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르 Nov 30. 2022

당신의 우주는 그런 식으로 비좁아져간다.

반성과 다짐의 글


좋아하는 글이 있다.


씨네21의 김혜리 기자가 쓴 글인데, 문장을 온전히 다 외우진 못하지만

그 뜻하는 바는 늘 가슴에 새기고 살려고 노력하는 말.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문의 글을 쓰지 않다보면

어느 새벽, 당신을 읽는 이가 기다린 대도 긴 글을 쓸 수 없게 됐음을 깨닫게 된다.

아무도 먹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리하지 않다보면 혼자만의 식사도 거칠어진다.

당신의 우주는 그런 식으로 비좁아져간다."



오늘 나는 또 한번 내 우주의 비좁아짐을 실감했다.

브런치에서 무려 300일간 쓴 글이 없다며 (제발) 돌아오라는 알림을 보냈더라.

300일의 이전에 썼던 글 역시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해 지우고 숨겨뒀으니

그냥 내 노트는 백지 상태.



사실 글을 오래 쓰지 않았더니 정말 내 실력이 많이 떨어졌더라는 건

올 여름쯤부터 느껴왔다.

갑자기 논술, 작문을 준비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1,2년을 손에 펜이라고 잡아보지 않다가,

글을 써보겠다며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보지도 않다가

갑자기 뚝딱 글을 써내려니 정말 정말 저엉말 힘이 들더라.

그때 또 한 번 김혜리 기자의 문장이 귓가에 들려왔다.


"그래, 그런 식으로 네 우주가 좁아졌어 이미..."






브런치에 기록하지 않은 지난 약 2년여의 시간동안 나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일해왔다.

방송 장르를 제한하지 않았고, 또 행사 사회나 기업체 홍보영상 촬영 등

정말 나를 찾아주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내 역량을 써서 돈을 버는 일의 물꼬를 텄다.

얼마 전 2년여의 시간동안 해온 일들을 노션 한 페이지에 가시화해보는데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노션을 다루게 된 그 자체가 더 뿌듯했던 것 같기도 하고...^^)




2022년 한 해, 정말 열심히 살았다.

아나운서를 지망하고 준비한 시간은 정말 길었지만,

이렇게 다른 고민을 다 제쳐두고 온전히 이 방향에 몰입하면서 공부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방송하고 싶은 것들 다 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정말 오로지 내 마음에만 집중하면서 나를 위한 1년을 보냈다.




눈에 띄는, 드러나는 결과물은 남지 않았을지라도 이번 한 해가 나에게 남긴 바는 아주 크다.

우선 가장 큰 건 심적인 여유.

남들과의 속도전에 늘 조바심을 내며 조금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하기 일쑤였던 내가

정말 많이 안정됐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때도 있었지만

나는 그걸 언제나 극복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이 생겼다.


또 원하는 일, 공부를 원없이 하니 그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나에게 있어 자기 발전과 일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도 알 수 있게 됐다.




이 시간들로 하여금 나는 10년 뒤, 20년 뒤의 내 모습을 꿈꾸게 됐고

냉소적인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도 내 인생을 행복하고 알차고 부유하게 잘 일구고 싶어졌다.






지난 10월 말,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직업 하나로 가는 길의 끝에 내가 바라는 목표는 무엇이지?'


(부끄럽지만 직접 그린 그림을 꼭 넣어야 이해가 잘 될 것 같아 첨부한다.)




다른 직업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특히나 이 방송업계는 이직이 정말 잦고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조금 경력 쌓아서 더 좋은 곳, 더 페이가 센 곳, 더 명예로운 곳으로

옮겨가려고 모두가 앞만 보고 달리는 운동장이다.




그런데 나도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이 계단을 내가 얼만큼 올라가면 만족하려나?'

'내 최종 목표가 그래서 뭐지?'

'내가 기를 쓰고 레벨업하려고 애쓰는 그 궁극적인 이유가 뭐지?'




그 생각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계단을 오르는 방향 하나에만 집중하지 말고

손에 여러가지 카드를 쥐고 있자는 것.







'방송과 그외'로 이분법 하에 분류하던 내 일에 공평함을 주는 거다.

방송과 콘텐츠 기획과 제작과 그 외 또 새롭게 하고 싶은 일 등

모든 일에 중요성을 공평하게 배분하고, 노력도 골고루 하는 것.



실제로 11월부터 난 이렇게 마음먹고 루틴화된 일상을 살아오고 있는데

마침 글을 쓰는 11월 30일. 딱 한달을 이렇게 살아보니 만족도가 꽤 크다.


불규칙하던 생활 습관이 바로잡아졌고,

무엇이든 '나 하고 싶을 때' 해치우던 일 습관도 많이 바로잡혔다.

프리랜서는 알고보면 그 누구보다 규칙적이어야 한다던 어느 누군가의 조언이

이제야 나에게도 와닿고 있다.




루틴과 리추얼의 중요성을 많은 이들이 말한다.


직접 해보니 왜 그렇게 강조하는지 알겠다.

그냥 나 자신에게 '뭐하지?' '오늘 뭐해야 되지?' 등의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

그게 의외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더라(^^)


극 P형 인간인 나는 계획과 일정표를 아주 싫어하곤 했는데

그래도 좀 루틴화된 일상을 살아보자 하고 나 자신과 타협해서 기록 중인게 바로 해빗 트래커(Habit Traker).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하루 습관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해빗 트래커를 이용해보시길.

실제로 나는 이 표에 체크 표시를 하면서

(거의 매일) 운동하기, 콘텐츠 구상과 기획 등 요일별로 분담해둔 크리에이터 업무하기,

뉴욕증시/국내증시 마감시황 확인하기 같은 습관들을 내 일상에 쑤셔넣었다.(적확한 표현임)

참 인간의 심리란 무엇인지 쭉 나열된 빈칸에 체크 표시를 꼭 채워넣고 싶은

그런 마음이 정말 진심으로 든다. 믿어보시길.





오늘이 11월의 마지막 날이니 곧 12월 해빗트래커를 작성해야겠다.

월별로 해빗트래커에 작성하는 목록도 조금씩 달라지는데,

이번 달에 꼭 추가해야 할 게 방금 하나 떠올랐다.




'브런치 글 쓰기'





자주 찾아오겠다고 약속하고 간다...

이렇게라도 적어둬야 양심의 가책을 느껴 또 기록하러 올테니.


사소한 기록이라도 마음을 먹지 않으면 꾸준히 해내기 힘들다.

그런데 그 꾸준함을 귀찮다고 놓아버리면 결국

당신의 우주는 비좁아진다.


기억하자 다시 한 번.

당신의 우주는 그런 식으로 비좁아져 간다는 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