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세계

by 루펠 Rup L

나는 꿈이 다른 세계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떤 세계인지는 몰라도 그 단편들을 모아 놓으면 현실이라고 부르는 곳과는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인식 상태에 따라 바뀌는 상황은 꿈속에서는 언제든지 인식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어린이처럼 부분만 보고 판단했다가 그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을 때 상황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뭔가 평온한 분위기 같지만 이면에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금세 괴물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려와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오기도 한다. 여기서 내가 빠져나갈 방법은 유리창으로 나가서 창문으로 보이지 않는 옆으로 비켜서는 것, 그리고 앞뒤 문을 닫고 문 뒤에 보이지 않게 바짝 서는 것이다. 창문으로 나가는 것은 밖에서 보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꿈이라는 공간 안에서는 어떤 불안이라도 쉽게 현실이 된다. 교실 문을 닫고 섰을 때도 긴장은 풀면 안 된다. 복도 창문으로라도 눈이 마주치면 큰일이다. 누군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올 때 괴물이 따라 들어오면 나와 눈이 마주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므로 문을 닫으면 잘 잠그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가 반대쪽 문을 열고 들어오면 괴물이 들어올 때 문을 열고 나갈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둘 다 잠가 두면 밖에서 두 문 모두 열려고 시도하면 이상해 보일 것이고, 내가 이상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 이상 그건 이상한 일이 맞으므로 내가 있는 교실이 바로 의심을 받을 것이다. 보통 아이들이 다니는 뒷문을 잠그지 않고 앞문을 잠그고 그 옆에 서 있는다. 그런 꿈을 두 번 꾸었지만 두 번 다 그렇게 숨어 있다가 깨어났다.
하지만 무서운 꿈을 꿀 경우가 대표적인 내 머릿속 세상이다. 정말 다른 세계인 것 같은 때는 나의 판단이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거나 심지어 견학을 가는 일도 있었다. 신기한 정보여서 기억이 나는 것도 있지만, 꿈속에서는 당연한 일상이었던 것이 깨어나서 보면 전혀 평범하지 않을 때도 있다. 기억은 꿈속에서 충격을 받아야 잘 남기 때문에 아무리 지금 보아서 신기하더라도 꿈속에서 평범하게 받아들였다면 일어나서 적어두지 않으면 금방 사라진다. 마치 어릴 때 겪는 일이 열 살만 되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처럼.
자연법칙이 이 세상과 다른 경우가 있고, 과학 기술이 너무 발전한 경우도 있다. 쇳덩어리를 회전시켜 질량을 증가시키는 기계를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증가시킨 중력을 이용해 비행기를 띄웠다. 그런 것들은 내가 생각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유튜브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아이디어를 얻어서 그런 꿈을 꾸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내 뇌의 동작이 뭔가 치밀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신기한 것에 눈이 잘 돌아가는 타입이지만 상관도 없는 일에 응용을 하고 그렇진 않는다. 그래서 가장 그럴듯한 이론이 다른 세계에서 실제로 보고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들이 글을 쓸 때 기저에 깔린다. 꿈의 신비, 혹은 다른 세계와의 접점. 그리고 꿈은 내가 꾸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꾸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내가 주축이 되어 상상하고 쓰는 글은 꿈과는 또 다른 신나는 일이다. 신기한 게 나오더라도 신기한 그것이 중심이 아니고 또 다른 스토리가 흘러가는 중간에 가로지르는 대들보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니 내가 원리를 알 필요도 없다. 그저 꿈에서 본 것처럼, 보이는 대로만 묘사하면 된다. 말 그대로 낮에 꾸는 꿈인 셈이다. 글을 통해 다른 세상을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상을 글을 통해 묘사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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