크대 밑에 숨어 있는 그들 중 한 명을 어쩌다 보았는데 용케 의사소통이 되어 부엌 한켠에 살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물리적인 음식을 먹지 않을 뿐, 주기적으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섭취해야 하는 것은 필요했다. 우리가 보통 아는 서양의 요정이나 우리나라의 도깨비, 일본의 요정 같은 것들과는 매우 달랐다. 기억이 나는 것은 그들의 이름과 그들의 설명을 듣고 관찰했을 때, 인간이 상상해 낸 어떤 것도 비슷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던 것뿐이다.
그래서 인간의 배설과 같은 행위는 그들에게 있어 독방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그 위에 앉아서 한숨을 쉬는 것뿐이었다. 그들의 활동에 영양분이 될 만한 것들, 그러니까 에너지의 성분이 되는 것을 흡수하고 나머지는 한숨을 내뱉으면서 거기에 실어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도 충분히 요리를 해 먹고 화장실도 가지만 인간들은 그들의 존재도, 맛있는 음식이나 화장실의 냄새도 맡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동물과도 달리 사람만이 그들과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만 그들을 볼 수 있다. 단, 동물의 시선, 그러니까 의식주에 집착하고 물리적인 세계에만 집중하는 관점으로만 살아가는 사람은 볼 수 없다. 동물들에게 없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중에서도 그들의 존재와 주파수에 맞는 사고방식이 있어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자신들과 대화할 수 있는 인간들에게 선물을 준다.
그들을 보고 감탄하는 인간들은 그들에게 진수성찬을 주는 셈이기 때문에 그들을 보고 '귀엽다' 정도의 생각만 해도 그들은 충분히 만족하고 인간에게 선물을 주려고 한다. 아무 호기심도 없어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느낌'과 '감정' 자체가 그들에게 양식이기 때문에 사람이 그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을 하는지 삼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숨기는 건, 사람끼리만 가능한 일이다. 마치 맛있는 음식의 냄새처럼 그들 앞에서는 모든 것이 선물이다. 하지만 때로 그들을 보고 벌레를 보듯이 혐오하는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다. 일단 작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징그러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몸을 감추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들에게 징그럽다, 혐오스럽다,라는 느낌을 갖는 것은 독을 뿌리는 것과 같다. 이것 역시 표현을 하는지 여부와 관계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만에 하나 환영받고 행복해질 일을 위해 절대적으로 높은 혐오의 가능성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지식은 원래 있었고 그래서 그들을 찾아내어 부엌 한켠에 인형의 집처럼 집을 만들어 주고 함께 살아가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바로 적어두지 않아 그런 지식밖에는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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