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관통 특별 익스프레스 열차가 있다. 그 열차에는 침실칸이 하나 있다. 승무원용으로 따로 기관실 뒤에 마련한 공간이다. 대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열차이지만 대각선에 가깝기 때문에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일주일은 걸린다. 익스프레스이기 때문에 중간에 멈추는 역은 없다. 출발해서 단 한 번도 정지하지 않고 도착지까지 가는 열차이다. 이 열차는 처음에 화물용으로 개통되었다가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여객용으로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중심부의 수도에 들르지 않기 때문에 외곽끼리만 연결한 것인데도 생각보다 이용객이 꽤 있었다. 어차피 수도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리저리 차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열차에는 소본이라는 여자가 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열차를 이용한다. 합법적으로 표를 사서 타지만, 열차가 출발하고 나면 차림새가 바뀐다. 화장실에서 나오고 나면 겉옷은 처음에 입고 있던 질 좋은 비단 드레스로 똑같지만, 속옷을 모두 벗어버려 젖꼭지가 튀어나와 보인다. 일부러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걸어 다녀서 파인 드레스의 노출된 젖가슴이 조그맣게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걸어 다니다가 어떤 신사의 눈에 띄면 승무원을 몰래 불러서 승무원의 침실칸에 둘이 몰래 들어가는 것이다. 침실칸과 첫 번째 여객칸 사이에는 화장실이 있어서 첫 번째 여객칸 손님들도 딱히 눈치를 채지 못한다. 그녀는 이렇게 오 년을 돈을 벌었다. 이제 조만간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을 벌었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열차가 출발하자 영업을 하기 위해 평소처럼 검은색 드레스 안의 속옷을 모두 벗고 돌아왔다. 시끌벅적한 기차 안에는 신식 스피커를 통해 신나는 왈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따금 음악 소리가 멈추면 기관장이 현재 지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방송으로 이야기해주고는 했다. 물론 사람들은 내려야 할 곳이 아니기 때문에 음악이나 기관장의 방송이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원래 영업을 하면서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혹은 주목을 받지 않기 위해 복도 쪽 자리를 끊는데, 오늘은 왠지 창가 쪽 표였다. 틀림없이 매표소에서 대답만 건성으로 한 것이 틀림없다. 복도 쪽에 앉은 남자에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해 보았지만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이 창가에 앉아 있다가 죄송하다고 하고 화장실에 가서 속옷을 벗어 손가방에 다시 넣고 왔다. 일부러 속옷이 가방 밖으로 보이게 한 다음 자리로 돌아왔다. 통로 쪽 남자의 눈이 살짝 흔들리는 것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저 속옷 벗어서 들고 온 것 맞아요."
소본이 남자에게 소곤소곤 말했다. 남자는 그냥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혼자 가시는 거예요?"
남자가 고개를 다시 끄덕였다.
"여자 안 필요하세요?"
그러면서 소본은 남자에게 바짝 다가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남자 웃기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다니. 사회 초년생인가? 내가 호기심이 다 생기는데?
"저 이런 거 하려면 복도 쪽에 앉는 것이 실례하지 않을 것 같은데, 자리 바꿔주시겠어요? 계속 드나들 거라서요."
남자는 잠시 소본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죄송합니다, 제가 일을 하는데, 창문 밖 풍경이 보이면 잘 못해서요. 다른 자리를 알아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복도 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면 창가 자리와 바꿔준다고 하면 바꾸겠다고 할 사람이 좀 있지 않을까요?"
하고 대답했다. 소본은 그래도 붙임성이 있는 편이라,
"아저씨도 복도 쪽이잖아요. 그래서 지금 물어봤는데 처음부터 거절당한 거예요."
하고 쏘아붙이면서 살짝 웃었다.
"하지만 저는 특이한 경우이고, 열차에서까지 일을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가씨 부탁을 거절하진 못할 것 같네요."
남자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절대 비켜주지 않을 심산인 것 같았다. 약이 오른 소본은 치마를 허리까지 걷어 올렸다. 남자 눈에 소본의 음모가 적나라하게 들어왔다. 잠시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남자가 말했다.
"지금 어쩌라고 그러고 있는 겁니까? 그건 자리 바꾸는 것과 상관없는 것 같은데요?"
휴... 소본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 제가 드나들 때마다 비켜 주시는 게 창문 밖이 보이는 것보다 낫다는 말씀이시죠?"
"네. 그건 방해가 안 됩니다."
"알겠어요. 그럼 지나갈게요."
소본은 일부러 무릎에 올려놓은 남자의 손에 엉덩이가 닿도록 하며 통로로 나왔다. 역시 반응이 없다. 이제 열세 칸이나 되는 여객칸을 돌아다닐 차례다. 그런데 살짝 약이 오르기도 하고 김이 빠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손님을 받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