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알림을 활성화시켜 놓지 않아서 몰랐지만 아침에 앱으로 접속해 보니 브런치 작가 승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예전에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신청을 했지만 탈락하고 나서 몇 년 동안이나 다시 신청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글을 쓰는 습관이 달라지면서 새로 글을 올릴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김에 한번 더 신청을 해 보았습니다. 딱히 기준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이번에는 블로그에 글을 작성한 것이 지난번과는 달리 브런치에 올리고 싶은 글의 종류로 특정해서 일부러 작성한 것도 아니어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승인이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도 탈락한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지금도 승인이 된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똑같은 경우인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하지만 매체가 하나인 것보다는 둘인 것이 낫고, 각종 영업의 장소로 사용되는 블로그보다는 글만 올라오는 브런치가 나을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렇지만 과거에는 브런치에 글을 쓰면 글을 쓰는 자격을 얻은 사람들이 '작가'라는 호칭을 받은 것이 뭔가 글을 잘 쓸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지금은 브런치에서 브런치에 대한 글을 읽어 보면 온라인 환경이라는 것이 특별히 다른 곳이 있을 수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제 인생을 보는 데 있어 지극히 낙관적입니다. 실제로 모든 일이 다 풀린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 비슷한 꿈을 꾼 적도 있고 해서 내 인생이 딱히 나쁘지는 않다는, 근거를 알 수 없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 생활을 하게 된 것도 크게 노력하지 않고 남들에 비해 운의 비율이 높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절대적으로 보면 노력을 하지 않았을 수는 없지만 운이 좋게 내가 잘 되는 방향으로 갔던 게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인생을 걸어가는 데 있어 앞을 훤히 내다보고 갈 수 없습니다. 단지 이런저런 근거들을 가지고 앞을 짐작해서 갈 뿐입니다. '앞에서 습기 찬 냄새가 많이 나니 늪이나 연못이 있을 수 있겠다. 오른쪽으로 돌아가자. 왼쪽 길에서는 안 좋은 냄새가 더 섞여서 온다.'라는 식으로 판단을 하는 거지, 눈을 뜨고 보듯이 늪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런 판단이 대체로 맞는 것이 내 운이 좋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거죠.
그래서 수첩에 볼펜으로 글을 쓰다가, 다시 가는 촉을 사서 만년필로 글을 쓰게 되면서 수첩을 하드커버에 두꺼운 종이가 있는 제품으로 바꾸고, 다시 컴퓨터 파일에 이어서 쓰는 방식으로 바꾸었다가 다시 블로그를 운영하기로 한 일련의 과정들이, 글을 쓰고 싶어서 생각을 쏟아내는 것 자체에만 신경을 썼지, 실제로 의도하거나 고민을 하지 않아서 천천히 진행되어 온 그 모든 과정들이 글을 쓰기 좋아진 지금을 위해 곡선이든 직선이든 1차원적으로, 샛길로 새거나 끊어지는 곳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온 것 같습니다. 아마도 브런치에도 글을 쓰게 되면 조금은 더 다듬어서 올리게 될 테니까요.
지금의 블로그는 마음에 듭니다. 티스토리와 달리 글씨체 사전 설정 기능이 있어서 복잡하게 설정하지 않고도 보여주고 싶은 대로 처음에만 뼈대를 잘 잡아 놓으면 그다음부터는 글만 올리면 됩니다. 브런치도 깔끔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이는지는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소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에세이는 쓰는 대로 계속 올릴 것이기 때문에 여유가 없으면 브런치에만 올라가는 글이 제법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 성격상 약속을 하게 되면 급격히 마음에 강요하는 기분이 들어 글이 막혀버리는 특성상 브런치에 연재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두 군데 모두 글을 올리는 일은 웬만하면 계속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약속이 글을 못 만들게 하는 일은 저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심지어 편지도 깜짝 선물처럼 쓰면 서너 장도 채워서 주지만 편지를 쓰겠다고 약속을 하면 그렇게 한 페이지 채우는 것도 고역일 수가 없습니다. 아마 에세이도 써지는 대로 올리는 편이 훨씬 좋은 글이 많이 나올 겁니다. 절대적으로 좋다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한 편 올리겠다고 약속하는 것보다 말입니다.
글을 쓰는 일이 즐겁고, 이렇게 쓴 글이 인정받아서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일을 즐거워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받아서 글을 쓰는 공간 하나를 허락받은 것도 기쁜 일입니다. 사실, 브런치라는 공간도 정책상 무료로 운영하지만 유료로 운영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이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